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 "'변호인' 흥행, 다행이다..반갑다"②(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1.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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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800만명을 넘어 천만고지로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영화 '변호인'. 영화를 둘러싼 많은 말들의 중심에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있다. 하지만 양우석 감독은 데뷔 감독인데도 지금까지 무대인사는 할지언정 언론사 인터뷰는 고사해왔다. 말이 말을 낳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했는지, 양우석 감독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양우석 감독에게 이런 것도 물어봐야 할지 싶은 것들부터, 이런 것은 꼭 물어봐야 할 것까지 다양한 질문들을 던졌다. 그는 신중하고 진중하고 차분하게 답했다. 길고 긴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한다.


-법정 장면이 에필로그까지 포함하면 여섯 번이다. 법정 장면이 반복되면 지루할 수 있는데 그런데도 긴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고문장면이라든지, 여러 설계가 잘 돼 있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법정영화가 쉽지 않다. 지루하다고 느끼기 쉬우니깐. 다행히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같은 좋은 법정영화 선례가 있어서 관객이 더 잘 받아준 것 같다. 법정 장면을 지루하지 않도록 각 장면마다 특색이 있도록 기획했다. 첫 공판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2차 공판은 '역사란 무엇인가' 이야기로 현실감을 살리고, 3차 공판은 고문장면을 보여줘 피고인의 아픔을 전하려 했다. 4차 공판에선 주인공과 상대역의 대립을 보여주고, 5차 공판은 법정영화에선 마지막에 주는 반전을 주려했다. 양심선언으로. 에필로그 공판 장면은 이 사람이 공감을 얻었던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상업영화로 장르적인 특성을 잘 고려한 것 같은데.


▶상업적인 완성도도 있지만 이 영화를 잘 못 만들면 논란은 논란대로 일으키고 피해는 피해대로 입힌다는 긴장감이 컸다. 촬영장에서 모두가 그런 긴장감을 공유했다. 그래서 흥행이 잘 된다는 소리를 들어도 아직 그런 긴장감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임시완 고문 장면 촬영이 쉽지 않았을텐데.

▶'남영동 1985' 같은 영화에서 촬영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최대한 임시완을 보호하면서 찍었다. 예전에 서로 친한 교수님 두 분과 유명 문인이 평소와는 달리 술만 마시면 심하게 싸운다는 소리를 듣고 그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다른 분이 이야기해주길 세 분이 과거 고문을 받고 서로 저 사람이 저랬다고 진술서를 쓴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 고문 때문에 그랬다는 걸 서로 잘 알지만 술을 마시면 그 때 감정이 올라와 싸운다는 것이다. 너무 가슴 아팠다. 30년 전 일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게. '변호인'에서도 그런 모습을 담고 싶었다.

-영화 에필로그 장면에서 부산 지역 변호사 142명 중 99명이 참여했다는 자막은 실제와는 다르다고 하던데.

▶99명이 참여한 건 맞다. 실제로는 부산,울산 지역 변호사 160여명 중 99명이었다. 자료가 없어서 당시 부산지역 변호사 명부를 보고 한명한명 셌다. 우선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변호사가 적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나 이 사람이 공감을 얻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바타'를 보고 누군가 이 영화가 뭔 이야기야"라고 하자 다른 사람이 "그래서 큰 차를 타라는 소리"라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변호인'이 이런 식으로 끝맺지 않으면 "거봐, 결국 잘 나던 변호사가 괜히 헛짓해서 저렇게 됐잖아. 세상이 바뀌는 줄 알아"라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

-헌법 1조라든지, 가난하다고 민주주의 못한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든지 명대사로 회자되는 게 많다. 하지만 이라믄 안되는거잖아요 정도를 제외하고 그런 대사들은 사실 구어체라기보단 문어체다. 송강호가 워낙 잘 해서 그렇지, 주인공이 영화 주제를 직접 전하는 게 자칫 위험할 수도 있었을텐데.

▶나는 '사계의 사나이'나 '인사이더'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신념을 지키는 이야기. 이런 영화들의 특징이 돌려 말하지 않는다. 이라믄 안되는 거잖아요는 내가 황지우 시인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라는 시를 좋아한다. 거기에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 표현을 담은 것이다.

-지난해 재능 있는 신인감독들이 대거 쏟아졌다. 그들은 앞세대 감독들과 달리 상업영화에서 의미를 강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양우석 감독은 그들과 또 다르다. '변호인'은 고전적인 느낌이 강한데.

▶일단 나이가 다르니깐. 같이 영화 시작했던 친구들은 이미 영화를 접고 다른 일을 하는 나이가 됐다. '변호인'은 투박하게 인물을 따라가자고 생각했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 말자고 했고. 그런 장면은 다 덜어냈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더 강조했다면 눈물을 짜낼 수는 있었겠지만 그런 장면은 피했다.

-마지막 공판에서 카메라가 변호인과 검찰, 재판부, 방청객까지 다 돌아가면서 잡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그런 의도였나.

▶누구를 더 강조해서 억지로 감정을 끌어올리기보다 다양한 시선을 담고 싶었다. 세련되게 만들어서 선동을 할 생각은 없었다. 찍다보니 분노를 만들긴 쉽지만 오해와 편견을 깨고 이해와 성찰로 가서 공감을 얻는 건 무척 힘들다고 생각했다. 비웃던 사람이라도 공감을 이루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변호인'을 보고 여러 반응이 나왔는데 어떤 게 가장 인상적이던가.

▶무대인사를 하다보면 삼대가 와서 같이 오신 분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게 가장 기뻤고 인상적이었다.

-'변호인'을 영화 이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은데.

▶거기에 비극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또 영화는 싸이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카프카 식으로 이야기하면 얼음호수를 얼음도끼로 깨는 것과 같다. 도끼로 내려치면 얼음 밑의 고기들은 봄이 온다는 걸 알게 된다. '변호인' 역할도 싸이렌과 같다고 생각한다.

-제작부터 개봉까지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는데 소회가 있다면.

▶다행이다. 그리고 반갑다. 나는 잃을 게 없으니깐 두려움도 없었다. 이 영화는 쏠 때는 화살인 줄 알고 쐈는데 알고 보니 새였던 것 같다. 자기 스스로 막 날아다닌다. 난 촬영현장에서 늘 나를 속이지 말자고 되 뇌였다.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고, 배우와 스태프, 주위사람들의 공이라는 걸 잊지 말자고.

-다음 작품은.

▶영화든 웹툰이든 호기심이 이는 걸 하고 싶다. 다만 '변호인'이 만드는 데 긴장감이 너무 컸으니 차기작은 좀 그런 긴장감은 덜 했으면 한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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