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착하기만 한 캔디 연기, 답답했어요"(인터뷰)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 악역 변신..김유정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3.10 15:39
  • 글자크기조절
image
김유정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유정(15)은 '여배우'라 부르기에 부족한 없는 10대다. 2003년 CF로 데뷔한 이래 생의 3분의 2 이상을 카메라 앞에서 보냈다. 여주인공의 아역을 맡은 작품만 해도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 그 자체로 극 초반을 이끌며 뒤이은 성인 연기자들을 긴장시키곤 했다. 동시에 햇살같은 미소로 지켜보는 이들을 무장해제 시켰다.

그런데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에서는 그녀의 미소가 뭔가 다르다. '우아한 거짓말'은 여중생 천지(김향기 분)가 갑자기 세상을 등지고 남겨진 이들이 그녀가 남긴 메시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김유정은 천지의 친구 화연 역을 맡았다. 실제 김유정 또래인 화연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미안하다'며 짓는 예쁜 미소 뒤에 싸늘한 멸시를 숨긴 아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도 늘 외로운 아이. 그만큼 관심과 사랑이 고팠던 아이…. 늘 의로운 캔디로 10년을 살아 온 김유정에게 화연은 몹시 간절했던 캐릭터였다. 시나리오를 받아들자마자 오로지 화연, 지금껏 카메라 앞의 자신과 너무나 다른 소녀에게 빠져들었다. 함께 연기한 22살의 또 다른 여배우 고아성은 "김유정을 보며 '변신은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작품마다 환히 웃는 김유정을 지켜보며 '제법 숙녀 티가 나네'라며 그저 흐뭇해했던 이들은 '우아한 거짓말'의 그녀를 보면 더러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배우로서 한 걸음을 성큼 내디딘 그녀의 성장이 진정 흐뭇할 것이다.

-잘봤다. 이전과 너무 달라 놀랐다.

▶많이 늘었죠?(웃음) 칭찬 많이 들었다. 오광록 선배님이 '많이 고민했지'라며 '그만큼 힘들었을 거다'라고 하시더라. 저는 그만큼 간절하게 그런 캐릭터를 원했다.


-왜 그랬나.

▶저는 계속 착하고 캔디 같은 역할만 맡았다. '해를 품은 달'도 그렇고 '메이퀸', '황금무지개'도 그렇고 늘 착하고 씩씩하고 그랬다. '메이퀸' 때부터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화연은 정말 달랐다. 그런 캐릭터가 없었다. 처음부터 꼭 해야겠다고, 다른 누구 말고 꼭 화연만 해야겠다고 했다.

image
김유정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미국에서 홀로 지내면서 집중하려고 했다고 들었다. 사실 많은 어린 배우들은 본능적으로 연기하곤 한다.

▶저도 엄청나게 본능적으로만 연기하는 애다. 그런데 화연이라는 애는 그 사람이 되지 않는 이상은 표현할 수가 없었다. 정말 어렵다. 향기에게 '미안해 천지야' 하면서 뒷모습을 바라보는 표정을 정말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게 너무 하고 싶었다. 저는 늘 항상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역할만 했다.

-안 들어오던가. 이한 감독은 왜 캐스팅했다고 하던가.

▶그 전엔 찾아주시는 감독님이 없었다. 늘 착한 역할만 하니까 '얘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분들이 많다. 감독님이 찾아주셔서 감사했다. 저는 뭐든지 할 수 있다. 노력하면 안되는 게 없으니까. 감독님은 제 눈이 순수하대요. 순수해 보이는데 안에 뭔가 있는 그런 걸 봐주셨나보다. 감사드린다.

-'우아한 거짓말' 이후 연기에 재미가 붙은 것 같다. 단막극 '곡비'도 신선하다.

▶내가 이런 캐릭터를 해 봤구나 하는 기분이 들고 좀 더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그 동안 답답했는데 이제 배우로서 한 걸음을 뗀 기분이었다. '이번엔 더 잘해야지' 하는 욕심이 막 난다. '곡비' 역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캐릭터다. 상가에서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다. 옛날에는 운다는 게 천한 일이어서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사고 팔기도 했었다더라. 드라마 자체도 그렇고 캐릭터도 재밌고 매력이 있었다.

-여주인공의 아역을 주로 해서일까, 여성스럽고 예쁜 아역 여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여성스럽지 않고 좀 털털하다. 그래서 저한테 그런 역할이 들어오는 게 신기하다. 여성스럽게 살고 예쁜 옷 입고 하는 거야 좋다. 하지만 당연히 다 연기다. 오히려 원래 말이 없는 편인데 일을 하면서 점점 많아졌다.

-사춘기는 지나갔나.

▶사춘기가 지나가지는 않았지만 폭풍은 지나갔다. 엄마랑도 진짜 많이 부딪쳤다. 미국에서 혼자 지내냈는데 다녀오고 나니 차분해지고 여유로워졌다. 촬영이 없는 날엔 아무거나 먹고, 혼자 하고픈 것 하며 지냈다. 살이 찌긴 하더라.

-잘 먹나보다.

▶패스트푸드, 기름진 음식도 잘 먹는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서 식단 조절을 좀 했다. 키도 커야 하고. 남들한테 보여지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안 했으면 정말 뚱뚱했겠구나 싶어서. 먹는 걸 정말 즐긴다. 살고 있으니까 먹는 게 아니라 '난 먹기 위해 태어났어' 할 정도로. 밥도 한 자리에서 3~4그릇 먹기도 한다.

image
김유정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빨리 어른이 돼서 성인 여배우가 되고 싶나.

▶지금이 좋다. 어른이 안 됐으면 좋겠다. 딱 지금이 정말 좋은 것 같다. 어른이 되면 책임감이 늘어나니까,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싫다.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는 지금이 좋다. 복잡하다.

-혹시 연애는?

▶연기로 간접 경험이 많다. 그걸로 만족한다.(웃음) 진짜 결혼할 사람 만나서, 좋은 사람이랑 하고 싶다. 지금은 저를 가꾸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또 아직은 판단력이 부족하니까. 사실 중요한 건 귀찮다. 집에 들어가면 바로 자고 뒹굴거리는 게 좋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캔디 역할이 다시 오면 또 맡고 싶은지.

▶아직은 없다. 캔디 역할이 오면 당연히 또 해야지. 이미 화연이라는 캐릭터를 했고, 그러고 나서도 다른 걸 할 수도 있다. 불러주실 거라고 믿고 있다. 캐릭터가 좋고 작품이 좋으면 물론 해야지. 저한테 도움이 되는 거니까.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