'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와우 또는 지루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4.21 09:21
  • 글자크기조절
image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과연 어메이징 한가.

성공적인 리뷰트라는 소리를 들었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두 번째 이야기가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23일 개봉을 앞두고 18일 한국 언론에 공개됐다.


빌런(악당)이 셋 등장한다든지, 썩은 토마토에서 신선지수가 몇이라든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조금씩 이야기가 새나올 때마다 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공개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누군가에는 와우 소리가, 누군가에는 지루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 같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주인공 피터 파커의 부모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린 아들을 형에게 맡기고 사라진 피터 파커의 부모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여전히 뉴욕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피터 파커는 여자친구 그웬 스테이시를 계속 사랑하기가 힘들다. 커진 힘만큼 책임과 위험이 따르기에 그웬을 멀리하라는 그녀의 아버지 망령이 늘 파커를 괴롭힌다. 그런 와중에 스파이더맨을 추종하고 집착하던 오스코프사의 전기 담당자가 사고로 전기인간 일렉트로가 된다. 파커의 친구이자 오스코프사의 후계자 해리 오스본은 유전병을 고치기 위해 스파이더맨의 피를 찾는다. 과연 파커는 복잡한 문제들의 답을 구할 수 있을까.


마크 웹 감독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깊고 어둡고 철학적인 슈퍼히어로영화. 그 의도는 절반은 맞아떨어졌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태생부터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달라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출발했다. 메가폰을 '500일의 썸머' 마크 웹에게 맡긴 건 그 차별화가 사랑일 것이라고 예상하게 만들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그 답이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선 히로인이 메리 제인이었지만 사실 스파이더맨의 첫 번째 연인은 그웬 스테이시였다. 비극적으로 사라진 스파이더맨의 첫사랑. 마크 웹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그웬 스테이시를 히로인으로 선택했을 때부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이야기는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화두는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 마크 웹 감독은 이 주제를 사랑으로 풀었다. 자신의 장기인. 피터 파커는 자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위험에 빠지는 게 아닌 가 두려워한다. 피터 파커와 그웬 스테이시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영화 초반 그웬 스테이시 졸업 연설에서 이미 예견된다. 그렇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어떻게 이야기가 끝날지 알면서 지켜보는 영화다. 그 이야기를 촘촘하게 끌어가는 게 감독의 역량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또 다른 점은 오스코프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겉으론 유전병을 치료하는 좋은 회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악의 출발점으로 묘사되는 오스코프. 피터 파커의 부모와 스파이더맨의 시작, 일렉트로와 또 다른 악당 그린고블린, 그리고 코뿔소를 닮은 병기 라이노까지 오스코프는 악의 제국으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부모가 죽고, 커다란 힘을 얻고, 사랑하는 연인마저 위기에 빠지며, 거대한 적이 등장하고, 친구와 싸우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 마크 웹 감독은 스파이더맨을 그리스 신화 영웅처럼 신화적인 존재로 만들려 했다. 그 시도가 성공했느냐는 별개다.

그동안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사랑은 양념이었다. 슈퍼맨에게도, 배트맨에게도, 엑스맨과 그의 친구들에게도, 어벤져스 군단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마크 웹 감독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 사랑을 중심에 놓는다. 아픈 사랑으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변하는 성장통을 그리려 했다. 누군가에는 그 사랑 이야기가 절절하게 다가올 테고, 누군가에는 너무 길다고 느낄 것이다.

하늘을 가르는 액션은 확실히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스파이더맨과 번지점프를 같이 하는 것 같은 액션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아이맥스로 본다면 설렘은 더 커질 것이다. 다만 한순간 느려졌다가 다시 빨라지는 액션 장면 설계는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반복되면 될수록 지루해진다.

일렉트로, 그린 고블린, 라이노, 번호표를 뽑고 등장하는 듯 한 악당들은 스파이더맨과 싸우기보단 스파이더맨의 운명을 이끌기 위한 장치로 존재한다. 악당 시어머니와 악당 시누이와 악당 남편이 차례로 등장해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일일 드라마를 142분 동안 본 것 같다.

1편에서 촐랑거리던 피터 파커를 연기했던 앤드류 가필드는 2편에선 로맨스영화 주인공으로 확실하게 변했다. 그웬 스테이시 역의 엠마 스톤은 여전히 아름다우며, 가장 역동적이고 광기어린 모습을 드러낸 해리 오스본 역의 데인 드한은 미래가 기대된다.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에서 그린고블린을 맡았던 제임스 프랭코와 한눈에 비교된다.

4월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쿠키는 없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