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식 독설 '힐링', 따끔한 소독약도 필요한 법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4.02.04 09:08 / 조회 :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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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시청자 특집 / 사진='힐링캠프' 방송화면


때론 달달한 위로보다 쓴 충고가 약이 된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돌직구 철학자' 강신주 박사와 함께 한 시청자 특집으로 꾸며졌다. 강신주 박사는 고민을 털어 놓는 시청자들에게 예상외의 독설과 직구를 날리며 기존 '힐링캠프'와는 다른 분위기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참석한 시청자 가운데에서는 3명이 고민을 상담했다. 결혼을 하고 싶다는 43살 여성과 배우의 꿈을 놓아야할지 고민이라는 28살 남성, 아버지가 혼자서 잘 지낼 방법을 묻는 25살 여성이었다. 이들은 각각 결혼과 꿈, 가족의 사랑에 대해 물었고, 이는 많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민들이었다.

강신주 박사는 이들에게 냉철한 충고를 했다. 선만 60번, 결혼 무산만 3번, 49일 기도까지 했지만 결혼하지 못했다고 고백한 미화씨에게 강 박사는 "사랑을 원하느냐, 결혼을 원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녀는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다.

강 박사는 첫 만남에서 직업을 본다는 그녀에게 "왜 결혼으로 바로 가려고 하느냐. 스스로 사랑할 준비가 돼 있느냐로 질문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사랑은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흉내 내면서 살 거냐"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결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우선 사랑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전직 '힐링캠프' FD였던 김성수씨는 배우의 꿈을 꿨지만 계속 된 실패에 이제 포기해야할지를 고민했다. 강 박사는 "정말 배우가 되고 싶으냐"고 물은 뒤 그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정말 배우가 되고 싶다면 왜 포기를 하느냐"도 재차 물었다.

"나중에 당신 아이가 아빠는 꿈이 뭐였느냐. 왜 배우가 안 됐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할 것이냐"는 강 박사의 질문에 성수씨는 "내 연기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것"이라고 어렵게 답했다. 강 박사는 "마치 배우가 됐던 것처럼,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 않느냐"며 "꿈을 포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순간은 그 꿈을 이룬 후다. 꿈을 품었으면 이뤄야한다. 이후에 포기할 자격이 생긴다"고 말했다.

"은퇴한 아버지가 가족에 너무 집착해 아버지가 외롭지 않고 잘 지낼 방법을 찾고 싶다"는 홍수진씨의 사연을 읽은 강 박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수진 씨는 스스로 아버지를 사랑하는지 되물어봐야 한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이 사연은 '아버지가 혼자 잘 지내면 내가 안 놀아줘도 된다'는 말이다. 방법은 하나다. 아버지를 제거할 방법을 찾든가, 수진씨가 떠나든가"라고 폭탄발언을 했다. 이어 "내가 알던 아버지는 늦게까지 일하고 피곤에 지쳐 잠들던 사람인데, 지금 낯선 사람이 와 있는 셈. 아버지가 일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연자 홍수진 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강신주는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물었고 홍수진 씨는 "아버지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강 박사는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아야하고 그러기 위해 많은 것을 함께 해 봐야한다. 지금 수진씨의 아버지 또한 수진씨와 가까워지고 싶어 자꾸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공감한 방청객들이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렸다.

강 박사는 "상담을 해보면 모두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며 "돈을 많이 벌고, 좋은 몸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사랑받기 위한 욕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이기적인 인간이라도 사랑은 한다. 상대방을 위해 나의 외투를 벗어줬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은 있다. 그런 경험이 곳곳에 퍼져 나가면 사회는 좋아지는 것"이라며 "좋은 사회는 사랑을 보장하지만, 나쁜 사회는 경쟁을 조장한다. 자유롭고 성숙하며 맨 얼굴을 보일 수 있는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 팍팍한 사회일수록 힘들다는 이유로 사랑과 자유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해 여운을 남겼다.

이날 '힐링캠프' 시청자 특집은 출연자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에 웃고 울며 교훈을 얻었던 기존의 방송과는 사뭇 달랐다. 시청자들에게 쓴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출연자를 초대, 시청자들의 고민을 듣고 이에 대해 '돌직구' 충고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인생에서 많은 것을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것은 나와 우리의 고민이기도 했다.

강 박사식 상담은 '힐링'이라는 것이 꼭 상냥하고 따뜻한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했다. 진정한 힐링(치유)을 위해선 소독약의 따끔함을 참아내야 한다. 자신의 맨얼굴을 직시하게 하는 그의 따끔한 조언들은 그간 '힐링캠프'에서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최보란 기자 r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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