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밀회’는 단지 불륜 조장 드라마일까?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4.04.18 14:06 / 조회 : 33157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밀회' 포스터


종합편성채널 JTBC ‘밀회’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마음이 울컥, 할 때가 있다. 이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했더니 ‘이거 위험한 징조인데?’ 라며 웃었다. 다시 말해, 40대 여자와 20대 남자의 금지 된 사랑 얘기에 너무 몰두돼서 위험(?)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확히 밝히면 그들의 금지 된 사랑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밀회’ 속 각각의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속물적 인간군상과 씁쓸한 사회 구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제목이 ‘밀애(密愛)’가 아니라 ‘밀회(密會)’임을 주목하자!

40대 유부녀와 20대 제자의 파격적인 멜로, 물론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다. 20살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나이 차이와 불륜이라는 자극적 소재로 인해, ‘밀회’가 방송 된 순간부터 시청자들 사이에서 불륜 조장이다, 아니다 논쟁도 치열하다. 때로는 불쾌함을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도 있다. 불쾌함이나 분노 게이지 지수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다 떠나서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들은 당연히 불륜이요, 죄악이다. 현실 속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불륜이고 죄악이다. 사랑이라고 말 못한다’라는 김희애의 대사에 1000% 공감한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밀회’는 불륜 소재를 통해, 세상의 냄새나는 밑바닥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이다. 불륜은 결국 제작진이 보여주고자 한 주제를 위한, 장치요, 도구라는 얘기다.

그것은 제목에서 이미 드러난다. 제작진은 몰래 연애한다는 ‘밀애(密愛)’ 아니라 몰래 만난다는 ‘밀회(密會)’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담, 이쯤에서 따져보자. 김희애, 유아인만 ‘밀회’하고 있는가? 아니다. 재벌 회장의 첩으로 들어간 심혜진과 음악대 학장 역의 김창환은 모종의 관계를 맺으며 온갖 비리를 남발하며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희애 남편역의 박혁권을 비롯해 음악대 교수들 역시 음대의 비리를 눈감아 주며 자기 이익만을 챙긴다. 재벌 회장 김용건은 정욕을 위해, 권력과 돈을 이용해 김희애에게 더러운 심부름을 요구한다. 심혜진의 비서는 또 어떤가? 김희애와 친구이지만, 김희애의 불륜을 어렴풋이 감지한 후, 심혜진에게 그 이야기를 살짝 흘리며 왠지 친구 뒤통수 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결국 ‘밀회’ 속 등장인물들은 앞에서는 모두들 웃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각자의 탐욕을 숨긴 채,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칠 궁리를 하며 먹고 먹히는 속물적 먹이사슬을 펼쳐내고 있다. 모든 인물들이 자신들의 냄새나는 꿍꿍이를 위해서, ‘밀회’, 즉, 몰래 만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밀회’를 보고 있으면, 이 사회의 더러운 이면들을 적나라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고 울컥, 하게 된다는 것이다.

명품 옷에 외제차, 화려하고 큰 집을 소유하고, 우아한 말투와 행동을 하는 그들은 마치 물위의 모습은 우아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다리를 휘젓는 백조 같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술수와 음모와 더러운 방법으로 몸부림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때문에, ‘밀회’ 속 김희애와 유아인의 불륜을 보면서, 짜릿하다던가, 애틋하다던가, 부럽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상황으로 치닫게 된 그들이 그저 안타깝고 씁쓸할 따름이다.

◆‘밀회’는 부끄러운 세상만사를 가감없이 다 드러내서 시청자를 반성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