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칼럼]오디오와 인생(20)

이광수 / 입력 : 2014.03.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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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B 싱글 스테레오 스페셜 /사진제공=메타뮤직사운드


하루는 용산에 있는 이모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에 물건을 가지고 갔다. 물건을 내리고 차를 주시며 하는 말이 장소가 좁아 큰 곳으로 옮긴다고 하신다. 순간 나는 이 가게를 내가 운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말하기를 그러면 이 가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주인에게 다시 돌려준다고 해서 “그러면 이 가게를 내가 얻읍시다” 하고 옆에 있는 농협에 가서 돈을 찾아 보증금 1400만원을 이 사장님에게 드리고 그때 바로 가게를 얻었다. 서로 잘 알고 믿는 터라 집 주인과는 별도의 계약 없이 가게를 얻고 나중에 계약서를 썼다.

어느날 나는 아침부터 전화기를 잡고 계속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번 미뤄왔지만 어제는 꼭 해결을 보기로 약속을 한 날인데 또 안 되어 오늘은 아침부터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것이다. 계속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나는 전화 걸기를 중단하고 6시간이나 걸려서 그의 가게로 내려갔다. 내가 가게에 들어서자 그는 매우 당황한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그는 나에게 “사장님 죄송해요” 하고는 연신 담배만 물고 있다. 나는 그의 무력함을 보고 무슨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말 몇 마디 나눈 후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올라오는 도중에 천안 톨게이트 조금 못 미쳐 졸음운전으로 앞에 있는 봉고차와 접촉 사고를 내고 말았다. 세게 부디쳤기 때문에 앞에 있는 차가 또 그 앞에 차를 받아 봉고 차는 운전석 문이 열리지를 않았다. 나는 당연히 보험으로 처리하려 했지만 그들은 내일부터 추석 명절이 시작되는데 차 없이 어떻게 지내냐고 해서 120만원을 지불하고 올라왔다.

회사로 돌아오니 또 다른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법원에서 나와 회사 집기와 장비에 압류 딱지를 붙인 것이다. 원래 내가 그에게 받을 금액은 980만원이었다. 하루는 그가 전화를 걸어와 말하기를 자기가 물건을 팔고 2500만원 약속어음을 받았는데 물건값 980만원과 이자를 쳐 1250만원을 사장님이 받고 남은 1250만원은 자기에게 돌려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라도 해결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에 수표를 보내주면 확인해 보고 하겠다고 해서 그가 수표를 보내왔다. 수표는 목동에 있는 OO은행에서 발행된 것으로 어느 건설회사 것으로 확인이 되고 앞에 이서를 한 사람이 세 명이나 있어 나는 1250만원을 그에게 보냈다. 그리고 나는 그 어음을 다른 곳으로 돌려 사용을 하였는데 그 후 이 어음은 부도가 나서 수표 소지자가 우리 회사에 와서 집행을 한 것이다.


나는 할 수 없이 수표 소지자에게 돈을 다 물어 주게 되었고, 이로 인한 손해는 크게 늘어 후에 나는 군산지원을 오가며 재판을 하게 되었다. 약 1년여 만에 승소는 하였으나 끝내 돈은 회수를 하지 못하였고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고 말았다.

아무 대책 없이 가게를 얻어 놓고 월세가 두 번이나 나갔다. 어느날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가게를 얻어 놨는데 생활비 70만원씩 주겠으니 와서 가게를 봐 줄 수 있냐고 했더니 오겠다고 한다. 이사 오던 날 아내한테 회사로 전화가 왔다. 집 주인이 못 들어오게 해서 짐을 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전세보증금이 3500만원인데 잔금 1000만원을 안 줘서 못 들어오게 한다는 것이었다. 차에 짐이 실린 채 식구들과 몇 시간을 밖에서 보냈다고 하며 말을 했다.

나는 할 수 없이 1000만원을 찾아 대신 내주긴 하였으나, 무슨 배짱으로 올라 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돈을 해 주면서 이 사람을 불러온 것이 실수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로 인한 손실이 5000만원이 훌쩍 넘었다.

이런 가운데 용산 나진 상가 가게는 문을 열게 되었고 장사는 시작이 되었다. 조금 부족하고 미비한 것들이 있기는 했으나 시간이 가면서 점차 자리가 잡혀가고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김00도 원래 오디오 가게를 했었던 사람이라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었다. 그 때는 팬토드 골드와 트리니티 프리 그리고 재고 자재가 있었던 지난 모델들도 제품을 만들어 가게를 채우고 영업을 하였는데, 물건이 꽤 나가는 편이어서 혼자 바쁘게 움직였다. 아마 이곳에서 펜토드 골드 앰프를 구입한 사람들이 꽤 많을 듯하다.

하루는 내가 여기 경리직원 하나 더 쓰겠다고 그에게 말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여기는 나 혼자도 충분한데 왜 7,80만원씩 비용을 들이며 사람을 쓰냐고 하며 극구 반대한다. 이야기 중에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그 때 직원 한 명을 더 쓰지 않은 것을 많이 후회하였으며 이로 인해 후일에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어쨌든 그런 중에 장사는 잘 되어갔으나, 그럴수록 나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만 갔다. 손님들이 가게에 와서 기계를 사면 스피커, 턴테이블, 시디 플레이어, 악세사리의 구매와 교환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이 때 생기는 돈은 나에게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앰프 대금만 입금한다. 나는 주로 공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용산 가게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시작하고 얼마 후부터 이러한 거래들이 있는 것을 알았으며, 그래서 사람을 두려고 했으나 그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어느날 아내가 내게 말하기를 그 집 00네가 이사를 갔다고 말해서, 내가 그에게 물어보니 전세금 6000만원을 주고 여의도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2500만원을 가지고 와서 보증금을 6000만원으로 늘려서 갔으니 나중에 고향으로 내려갔을 때는 집을 사 가지고 갔을까?

하루는 가게에 갔는데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다. 누구냐고 물으니 이모 딸이라고 한다. 가게에서 두 번이나 만났다. 얼마 후 나진 상가에 있는 모 사장이 내게 귀 띰해 주었다. 일이 끝나면 OOO전자 사장하고 자주 가는 O집 여자라고...

이후부터 나는 가게를 정리하기로 하고 제품을 올려 보내지 않았다. 임대료도 내지 않았다.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같이 어려워졌다. 결국 1년이 좀 넘어 나는 용산 가게를 접었다. 가게 문을 닫은 후 두 사람의 업자한테 전화가 왔다. 이연구소를 보고 물건을 줬는데 물건 값을 달라고...

어느날 그 지방 어느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 이연구소 앰프를 애용하는 분이다. 김00가 카페를 열었는데 카페 안에 펜토드 골드 여섯 조와 프리 앰프 등 물건이 많이 있다고 말이다. 나는 그가 어떻게 해서 그것들을 챙겨 갔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챙겨 간 것이 그에겐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그곳에 갈 일이 있어 그에게 전화를 해 좀 보자고 했다. 그는 길 옆 커피점에서 보자고 한다. 자기가 운영하는 카페에 내가 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카페를 운영하면서 돈을 다 날렸고 다단계 일로 사람을 모집하러 다니다가 그것도 안되어 그만 뒀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언젠가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혼하고 지금은 아버지 집에 와 있다고...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도 지금 황혼에 접어 있다고.”

/이광수 메타뮤직사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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