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엑스' 구자억 "왜 목사가 뽕짝 찬양 하나고요?"(직격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03.27 15:00 / 조회 : 3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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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트로트엑스' 출연자 구자억 목사 /사진=임성균 기자


'불교 신자인데 순간 흔들렸음.'

구자억(35) 목사는 지난 21일 엠넷 '트로트엑스'가 끝나자 조심스레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자신의 기사를 검색했다. 댓글을 하나, 하나 살피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내가 불교신자인데 구자억 목사 무대 보고 순간 흔들렸음'. '교회 안간지 10년인데 다시 교회를 떠올렸다' 등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아, 이게 의미가 없지 않았구나. 의미 있는 일이었다는 생각에 기쁘고 신났어요."

'트로트엑스'는 엠넷이 야심차게 내놓은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재야의 트로트고수들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무대다. 21일 첫 회에서는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 대거 출연했고, 구 목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날 '참말이여'라는 자작 찬양곡을 선보였는데, '구전도사'라고 글자를 새긴 '백수 추리닝'에 할렐루야 시스터즈라는 '자매님' 댄서들까지 동원해 코믹한 무대를 꾸몄다.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못 받아 탈락할 뻔했지만 추가 무대를 통해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목사'와 '트로트'라는 조금 독특한 조합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구 목사는 '진짜 목사'다.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나온 뒤 지난해 목사 안수를 받았다. 부천 대장교회 소속으로 현재는 파주 25사단 상승교회에 파송, 목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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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엑스' 출연 후 많이 바쁘시죠?

▶교회 안에서는 많이 보셨는지 연락이 많이 오네요. 선후배 목사님들도 연락 많이 주시고요, 다른 교회에서도 찬양 사역과 관련해 문의가 많이 오세요. 방송 나가고 2~3일 정도는 다른 일을 못할 정도였어요.

-첫 회 방송은 어땠나요?

▶너무 좋고 신났어요(웃음). 구제 받을 거라 생각을 못했거든요. 제 노래가 종교적인 색채가 강했잖아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이거 하나 부르고 장렬하게 전사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신나게 노래했죠. 놀고 와야지 이런 각오였어요. 방송 당일(21일) 집에서 부모님하고 봤는데, 제가 봐도 너무 웃기더라고요. 아, 재밌었어요.

-여느 찬양 사역과는 달리 트로트를, 그것도 코믹하고 부르는 게 재밌던데요.

▶제가 지금까지 정규 앨범 3장, 그리고 싱글은 5장 정도를 내놓았어요. 음반을 내도 판매 루트가 없었어요. 트로트로 찬양이 되냐, 다들 조심스러워 하시더라고요. 찬양 집회 같은데 가서 팔았죠. 1집은 5번을 찍었으니까 5000장 넘게 팔렸어요. 기록적인 판매고죠. 그렇게 많이들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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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을 트로트로 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앨범 재킷을 보면 코믹스런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1집 앨범 재킷에 중절모에 카네이션 들고 나오니까 웃으시던데, 그게 다 의미가 있는 거예요. 인카네이션(Incarnation)이 성육신을 의미하거든요.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돌아왔다는 의미죠. 카네이션은 어른들에 대한 공경의 의미도 있고요.

앨범 재킷도 다 제가 설정한 거예요(웃음). 트로트 찬양한다니까 다 외면하시더라고요. 음반 프로듀싱도 다 제가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들어보면 많이 아쉬워요.

2집까지 직접 작업했는데 제가 듣기에도 한계가 많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3집부터는 전문 트로트 프로듀서와 작업했습니다. 물론 그 분들은 기독교인은 아니셨고요. 교회 안에서 찾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같이 앨범 작업을 할 만한 분들이 없었어요.

'끼'가 많은 구 목사. 목사 외에 다른 꿈도 꿨을 법한데 그의 꿈은 어릴 때부터 목사였다고 했다. 다른 길은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들이 목사가 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크면 목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죠."

구 목사가 트로트 찬양에 눈 뜬 것은 우연이었다. 한 수련회에서 불현듯 트로트 찬양 사역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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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트로트엑스' 출연자 구자억 목사 /사진=임성균 기자


"어렸을 때부터 목사님을 꿈꿨으니 당연히 신학과에 가서 목사 과정을 밟았죠. 그런데 언제인가 교회 수련회를 갔는데 젊은 친구들은 신나게 즐기는데 어르신들은 그걸 그냥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계시더라고요. 그 눈빛이 제게는 '우리도 한번 신나게 흔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이분들을 위한 교회 문화가 없을까. 교회 문화가 너무 젊은 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느꼈죠."

구 목사는 "그 분들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왜 트로트 찬양은 없을까하고 생각이 이어졌어요. 그래서 31살 때 트로트 찬양 첫 앨범을 내게 되었습니다."

사실 구 목사는 어린 시절부터 트로트와 친숙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트로트였다.

