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코' 생존 11인의 서바이벌 지수는?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4.04.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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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코' 도전자들의 작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성용, 유병서, 서우탁, 이현준, 김동형 작품.


국내 최초의 현대미술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트 스타 코리아'(스토리온. 일 밤11시). 지난 3월30일 첫 회를 시작으로 4월13일까지 3화가 방송됐다. 현대미술 전공자 15명이 3차례 미션에 도전, 현재 11명이 살아남았다.

첫 회 미션(현대예술에 대한 대중의 고정관념을 깨라)에서는 김동형(회화, 설치)이 우승했고 이국현(회화)이 탈락했다. 2라운드(여러분들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홍성용(회화, 미디어,설치)이 우승했고 송지은(미디어아트, 설치)이 탈락. 3라운드(사회적 금기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라)에서는 김동형이 다시 우승했고 이베르(회화, 설치), 림수미(조소, 설치)가 탈락했다.


매 미션마다 최고점수 3인(우승자 포함), 최저점수 3인(탈락자 포함)을 발표해온 '아스코'. 심사위원들의 이같은 냉정한 평가를 중심으로 생존자 11명의 서바이벌 능력치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비교해봤다.

〈10점 〉

▷김동형 = 현재 최선두권은 역시 두차례 우승한 김동형이다. 최저점수 3인에 든 적이 단 한차례도 없다. 첫 회 미션에서 다른 도전자들에 비해 느린 작업속도로 애간장을 태우던 그는 접착테이프와 그림자를 이용한 설치물 '무제'로 우승, 반전을 이끌어냈다. 2회 미션에서도 21살의 여동생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가상의 대화 퍼포먼스로 심사위원들을 미소짓게 했다. 3라운드 미션에서는 낙태라는 금기를, 자신을 낳고 집을 나간 생모 '신소현'과 결부시킨 과감한 작품으로 우승을 또 차지했다. 동료 홍성용은 "김동형이 언제나 결국에는 아웃풋(결과물)을 내놓는다"고 놀라워했다. 싸구려 접착 테이프를 주로 활용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9점〉

▷홍성용 = 서울대 미술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홍성용은 안정적인 작품 제작이 장기다. 특유의 옻칠기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점이 그만의 전매특허. 결국 우승까지 차지한 2회 미션에서, 변신로봇 장난감에 옻칠을 한 뒤 다시 이 위에 금박을 입힘으로써 영구 보전하고 싶은 특별한 오브제로 변신시켜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3회 미션에서는 동료 구혜영의 퍼포먼스에 특별 출연하는 용기 혹은 배려도 보였다. '아스코'의 맏형 같은 존재다. 역시 최저점수 3인에 든 적이 아직까지 없다.

〈8점〉

▷차지량(미디어, 영상, 퍼포먼스) = 차지량은 어쩌면 이번 '아스코'에서 가장 파격적인 도전자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1회 미션 퍼포먼스를 하다가 느닷없이 "저를 탈락시켜주시길 정중히 제안합니다"라고 말해 시청자들까지 깜짝 놀래켰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그를 오히려 '최고점수 3인' 중 한 명으로 꼽았다. 2라운드, 3라운드 들면서 더욱 안정적인 영상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점도 기대를 모으게 한다.

▷유병서(설치, 퍼포먼스) = 유병서 역시 동료들로부터 "또라이" 소리를 들었던 괴짜 스타일의 도전자. 1회 미션에서 죽은 상어를 시장에서 사온 것. "난해하지 않고 쉬우면서 친절한 작업의 결과물들"이라며 이 상어를 포함한 여러 소품들을 전시했지만, 쉽게 범접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닌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이 작품 'So Cool Museum'으로 1회 미션에서 최고점수 3인에 들었다. 3회 미션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표현방식이 진부하다"는 지적을 받은 게 변수라면 변수다.

