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韓촬영과 우리 안의 비루함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4.16 10:20 / 조회 : 29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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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한국촬영/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장면1. 2013년 설 연휴. 서울 서소문 고가. '감시자들'이 한국 최초로 도심을 통제하고 영화를 촬영했다. 제작진은 인파가 몰리지 않는 연휴 기간을 택해 오전 6시부터 오후1시까지 액션장면을 찍었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4개월 가까이 협의와 준비가 필요했다.

제작진은 서울영상위원회를 거쳐 서울시와 경찰청의 협조 아래 서소문고가를 택했다. 당초 서울역고가를 찍고 싶었지만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말에 접어야 했다. 제작진은 교통정체로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각 교통방송에 사전 연락을 했고,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내비게이션 업체에도 연락했다.

단 영화 촬영 때문이라는 문구는 사용하지 않았다. 혹시 영화 촬영 때문에 도로를 통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불편을 겪을 사람들이 격심한 항의가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삼일절 연휴가 겹쳤던 3월2~3일 이틀 동안 테헤란로에서 진행했던 촬영도 마찬가지다.

가급적 사람들 이동이 적은 휴일을 이용했고, 영화 촬영 때문에 통제한다는 건 쉬쉬 했다.

#장면2. 2012년 5월2일부터 14일. 베를린. 류승완 감독 등은 영화 '베를린'을 2주 가량 현지에서 찍었다. 9회차. 웨스틴 그랜트 호텔, 하케셔막트, 프리드리히 스트라세, 오펜바움 다리, 포츠다머 플라츠, 브란덴 브루크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베를린' 제작진은 당초 베를린 현지 올 로케이션을 추진했었다. 그럴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베를린 올 로케이션을 할 경우 비용이 천정부지로 뛰기 때문에 2주차 촬영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라트비아에서 찍었다.

독일에서 해외영화가 촬영을 할 경우 인센티브 제도로 연방지원 DFFF와 주지원 MBB가 있다. MBB는 베를린 이외 지역에서 촬영할 경우 받을 수가 없다. DFFF지원은 독일 내 지출이 총 제작비 25% 이상 돼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데 '베를린'은 해당 사항이 없어 포기했다.

브란덴 브루크 광장 촬영은 오전6시부터 오후1시까지 통제를 하고 진행했다. 광장에서도 어떤 지역은 촬영이 가능하고, 어떤 지역은 불가능해서 일일이 허가를 받거나 촬영 동선을 조정해야 했다.

#장면3. 2014년 3월30일부터 4월14일. 서울. '어벤져스2'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최초로 한국에서 주요 장면을 촬영했다. '어벤져스2'는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세빛둥둥섬, 청담대교, 상암동DMC, 한강뚝섬공원, 강남사거리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범정부차원에서 한국 관광 효과 창출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출근길과 인파가 몰리는 시간에 도심을 전면통제했다. 해외 영상물 인센티브 제도로 한국에서 쓴 제작비 30% 가량을 '어벤져스2'에 지원한다.

취재진과 시민들은 '어벤져스2' 촬영에 대체로 협조했다. 관광 효과 창출이라는 대의명분은 적중했다. 저작권 문제도 마찬가지. '어벤져스2'는 저작권 문제를 철저하게 대처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어벤져스2' 촬영 동영상을 유포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소문에 시민과 취재진은 알아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은 우리 안의 비루함을 드러냈다.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은 아시아의 어떤 나라, 북한과 대치하는 나라 정도로 소개됐다. 그런 차에 '어벤져스2'에서 첨단 한국을 담는다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어벤져스2'도 미국의 일개 상업영화다. 일개 상업영화 촬영에 한국관광공사가 2조원 효과가 날 것이라며 나팔을 불고, 분칠을 했다. 2조원은 '어벤져스2'가 전편만큼 흥행하고, 해외에서 한국이 등장하는 순간을 모두 홍보 효과로 받아들여야 가능한 수치다. 발표하는 곳 따라 무려 20조에서 450조의 어마어마한 격차를 보였던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경제효과 추산치와 다를 바 없다.

우리 안의 비루함은 정부만이 아니다. '감시자들'은 영화 촬영 때문에 도심을 통제한다고 하면 항의가 빗발칠까봐 두려워 영화 촬영을 영화 촬영이라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감시자들'이 휴일이 아닌 평일, 출근길 도심을 가로막고 촬영했다면 사정이 어땠을까? '어벤져스2' 만큼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환영했을까?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다른 대접, 우리 안의 비루함이다.

'어벤져스2'를 한국에서 촬영하면 현장의 일거수일투족이 SNS로 중계될 것이라 예상했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겪었던 것처럼. 그러나 거짓말처럼 조용했다. 언론도 비슷했다. 촬영 전 마포대교 위로 헬기를 띄우네 마네 했다가 '어벤져스2' 엄포에 숨을 죽였다.

SNS 생중계로 사생활 침해까지 받고, 불법 다운로드 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왔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미국영화에는 벌벌 떨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는 공짜로 불법 다운받는 행태. 우리 안의 비루함이다.

잔치는 끝났다. '어벤져스2'에 등장하는 한국과 한국영화에 등장하는 지금 한국, 어떤 게 진짜 한국과 가까울까.

'괴물'에 등장했던 한강 매점은 사라졌다. 2007년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시작되며, 그 자리를 편의점이 채웠다.

서울시는 올해 다시 '괴물' 매점을 복원한다. 관광효과를 위해 '괴물' 서식지로 묘사된 원효대교 북단 만초천에 촬영장소 표지와 괴물 모형을 세우고 매점도 만든다. 매점은 주변 편의점을 고려해 기념품 등을 팔 계획이다.

누구는 한강을 계발한다고 부수고, 누구는 한강에 스토리를 입힌다며 다시 짓는다. 우리 안의 비루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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