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인' 김민종 "강문어는 내인생의 오점"(인터뷰)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3.25 14:43 / 조회 : 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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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MBC '사남일녀'(연출 강영선 조욱형 박진경)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예능 중 하나다. 김구라 김민종 서장훈 김재원 이하늬, 어느 하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섯 남녀가 '사남일녀' 남매를 이뤄 시골의 노부부를 '엄마아빠'라 부르며 보내는 4박5일을 담는다.

이 좌충우돌 남매들 중에서도 둘째 아들 김민종은 '사남일녀'의 신의 한 수라 할 만하다. 한 번이라도 '사남일녀'를 본 사람이면 알 거다. 노래와 연기를 아우르던 우수에 찬 원조 조각미남은 본격 예능 입성 이후 얼마나 허술해졌는지를. 의기양양하게 요리사를 자처했다 어림없는 실수를 연발한 게 이미 몇 차례. 게임할 때마다 꼴찌를 도맡으며 불운의 아이콘에 등극했다. 몰래카메라에 깜박 속아 강에서 문어를 낚고는 행복해 한 일명 '강문어 사건'은 김민종 인생에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사건이었다.

각종 고난과 망신살에도 불구하고 사슴 같은 눈동자를 깜박이며 환히 웃는 해맑음은 화룡점정! 우수에 찬 조각미남 대신 허술한 허당 오라버니로 돌아온 김민종을 만났다. 예능인으로 만나서일까. 그와의 거리감이 훅 좁혀진 느낌이었다.

-방송 재밌게 잘 보고 있다. '사남일녀'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강영선 피디님이 제안을 했는데, '글쎄 글쎄' 하다가 적극적으로 연락이 와서 의례상 한 번 만났다. 소주잔 기울이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시골 어르신들이랑 4박5일을 보낸다는데, 기획 의도가 저랑 맞을 것 같았다. 원래 국내 여행을 좋아하고, 강원도도 좋아하고, 캠핑을 좋아하니까. (김)재원이와는 원래 친했고 (서)장훈이와도 인연이 있었다. 피디님은 제가 '힐링캠프'에 나온 모습을 보고 섭외를 했다더라. 저도 괜찮겠다 생각이 들어서 그 자리에서 '갑시다' 했다.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는 느낌이었다.

-남매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재원이가 아니고 장훈이가 아니었다면 살짝 뺐을 것 같다. 재원이는 같이 연기하는 친구라 의지가 됐다. 그런데 만나보니 '뽀얀 악마'가 맞더라. 내가 별명 잘 지었다. 장훈이는 한두 번 만난 사이였는데 결혼할 때 꽃을 보냈었다. 그 와중에 고맙다며 전화를 줘서 나 역시 깊은 인상이 있던 터였다. 구라 형 역시 '썰전'을 보면서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던 터였고. 그런 찰나에 형제로 만나니 참 끈끈해진다. 얼마 전 하늬는 녹화 안 할 때도 오빠들 걱정할 정도다. 녹화를 거듭하며 형제애가 쌓이는 느낌이랄까. 같이 밥 먹고 얘기하고 하다 보면 정이 딱 든다.

-실제로는 가족이나 형제들 사이에서 어떤가.

▶'사남일녀'에서 부모님들을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데 다들 걱정했다.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저는 저희 엄마한테 '할망구'라고 부른다.(웃음) 실제로는 2남2녀 중 막내인데 제일 큰누나랑 띠동갑일 정도여서 형제간 소통이 많질 않았다. 프로그램에선 제가 둘째라 기분이 남다르다. 알콩달콩한 맛도 있고. 단체 카톡방도 잘 들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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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첫 예능인데다 리얼한 관찰 예능이라 더 주저했을법도 한데.

▶원래 친구들과 가는 캠핑, 산행을 좋아한다. 2박3일 정도면 옷도 한 벌로 갈 정도다. 산에서 고양이 세수 하고 뭐든 적당히 해결하고 하는 데 익숙하다. 워낙 강원도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보다 어려움이 없겠다 싶었는데, 게임에 발목이 잡힐 줄은 몰랐다.(한숨)

-게임은 정말 못하더라. 운이 너무 안 따라줘서 더 웃긴다.

▶원래 게임을 못하기는 하는데, 너무 안된다. 게임 해서 입수자를 정할 땐 물에 빠지기 싫었다. 구라 형을 빠뜨리고 싶었는데 안 되더라. 지고 나서 표정 관리도 안 됐다. 그런데 스태프는 너무 좋아한다.(한숨) 예능신이 들렸다고 하는데 나는 속으로 부글부글. 내 자신에게 화가 다 난다. 왜 이렇게 안되는지 모르겠다. 올해부터 운이 들어온다고 하더니 대체 무슨 운이 들어오는지 모르겠다.(웃음) 시청자들이 재밌어한다니 그건 기분좋은 일이지만, 나는 '내가 왜 이럴까' 계속 이러고 있다. 자신에게 화가 난다.

-강에서 낚시로 문어를 낚았다는 몰카에 속은 '강문어 사건'은 정말 웃겼다.

▶주위에서 어이없어 한다. 그때는 저도 혼이 나가서 몰카라는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나도 눈치가 있는데 그냥 훅 넘어간 거다. 방송엔 편집됐는데 장훈이한테 '강문어라는 게 있어? 검색 좀 해봐' 했더니 장훈이가 또 검색하는 척을 하더라. 그 사이에 또 딴 데서 부르고 하니 정신이 없어 홀랑 넘어갔다. 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 내 인생의 오점이다. 내가 그렇게 어리바리할 줄은 몰랐다. 그거 촬영 끝나고 혼자 담배 참 많이 피웠다.(한숨) 내 자신에게 화도 나고 속상하기도 하더라. '김민종 아직 멀었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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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남일녀' 화면 캡처


-주위 반응은 어떻던가.

▶아니, 그게 관심이 없으면 그럴 수가 있다. 언제 배우 모임에 갔는데 마침 '강문어'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그 중에 김상경씨는 마침 문어 낚는 장면부터 봤다더라. '야, 문어를 낚네. 김민종 낚시 잘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하면서. 그래도 그 이야기를 들으니 위안이 조금 됐다. 조금.(웃음)

-바다에 입수하는 대목은 정말 놀랐다. 맨몸으로 그대로 들어가서.

▶사실 잠수복 슈트를 준비해달라고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더라. 스스로 마음이 불편했다. 거짓말을 하는 것도 같고. 기왕 하는 거 뿌듯하게 하자 해서 그냥 뛰어들었다.

-이제 예능에 입성한지 몇 개월이 지났다. 예능인이라는 수식어가 이젠 자연스럽나.

▶예능인이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지는 않다. 게임에서 지는 스트레스는 있지만, 보는 사람이 즐거워한다는 게 묘한 뿌듯함이 있더라. 내가 뭔가 꼭 승리해야겠다는 악착같은 근성이 좀 없는데, 근성을 키우고 있다. 꼭 이기고 싶은 사람은 김재원이다. 걔가 독사 근성이 좀 있다. 웃는데 아주 얄밉다.(웃음)

-예능 출연 이후 사람들을 만나보면 분위기가 바뀌지 않았던가.

▶찍으면서 스트레스는 받지만 묘한 쾌감이 있더라.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또 그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내가 게임에서 지는 걸 너무 안타까워하시고 보면서 웃으시고 하는 분이 늘어났다. 얼마 전에 가로수길에 즉석 떡볶이를 먹으러 갔는데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강문어 강문어' 하면서 웃더라. '안녕하세요, 강문어 잘 봤어요'하면서. 색다른 기분이더라.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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