"어머니가 트로트를 좋아하셨어요. 한번은 부모님이 다투신 후 어머니가 기분이 울적해하셨는데 TV를 켜시고는 갑자기 까르르 웃으시는 거예요. 뭣 때문에 어머니가 울다가 웃으실까 해서 봤더니 나훈아가 노래를 딱 부르시고 있더라고요. 어린 시절 봤을 때도 어머니가 참 아이처럼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나훈아가 TV에 나오면 관심 있게 보고 따라했죠. '갈무리' 같은 것도 불러드리고요. 왜 아이들은 칭찬 받으면 더 잘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트로트와 인연을 맺었죠."

인천에서 자란 구 목사는 송도고등학교 시절 밴드 활동을 하면서 교회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어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나온 뒤 2013년 안수를 받았다. 군(軍)교회인 상승교회에는 본인이 자원해서 갔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목사 안수를 받았어요. 그래서 교회를 개척하기 보다는 좀 더 젊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죠. 마침 그때 군교회에 교회는 많은데 예배 인도를 하는 분들이 적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을 때 군교회에 지원했죠."

-'트로트엑스'는 어떻게 나가시게 된 건가요.

▶군교회는 일반적인 교회처럼 일에 쫓기고 그러지는 않아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사역이 뭘까 하다가 생각해낸 게 기독교 문화 사역입니다. 기독교 문화가 세상의 문화보다 늦다고 하는데 이번에 많이 느꼈어요. '트로트엑스' 무대 세트 보고 놀라고, 출연자들 실력보고 놀라고요. 이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방송을 볼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기독교 문화와 세상 문화와의 단절을 나름대로 해결하고 싶었어요. 제가 '추리닝'을 입고 그런 이유도 담 너머에 있는 분들에게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 거죠. 제가 제일 사랑하는 분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을 교회 울타리 밖에 있으신 분들도 보고 웃으면서 '아, 뭐야~' 이러면서면서 보실 수 있게 그 담을 넘고 싶었어요.

-예능프로에서 찬양 부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무대에 오르기까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서 혼자 겁을 많이 먹었어요. 분명 나가면 기독요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안 좋아하시는 분이 많지 않을까 해서요. 교단에서도 싫어하실까봐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우리 목사님부터 너무 좋아하세요. 교회 안다니시는 분들도 기도해달라고, 축복해달라고 부탁하시고요. 그럴 때마다 제가 오해하고 있었구나하고 깨달아요. 제가 막연한 편견이 있었던 거죠.

-목사님인데 '추리닝'에 코믹 댄스까지 추시니 이색적이었습니다.

▶갖춰 입고 부르면 교회 분들은 좋아하시겠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배려를 안 하는 것 아닐까요. 방송에 나와서 추리닝 입고 뽕짝을 부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제가 타협을 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건 배려에요. 타협은 제 안에 있는 진리를 부정하고 하나님을 안 믿고 예수님을 안 믿는 거죠. 저는 진리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그 진리를 표현하는 방법을 달리하는 거죠. 기독교인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쉬운 모습이 배려가 없는 모습이에요. 사람들은 배려를 할 때 온기를 느끼는데 저희들은 담만 쌓아놓고 있어요. 울타리 안에서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 하면서만 있어요.

찬양사역을 하면서 세상에 내 나름대로 배려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서 나온 게 코믹 트로트에요. 제 노래 중에는 진지한 노래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이왕이면 코믹으로 찬양을 할 수 있게 하자. 사투리도 넣고, 또 기왕 하는 거 백수 추리닝도 입자. 혼자하면 재미없으니 할렐루야시스터즈도 넣으면서 애교 안무도 짜고요. 교회 담장 밖에 있는 분들이 봐도 같이 웃을 수 있는 것을 만들자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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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트로트엑스' 출연자 구자억 목사 /사진=임성균 기자


-'트로트엑스'는 5억원 상당의 우승혜택이 주어지는데, 만약 우승해서 5억원을 받으시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예전에는 우승이 목표였는데 넓은 세상을 보고 지금은 기대를 내려놨습니다(웃음). 처음에 '트로트엑스' 출연자 모집 공고를 보고 심장이 뛰더라고요. 그 전에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어도 생각을 안했거든요. 과연 나는 교회에서 찬양을 했는데 어느 정도일까. 교회에서는 잘한다, 잘한다 하지만 '트로트엑스'에서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어요. 처음에 방송 사전 인터뷰를 했는데 '어디까지 생각하냐'고 물어서 '당연히 우승이죠'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서 보니까 다들 너무 잘해요. 우승보다는 생방송에 진출하고 싶어요. 신나게 한번 놀고 싶어요.

-그래도 '가정'은 할 수 있잖아요.

▶가정을 하면, 첫째로 문화적인 혜택을 많이 나누고 싶어요. 태진아, 설운도 씨 등 트로듀서들이 계시니까 이 분들을 섭외해서 좋은 공연장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한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선배님들도 모시고 저도 노래를 하고 행복할 것 같아요.

끝으로 세속적인 부분, '결혼'과 관련해 물었다. "방송 후 맞선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구체적인 인적 사항까지 적어서 제게 보내오세요. 감사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라고 정중하게 거절하죠. '트로트엑스' 끝나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 한분, 한분 찬찬히 살펴보려고요. 하하."

문완식 기자 munwansi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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