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디바' 이은미 "로커로 生마감하고파"(인터뷰)

26일 새 미니앨범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 발매

이지현 기자 / 입력 : 2014.03.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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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 사진제공=네오비즈


그녀도 '맨발의 디바'를 좋아했다. 이젠 너무도 익숙한 이 수식어에 감사를 표했다. "최고의 찬사"라는 표현도 아끼지 않았다. 데뷔 23년차 여전한 열정을 품은 이은미 얘기다.

지난 26일 총 5곡이 수록된 새 음반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를 발매하고 2년 만에 돌아온 이은미. 다음 날에는 온라인에 음원을 공개하며 팬들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신보를 내고 또 한 번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았던 '베테랑' 이은미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소속사 네오비즈에서 만났다.

컴백 소감을 묻자 "떠난 적이 없는데 컴백이라는 표현은 조금 불편하다"며 "내가 어딜 떠나 있었나 싶다"라고 배시시 웃는 그녀가 인상 깊었다.

타이틀곡 '가슴이 뛴다'는 이은미의 연륜이 느껴지는 발라드 장르로, 윤일상이 작곡했고 그와 이은미가 공동 작사했다. 대표적 히트곡 '애인 있어요'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앞으로 이은미가 추구하는 음악의 색과도 같을까.


그녀에게 앞으로 가고 싶은 길을 묻자 블루스 록 소울을 나열했다. 특히 "지금 생각으로는 내 생을 로커로 마감하고 싶다"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강한 록이 아닌 내 머릿속의 록 이미지로 그렇게 할 것"이라는 고백도 서슴지 않았다.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수십년의 음악 인생을 자랑하는 이은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앨범명 '스페로 스페레'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란 뜻의 라틴어다. 어떤 의미인가.

▶아주 많이 쓰이는 라틴 명언이다. 우연한 기회에 발견했다. 발음도 쉽고 그 의미가 좋았다. 다섯 곡 밖에 안되지만 모든 곡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이었다. 서로에게 관심만 가지면 아직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세 모녀 자살 사건 같은 상황들이 정말 안타까웠다. 관심 있게 봐줘야 한다. 또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이 없다. 도전을 안 한다. 깨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고 그래야 하는데 시도조차 안 하는 것 같다. '나도 아직 이 나이에 괜찮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었다.

-앨범 제목은 희망적이나 타이틀곡은 슬프더라.

▶개인 차가 있다. 난 처음 들었을 때 벅찼다. '가혹하다'는 가사가 있어 슬프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 메시지가 있나.

▶개인적인 사회 참여 모습이 있으니 녹아 있다. 없다고는 못 한다. 저도 여러분과 같이 공허하고 한 동안 패닉이었다. 그렇지만 날 추스르는 게 더 힘들다. 하하.

-'가슴이 뛴다'를 타이틀곡으로 정한 이유가 있는가.

▶윤일상 작곡가 노래라 골랐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히트곡 '애인 있어요'를 그 분이 만들었기 때문에?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많은 분들의 곡을 받았는데 좋은 곡을 고르다 보니 이렇게 됐다. 타이틀곡을 먼저 정하고 작업하지 않는다. 음악은 살아있는 생물 같다. 어떤 연주인이 어떤 호흡을 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모든 작업을 해놓고 보니 가장 이은미다운 표현이 있는 음악이 윤일상 작품이었다.

-에피소드가 있나.

▶처음에 윤일상씨가 '가슴이 운다'라는 제목으로 썼었다. 곡 마무리 단계에서 오랜만에 마주했는데 "그냥 누나 얘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가슴이 뛴다'로 30분 만에 수정했다. 가사를 고민했었는데 머리를 맞댄 순간 빨리 풀렸다. 슬픈 이야기에서 희망적으로 바뀌었다. 원래 굉장히 슬픈 노래였다(웃음).

-음반이 하루 먼저 나왔는데 이유는.

▶난 운 좋게도 LP, 카세트 테이프, CD를 모두 만든 세대다. 지금은 음원도 낸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자료가 넘치지 않았다. 음악을 소장하는 시대였다. 그때 음악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음반의 실물이 좋다. 발매를 기다렸다가 음반 가게에 찾아가서 '나왔어요?'라고 말했던 느낌이 좋았다. 음반에 의미를 두고 먼저 발매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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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 사진제공=네오비즈


-아날로그와 디지털 음악을 모두 겪었는데.

▶다 장점이 있다. 그런데 디지털 음악은 너무 깔끔해서 피곤함을 주는 면이 있다. 소리 사이 움직임이 안 들린다. 그래서 아날로그를 담고 싶다. 녹음실에 다 같이 들어가서 원 테이크로 녹음 한 게 그 시작이었다. 그러면 레코딩 자체도 재미있다. 한 공간에서 배음이 섞인다. 디지털 작업이지만 묘하게 아날로그와 섞인다.

-언제부터 그렇게 했나.

▶'애인 있어요' 때부터 시작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해피 블루스'가 원테이크 작업이다. 음악을 재미있게 하는 요소를 찾다 보니 항상 오디오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음반에 오르게 되더라(웃음). 그 분들이 어떤 시스템인지 직접 물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음원보다) 음반을 먼저 내고 마니아 분들이 어떤 반응을 주는 지 알고 싶기도 했다.

-LP로 낼 생각도 있는가.

▶4~5년 전 LP에 꽂혀서 알아봤다. 하하. 당시에는 제작할 곳이 없었다. 유명한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당시에는 제작하는 곳을 닫았다고 하더라. 지금은 다시 하신다던데. 한 번 내보고 싶긴 하다.

