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뺨치네..'겨울왕국' 더빙판 뒷이야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1.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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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겨울왕국' 스틸컷


디즈니가 올 겨울 한국 극장가에 또 하나의 왕국을 만들 기세다. 디즈니의 신작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333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 중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겨울왕국'이 바탕이지만 캐릭터며 줄거리는 완전히 뜯어 고쳤다. 흥미롭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무엇보다 귀에 쏙 들어오는 OST가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돋보이는 건 한국 성우진이 참여한 더빙판. 더빙판은 어린이 용이라는 해묵은 편견 따위는 버려도 좋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수준급 더빙과 귀를 사로잡는 한국어 버전 수록곡이 어우러졌다.

'겨울왕국'의 두 주인공은 아렌델 왕국의 공주인 언니 엘사와 동생 안나. 한국 더빙판에서는 성우 소연이 엘사, 성우 박지윤이 안나 역의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박지윤은 '겨울왕국'에 앞서 2010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에서 라푼젤의 목소리를 연기한 주인공. 성우이면서 극중 안나가 부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사랑은 열린 문(Love Is An Open Door)' 등 OST 수록곡까지 직접 부른 능력지다. '라푼젤' 당시에도 노래에 참여했다고. 성악 전공자의 강점을 살렸다는 후문. 안나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살린 박지윤의 더빙과 노래에 대한 국내 관객의 평가도 후하다.


신비한 힘을 가진 언니 엘사의 목소리를 맡은 소연은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의 히로인 바넬로피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다. 발랄하고 경쾌한 안나와는 다른 분위기의 여성스러움을 표현했다. 노래는 뮤지컬배우 박혜나가 맡았다. 뮤지컬 '위키드'에서 초록마녀 엘파바 역을 맡아 주목받은 파워풀한 가창력의 소유자다. 한창 차트를 강타하고 있는 주제가 '렛 잇 고(Let It Go)'는 한국어 버전 '다 잊어'로 다시 태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해외 음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국내 차트를 휩쓴 오리지널 '렛 잇 고'를 부른 이디나 멘젤도 뮤지컬 '위키드'의 초록마녀 역할로 주목받은 스타라는 점이다.

100% 한국어 화를 고집한 번역 때문에 '다 잊어'가 되어버린 주제가 하이라이트가 못내 아쉬운 관객이라면 씨스타 효린이 부른 엔딩곡을 들어보시길. 극의 진행과 맞물려 돌아가는 극중 박혜나 버전과 달리, 효린 버전 엔딩곡은 한국어 가사지만 '렛 잇 고'라는 세 마디만은 팝의 느낌을 살려 영어 원곡 가사를 그대로 썼다. 1999년 '뮬란'에 참여한 박정현에 이어 15년만에 디즈니 OST에 참여한 한국 가수가 된 효린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시원한 가창력을 과시하며 마지막까지 객석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개봉 전 노래를 미리 들었던 디즈니 본사 측도 크게 흡족해했다고. 아쉽게도 효린 버전 '렛 잇 고'는 음원이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의 대박과 함께 음원 출시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니 기대를 걸어본다.

더빙판에 참여한 이들의 면모는 이밖에도 화려하다. 특히 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 더빙이 대거 참여했다. '풍월주'에서 열 역을 맡은 정상윤은 순록 스벤과 늘 함께하는 아이스맨 크리스토프의 노래를 불렀다. 트롤 불다는 '고스트'에서 오다메 역을 맡은 정영주가, 한스는 '모차르트!'에서 레오폴트로 열연한 윤숭욱이 노래를 맡았다. 올라프의 목소리는 더빙과 노래를 함께한 성우 이장원의 솜씨. 참, 안나가 부르는 '같이 눈사람 만들래?(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에서 어린 안나의 대목은 윤승욱의 실제 딸인 윤시영이 불렀다. Mnet '보이스코리아 키즈'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주인공이다. 참, 크리스토프의 목소리 연기를 펼친 성우는 장민혁이다. 최근 KBS에서 뜨거운 화제 속에 시즌3을 선보인 BBC 드라마 '셜록' 더빙판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분한 주인공 셜록 홈즈 목소리를 연기하며 또한 화제가 됐다.


완성도 높은 더빙 버전의 힘 때문일까. '겨울왕국'은 자막이 들어간 오리지널 버전과 더빙판이 고루 인기를 모으고 있다. 300만 관객 돌파 당시 기준으로 오리지널 자막판이 1483회 상영돼 약 149만 명, 더빙판이 1572번 상영돼 약 163만 명 관객을 불러들였다. 백분위로 따지면 자막 대 더빙의 관객 비중이 47.4대 52.3에 해당한다. 영화 관계자는 "더빙판은 아이들이 보고 자막판은 어른들이 본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자막판으로 먼저 영화를 본 관객들이 더빙판을 다시 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며 "부모님들이 어린 자녀들에게도 자막판을 보여주는 경우 역시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개봉 12일만에 333만 관객을 넘어선 '겨울왕국'은 무서운 기세로 설 연휴를 향해 가고 있다. 2011년 '쿵푸팬더2'가 세운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 506만 명을 넘어설 수 있을지, 오랜만에 자존심을 세운 디즈니의 저력이 어디까지 발휘될 지 관심이 쏠린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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