▷구혜영(설치, 퍼포먼스) = 넉넉한 입담과 여유있는 성격이 돋보이는 여성 도전자다. 사회적 금기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 것을 주문받았던 3라운드에서 '아버지의 정액'을 공수해오는 파란을 일으켰다. 아버지의 정액이야말로 작가의 태어나지 못한 형제들이라며 이들의 장례식을 통해 삶과 사랑을 찬미하려 한 것. 부모의 섹슈얼리티를 특히 자식들이 언급하지 못하는 현실에 날린 통쾌한 한 방이었다. 구혜영은 이 작품 'Bravo My Life'로 최고점수 3인에 들었다.

〈7점〉

▷윤세화(조소) = 7점은 최저점수 3인에 들었다 최고점수 3인에 포함된 2명이다. '아스코'라는 롤러코스터를 아주 제대로 탄 셈. 윤세화는 2회 미션에서 교외 아파트 단지에 비친 시시각각의 그림자를 포착한 사진들을 선보였지만, "신선하지가 않다"는 평과 함께 최저점수 3인에 들며 탈락위기에 몰렸다. 간신히 탈락을 면한 그는 3회 미션에서 '무단대관전'이라고 쓰여진 아크릴 거울을 실제 전시중인 갤러리에 비추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단전시라는 사회적 금기에 도전한 셈. 향후 미션 수행과정에서 또 어떤 반전을 보일지 관심을 모은다.

▷서우탁(회화, 조소,설치) = 현직 JYP 비주얼 디렉터인 서우탁만큼 냉탕과 온탕을 오고간 '아스코' 출연자도 드물다. 1회 미션에서 레진과 철망으로 대형 고래를 선보였지만 "강압적이다"는 비판을 받으며 최저점수 3인에 호명됐다. 자신을 좇는 카메라를 향해 "방송사고 나기 싫으면 그만 찍으라"며 성질을 내기도. 하지만 2회 미션에서는 용접으로 이뤄진 우직한 강철고래를 내놓아 최고점수 3인에 드는 반전을 일궈냈다. "강철의 무거운 고래는 예술을 왜 하는가에 대한 나의 대답"이 그의 작품 변이다. 감정기복이 심한 그가 동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아니면 배려와 겸손의 아이콘으로 거듭날지도 이번 '아스코'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6점〉

▷신제현(설치, 미디어), 이현준(조소, 설치), 최혜경(회화, 설치) = 6점은 지금까지 최고점수 3인에도, 최저점수 3인에도 들지 않은 도전자들이다. 아직까지는 미완의 존재로만 비춘 셈이다. 신제현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뒷걸음질친 후 이를 다시 역재생한 영상물 '파주싸운드'로 눈길을 끌었고, 이현준은 의자를 높게 쌓아올려 위태로운 경쟁을 형상화한 후 그 위에 영원히 지켜주고 싶은 작가의 연약한 아름다움에 대한 상징으로 목마를 올려놓은 'The Unreachable Moment'으로 호평을 받았다. 최혜경은 성적 판타지를 가졌던 '아스코' 남성 도전자들을 과감히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거나('I got the mold pussy for tummy sex'), 모든 금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성기 9개를 그리는('구성애자') 등 '아스코' 19금화(化)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다른 도전자들과 달리 회화쪽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점도 차별성을 보인다.

〈5점>

▷료니(회화, 조소, 설치) = 대만계 혼혈인 료니는 미술계의 오다기리 죠라는 별명처럼 이번 '아스코'에서 비주얼을 책임졌다. 하지만 'Please Touch Me'(1라운드), '예술없는 세상도 예술이다'(2라운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3라운드에서 선보인 회심작 'the way to suicide'는 되레 최저점수 3인에 들게하는 불명예를 안겼다. 밧줄, 가위, 의자 등 섬뜩한 자살도구를 전시해놓고도 막판에는 한강주소가 적힌 종이를 불로 태우는 상반된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은 어쨌든 선명한 착점은 아닌 듯. 료니 입장에서는 이제 뭔가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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