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의 침묵'..위기상황에 드러난 손석희 앵커의 진심

[진도 여객선 침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4.04.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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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화면 캡처


흔히 방송가에서 생방송 중 5초 이상의 침묵이 계속 되면 방송사고로 여긴다. 짧다면 짧은 순간이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생방송 뉴스 중 앵커의 짧은 침묵은 큰 실수로 비쳐진다.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종편채널 JTBC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뉴스9'에서 30년 경력의 손석희 앵커가 방송 중 10초간 침묵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실수나 방송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의 침묵에 동감하고 가슴 아파했다.


손석희 앵커는 이날 방송에서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건을 전하던 중, 백점기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에게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물었다.

백 교수는 냉철한 판단을 내리며 "결론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에 손 앵커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했다. 전화로 연결되어 있던 백교수는 통화가 끊긴 것이라 생각하고 "여보세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날 손 앵커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목이 잠긴 모습이었으나 질문을 이어나가며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마무리 했다.


그는 16일 오전 JTBC의 한 앵커가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전하며 구조된 여학생과 인터뷰 하던 중 "친구 한 명이 사망한 사실을 알고 있으냐"고 질문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했다.

손석희 앵커는 "재난보도 일수록 사실에 기반 해서 신중해야 하고 희생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며 "여객선 침몰 사고 속보를 전해드리는 과정에서 구조된 여학생에게 건넨 질문 때문에 많은 분들이 노여워 하셨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필요치 않다. 선임자이자 책임자로서 후배 앵커에게 충분히 알려주지 못한 저의 탓이 가장 크다. 깊이 사과 드린다"고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손 앵커는 지난 17일 방송에서 단원고 실종 학생 학부모인 김중열 씨와 영상 연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하던 도중 자막을 통해 추가 사망자 소식이 전해지자 "자막 넣지 마시고요"라고 대응했다.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며 인터뷰를 하고 있던 김 씨가 충격을 받을까봐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손석희 앵커는 대한민국을 침통하게 만든 진도 여객선 침몰이라는 위기상황에서도 진정성 있고 배려있는 뉴스를 진행하며 시청자들과 함께 아픔을 나눴다. 30년 앵커의 연륜과 진심이 묻어났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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