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2년 연속 韓영화 경쟁 외면..위기 징후?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4.17 19:47 / 조회 :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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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회 칸 영화제 공식 포스터 / 사진제공=칸영화제 사무국


임권택 감독도, 김기덕 감독도, 홍상수 감독도 없었다.


한국영화가 2년 연속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지 못했다.

칸 국제영화제 사무국은 17일(현지시각) 공식기자회견을 열고 제67회 칸영화제 장편경쟁부문, 비경쟁 부문, 주목할만한 시선, 미드나잇 스크리닝, 스페셜 스크리닝 등 공식부문 진출작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장편경쟁작 18편 중에 한국영화는 없었다.

주목할만한 시선에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창 감독의 '표적'이 초청됐을 뿐이다. '표적'은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한 영화. 원작 제작사인 고몽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 리메이크를 허락해 화제를 샀었다. 프랑스 프리미엄이 다분히 느껴진다.


다음 주 발표예정인 감독주간에 5월 개봉 예정인 상업영화가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 정도다.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는 권현주 감독의 '숨'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대상을 받았던 단편경쟁 부문에도 한국영화는 없다.

칸영화제에 2년 연속 한국영화가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건 위기 징후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칸국제영화제 주요 부문에 단 한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올해는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이 미국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에서 경쟁부문 초청이 유력하다고 보도했으며, 김기덕 감독의 신작 '일 대 일', 홍상수 감독의 신작 등이 주요 부문 초청이 유력하다고 전망했었다.

영화계에선 한국영화가 2년 연속 칸 경쟁부문에 초청받지 못하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칸에 초청받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애써 자위하지만 한국영화계가 최근 작가,예술영화를 갈수록 외면하는 현실이 계속되면서 그 여파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란 자조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 투자가 여의치 않고, 임권택 감독의 '화장'도 대기업 투자사으로 외면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추진 중이다.

한국영화는 한 때 상업영화 장르 틀 안에서 작가주의 감독들이 재능을 꽃피웠었다.

장르영화가 주로 투자를 받는 만큼 박찬욱 봉준호 등은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그 안에서 예술성 높은 영화를 만들어왔다. 제작자와 투자자도 그런 작품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한동안 세계영화계에서 한국영화는 잔혹하고 이야기가 강렬하다는 평을 들었던 것도 장르 안에서 인정받는 감독들의 영화가 해외영화제에 초청받았기 때문이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세계적인 감독들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한국영화 이단아라고 불리는 김기덕 감독마저도 그런 한국영화 풍토 속에서 투쟁 끝에 세계적인 감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랬던 한국영화 환경은 이제 달라졌다.

2006년 거품이 터진 이후 긴 어려움의 터널에 들어가면서 점점 작가주의 영화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다. 마침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대표감독들이 해외영화로 눈을 돌린 것도 궤를 같이 한다. 투자배급사들이 갈수록 안전한 상업영화에 투자를 하고, 기획부터 참여하면서 점점 감독들이 작가로서 역량을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을 맞게 됐다.

홍상수 김기덕 감독처럼 독립적으로 제작하는 영화들 외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감독들조차 투자를 받기 힘든 상황이다.

2년 연속 한국영화관객 1억명이 돌파했지만 정작 다양한 영화들은 죽어가고 있는 것.

한국영화는 최근 감독들과 배우들이 미국과 중국 등 최고 영화시장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정작 한국영화계는 갈수록 다양성을 잃어하고 있으며, 속으로 곪고 있다.

한국영화 1억 관객 시대를 경축하고, 한국영화 최초로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탔다고 자축한 게 불과 2년 밖에 안됐다.

이창동감독은 '시'로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을 때 "세상에 이런 영화들이 점점 죽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 안타까움이 현실로 다가왔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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