-지난 앨범과 차이점이 있나.

▶편안한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편곡할 때도 의도적으로 세련, 매끈, 꽉찬 음악을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조금 빈 공간을 주면 어떨까 했다. 1.5% 부족하게 느낄 수 있게. 그 부분은 듣는 이들의 여운으로 채워졌을 때 완벽한 음악이 되도록 하고 싶었다. 보컬을 비롯해 악기 구성까지 모두 단순하게 작업했다.

-새 음반 작업 당시 몇 곡 정도를 수집했었나.

▶앨범 준비를 시작한 지 꽤 됐는데 80곡 가까이 되더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고르다 보니 많이 추렸다. 지금 남아있는 곡이 하나 있다. 녹음은 해놨다. 따로 공개할 지 다음 음반에 넣을 지 생각 중이다. 생각과 다르게 표현된 것 같아 다시 편곡할 지도 고려하고 있다.

-이번 음반에 참여도는.

▶내 생각이 안 들어간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재킷 디자인, 트랙, 속지, 어떤 음악에 무슨 사진이 들어가는 것인지. 심지어 글자 크기까지 모두 관여했다.

-음반에 '땡스 투(Thanks To)'가 없다.

▶그런 거 잘 안 쓴다(웃음). 잘난 척 잘 못 한다. 새 음반이 나오면 자기 노래로 컬러링을 해 놓는 사람들이 있더라. 난 우리 스태프들이 내 노래로 컬러링을 하면 전화기를 멀리 한다. 부끄럽다. 하하.

-흰 머리가 많이 보인다. 염색을 하진 않았는가.

▶흰 머리를 일부러 한 걸로 오해하기도 하더라. 염색하고 펌을 15년 정도 하니까 두피가 못 견딘다. (자연스럽게 하고 있으니) 내가 놓여 진다고 생각한다. 단 엄마는 싫어한다. "제발 염색 좀 해라"라고 하신다(웃음). 음반 만드느라 조금 더 흰 머리가 많이 생겼다. 이 머리 스타일로 무대에 오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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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 사진제공=네오비즈


-신촌블루스 객원보컬로 198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솔로가수 정식 데뷔는 아니지만) 올해로 25주년이 됐다. 축하한다.

▶잘 버티고 있다. 하하.

-얼마 전 패티김이 은퇴했다. 50년 정도 음악 인생이었다. 그렇다면 이은미는 25년 정도 남았다고 볼 수 있을까.

▶어떤 음악이 세상에 나오고 생명을 갖는다는 건 내 몫이 아니다. 결과물을 내놨을 때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듣고 사랑해 주는 여러분이 결정하는 거다. 하지만 그런 욕심은 있다. 자연스럽게 음악가 인생을 마무리 하고 싶다. 어떤 무대가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그 무대를 마치고 '아쉬워'가 아니라 '그 동안 잘 해왔어'라면서 두 손을 털 수 있을만큼 무대에 최선을 다할 거다. 나도 사람이라 감정적으로 잘 정리가 될 지는 솔직히 자신 없다(웃음).

-대선배로서 요즘 돌아가는 대중음악계가 어떤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국내 대중음악계가 짧은 기간동안 규모로는 큰 성장을 했다. 반면 다양성은 보장되지 않았다. 한 쪽으로 치우쳤다. 물론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그런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뮤지션들이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안타깝다. 좋은 뮤지션들이 사라지는 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히트곡 '애인 있어요'가 각별한가.

▶그렇다. 그 노래 때문에 여러 음악을 시도하면서 다시 일어나게 됐다. 재미있었다. 다시 음악이 흥미로워 졌다. 내게 특별한 노래다.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노래방에 가서 불러 본 적 있나.

▶난 안 부른다. 노래방을 잘 안 간다. 무대에서 부르는 것도 지겨운데. 하하. 내 노래는 돈 받고 불러야 잘 부른다. 돈이 입금돼야. 하하.

-본인 음악은 어떤 것 같은지.

▶아직 부족하다. 하고 싶은 게 많고 모자란 것도 많다. 하지만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 지 보여줄 수 있는 음반들이다.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생각한다. 따라서 내가 지금 어떤 걸 보고 느끼는지 잘 말해줄 거라 생각한다.

-'맨발의 디바' 수식어가 늘 따라 붙는다. 탄생 배경을 아는 이들도 있지만 다시 한 번 설명해 달라.

▶10여년 전 소극장에서 11일 동안 22번을 공연했어야 했다. 대관비 부담을 조금 줄이려는 매니저의 꼼수였다(웃음). 그런데 닷새가 지나니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 대기실에 앉아 준비를 하는데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내가 아니더라. 뭐가 날 무겁게 만든 건지 생각해 보니 '욕심'이었다. 그래서 모든 걸 편안하게 만들었다. 다 벗어 던지고 보니 구두가 남았더라. 녹음 작업 때 맨발로 하는데 그 때처럼 해보자 생각했다. 난생 처음 무대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다음부터는 맨발이 좋더라.

-수식어가 마음에 드는지.

▶제일 훌륭한 별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자부한다. '디바'도 여성 보컬에게 주는 최고의 표현인데, 난 나를 표현하는 수식어까지 붙어 있으니. 부담도 된다. 주신만큼 무언가 돌려 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기대치가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훌륭하고 멋진 별명이지만, 또 거기에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 거기에서도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다.

이지현 기자 starjij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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