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예능은 왜 '무한도전' 김태호PD를 못 만드나

[기자수첩]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04.05 10:56
  • 글자크기조절
image
김태호PD /사진=스타뉴스
KBS 예능이 위기다.

뚜렷한 '대박' 프로그램은 없고, 새 프로그램은 나올 때마다 '베끼기' 논란에 휩싸인다. 이제는 주말 예능에서 방송 시간을 늘렸다고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무한 감동과 재미를 주기 위해 애쓰는' KBS 예능으로서는 억울한 만도 하다.


'대박'은 경쟁프로들이 잘하는 데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베끼기' 논란도 예능 포맷이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고려하면 비슷하게 보면 한 없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방송 시간이야 방송사의 고유 재량이니 뭐라 탓할 수만도 없다.

문제는 KBS 예능의 뚜렷한 돌파구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개그콘서트', '1박2일', '예체능', '해피투게더' 등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KBS 예능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희망이나 기대를 걸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중심에는 '스타PD'의 부재가 있다. 왜 KBS는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PD같은 스타PD를 만들어내지 못할까.


최근 KBS예능국은 PD들의 업무분장을 다시 했다. 1년 가까이 '우리동네 예체능'을 연출했던 이예지PD를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보냈다. 이PD가 육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게 이유라고 하지만 '안녕하세요', '우리동네 예체능'을 인기 예능 반열에 올려 놓은 이PD의 '스케치북'행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프로그램이 중요하지 PD가 뭐가 중요하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재 KBS의 거의 유일한 스타PD라고 할 수 있는 서수민PD가 오랜 시간 '개그콘서트'에 머물며 지금의 '개콘 왕국'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PD가 중요하다'.

KBS 예능국은 타사 대비 PD들의 숫자가 가장 많고, 그 인력의 질 또한 결코 타방송사에 뒤지지 않는다. 케이블TV의 역사를 새로 쓴 tvN의 이명한, 나영석, 신원호, 김석현PD가 모두 그 전에 KBS에 몸담고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KBS 예능이 얼마나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소속PD들의 연이은 이적에 KBS 고위 관계자들은 '돈' 얘기를 하며 어쩔 수 없다 체념하지만 과연 물질적인 보상만이 이적의 원인이었을지 의문이다. 뛰어난 연출자들이 그들의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KBS에 있다 타방송사로 이적한 한 PD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거대 방송사가 주는 장점은 많다. 하지만 연출자로서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했다. 돈? 물론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KBS에서 주는 봉급도 결코 적은 게 아니다. 보상 시스템도 좋고. 그래도 연출자로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 KBS예능도 '무도 김태호PD'같은 스타PD를 만들어야 할 때다.

문완식 기자 munwansik@mt.co.kr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