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감동·웃음 겸한 '만신창이 정신'은 어디에

[기자수첩]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4.03.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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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태권도 편' /사진=KBS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이 예전과 달리 심상치 않다.

'예체능'은 지난해 4월 강호동의 새 버라이어티로 대중의 관심 속에 출발했다. 방송초반 연예인 팀과 일반인(시청자) 팀이 하나의 스포츠 종목을 두고 대결을 벌이는 생활밀착형 건강 버라이어티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예체능'은 시청률 하락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5일 방송분은 4.9%의 전국 일일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9일 첫 방송 이후 자체최저시청률이다.

이쯤 되면 시청률이 하락하는 '예체능'을 보며 '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야 잘 나올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중요한 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출연자들의 정신이다. 과거 멤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과 현재 멤버들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예체능'의 시청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며 웃는 한편 감동을 받던 초심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탓이라기보다 출연자들이 승리에 대한 과한 욕심 때문이다. 사실 예체능 팀 멤버들이 경기에서 진다고 비난을 할 사람은 없다. 단, 그들이 얼마나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다음 경기에서 이전과 달리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예체능'은 탁구, 볼링, 배드민턴 등의 경기를 할 때 수차례 연패를 거듭했다. 예체능 멤버들은 연이은 패배로 심신이 만신창이가 됐다. 멤버들은 연패에 좌절하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고 이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되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일부 멤버들은 둔한 몸을 이끌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경기를 했고, 덕분에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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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태권도 편' /사진=KBS


최근 태권도를 하고 있는 '예체능'은 '승리'에 집착하고 있다. 특히 배드민턴 편에 출연한 적 있는 필독(빅스타), 찬성(2PM), 줄리엔 강에게 이 같은 모습이 유독 짙다. 경기를 하는 선수라면 당연히 승리에 대한 갈망이 있는 건 당연지사. 그러나 앞뒤 가리지 않는 '승리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예체능'에 독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이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음 경기는 어떻게 할까?'라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농구 편'에서 승리의 쾌감을 맛 본 줄리엔 강 또한 이번 태권도에서는 '이긴다'는 집념이 강하다. 웃음이나 감동은 이미 뒷전이다. 경기 후 소감을 전하는 것만으로는 이들에게서 감동이나 웃음을 엿보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반면 강호동은 탁구부터 태권도까지 매회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종종 상대방의 허를 찌르기도 한다. 강호동 역시 승리에 대한 갈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승리보다 앞서 '즐긴다'는 생각이 크다. 이 때문에 강호동은 '예체능'에서 다루는 스포츠 종목마다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1박2일'에서 게임에 집착하던 그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예체능'은 박진감 있고 긴장감 넘치는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는 훌륭하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를 소개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점에 있어서는 유익하기도 하다. 이는 '예체능'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의도했고, 여전히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경기를 할 때 멋진 모습을 요구하지 않는다. 잘 만든 각본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출연자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곧 방송 1주년을 맞이하는 '예체능', 현재 멤버들(강호동, 김연우, 필독, 찬성, 서지석, 존 박)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다.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포츠를 즐기는 초심이 절실하다. 초심을 찾고 감동과 웃음을 안길 '예체능'을 기대해 본다.

이경호 기자 s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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