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17)권영찬 'Op.01'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12.29 08:15 / 조회 : 7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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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여리게 때로는 모질게 몰아치는 자연의 마음을 담은 'Op.01'은 올 한 해 유통된 수많은 앨범 중 기억에 남는 타이틀 중 하나이다.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게 했던 앨범 말이다. 사무실에서 뮤지션이 누군지 모른 채 앞으로 유통될 노래들을 랜덤으로 듣고 있을 때 유난히 귓가에 맴도는 곡이 있어 들여다보니...

머리로는 기억을 못해도 몸은 기억을 하고 있다는 말처럼 '그'는 재작년 오뙤르라는 홍대의 유명한 클럽에서 유재하가요제 출신 뮤지션들의 기획 공연을 떠오르게 했다. 그때 출연했던 실력있는 많은 뮤지션 중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뮤지션이었던 '그'. 당시 미러볼뮤직 뮤지션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유통을 담당하고 싶었다.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2013년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넘어갈 때 즈음 ‘그’가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새로운 앨범을 미러볼에서 유통을 하고 싶다며 찾아온 낯이 익은 ‘그’는 바로 권영찬이었다."(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

싱어송라이터 권영찬이 지난 9월 낸 첫 미니앨범 'Op.01'. 여기에 담긴 '햇살을 닮아' '산책' '바람, 노래' '새벽' '별' '남쪽바다' 6곡은 '당신'을 위한 OST다. 트랙 순서는 상관없다.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바람, 노래'가 맨 마지막에 와도 상관없다. 또한 '당신'이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어도, 이제 막 사랑을 떠나보냈더라도 상관없다. 새롭게 시작하려는 하루가 힘들게 느껴져도 상관없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스스로가 대견해도 상관없다. '당신'은 그저 20대이기만 하면 된다. 조그만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감촉, 어슴프레한 새벽이 얼굴에 닿는 감촉에도 모-오-든 세포가 반응할 수 있는 그런 20대면 된다.

마찬가지다. 권영찬이 2007년 제18회 유재하경연대회 은상 수상자이고, 김예림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의 편곡자라는 것은 몰라도 좋다. 또 '햇살을 닮아'에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정은채가 듀엣보컬리스트로 참여했다는 것도 사실 크게 상관없다. 그저 노래가 흘러나오는 대로, 가사, 멜로디, 기타소리, 피아노소리, 그리고 편안하게 말하듯 부르는 보컬에 귀를 기울이면 되니까. 그곳이 안락한 카페든, 갑갑한 버스안이든, 풍광 좋은 산책로이든.

1편 '햇살을 닮아'. 당신은 사랑에 빠-졌-다. 그것도 갑자기 찾아온 사랑. 기타와 피아노 소리마저 싱그럽고 달콤하다. 그 이상순(기타)과 하비누아주의 전진희(피아노)가 사랑에 빠진 당신을 축하해준다. 가사는 더 싱그럽다. 이제 막 시작한 사랑에 가슴 저리고 행복해 할 바로 당신의 마음을 담았다. 분명 당신의 연인 목소리를 빼닮았을 정은채가 옆에서 불러주는 이 노래. '햇살 가득한 오늘 하루 오래된 자전거 바퀴를 굴려보네/ 찬바람이 내 볼을 스쳐가고 눈앞에 펼쳐지는 저 하늘은 나의 거리/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목마름에 눈을 떠보니/ 햇살을 닮아 눈부신 빛나는 너의 미소가/ 이렇게 내게 온 거야 저 하늘을 나는 것 같아/ 널 마주친 기막힌 우연 이렇게 내게 온거야..'

2편 '산책'에서 들리는 기타소리(임헌일)는 더 활기차졌다. 권영찬의 보컬 역시 좀 더 생기있고 윤기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너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플레지르 다 무르'(plaisir d'amour. 사랑의 기쁨)라는 거다. '우리 조금 걸을까 두 손을 꼭 잡고 푸른 이 길 위를 걷자/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흔들리는 너의 머릿결/ 이대로 충분해 이대로 충분해 / 난 너만 있으면 돼 언제나 우리 함께 걸어갈 수 있다면..' 맞다. 지금 당신은, 이제 막 시작한 사랑 덕분에, 촉각 시각 후각 청각 모든 감각이 활짝 열린 것이다.

하지만 '플레지르 다 무르'는 곧 '트리스테스 다 무르'(tristesse d'amour. 사랑의 슬픔)인 것을. 어제의 하늘과 햇살과 달과 별과 바람이 오늘은 영 다르게 느껴진다. 당신은 더 힘들다. '..차가운 새벽별/ 꼭 잡았던 꿈들이/ 가난하던 우리 버틸 수가 없어/ 스러져가던 더 나약했던 나/ 내가 먼저 떠날게 날 저주하고 욕해/ 비겁하게 미워하게 나를/ 조금도 남김없이 날 비워내/ 조금도 남김없이 날 비워내/ 내 사랑은 저 별이 되었네'(5편 '별'). '마음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서툴러 왜 내겐 어렵기만 할까../ 힘이 들 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전히 나는 모르겠어/ 여전히 익숙하지가 않아 외롭게 웅크린 이 새벽이'(4편 '새벽').

힘든 당신, 믿을 건 자연의 품뿐이다. 언제나 변함없이 넉넉하게 '나'를 받아줄 유일한 존재로서 자연. 6편 '남쪽 바다'에서 당신은 그 자연의 넉넉한 품에 발가벗고 기댄다. 이런 의미에서 당신은, 이제 20대에 불과한 당신은,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그리고 권영찬이라는 이 20대 후반 싱어송라이터의 감수성은 어쩌면 매우 위태롭다. '..푸른 숲길 너머로 쉼없이 노래하는 그 바다로/ 날 데려가주오 이렇게 지쳐있던 나를/ 아픈 기억들로 무너져가도/ 긴 시간을 지나 또다시 그대 앞에 선 내게/ 말없이 그대 품에 잠들게 해주오'.

긴 여정이었다. 사랑의 순간에 달떴던 당신, 순간 같은 사랑에 참혹했던 당신, 이제는 스스로를 격려하게 됐다. 이런 당신이 부르는 곡, 이런 당신을 위한 곡이 바로 3편 '바람, 노래'다. 바람이라는 것은, 때로는 그렇게 차갑고, 때로는 이렇게 보드라운 것이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내게 스며드는 바람 불어오던 노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조용히 내게 속삭이네 수고했어 정말../한 줌의 위로를 꼭 품고서 또다시 오늘을/ 더 나은 내일을 찾아 또다시 오늘을 걸어가네'. 앨범 타이틀곡답다. 노랫말에 그동안 가렸던 사운드까지(어쩌면 게인 자체가) 보란듯이 활기를 되찾는다. 진공관앰프로 말하면 EL34에서 KT88로 바꾼 느낌. 이 3번트랙으로 인해 'Op.01' 앨범 전체가 활력을 얻는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20대 싱어송라이터의 첫 앨범, 이 '바람, 노래'에 신세 많이 졌다.


cf. [대놓고인디]2013 올해의 음반 20선 =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②옥상달빛 2집 'Where' ③민채 EP 'Heart of Gold' ④프롬 1집 'Arrival' ⑤장미여관 1집 '산전수전 공중전' ⑥불독맨션 EP 'Re-Building' ⑦비둘기우유 2집 'Officially Pronounced Alive ⑧어느새 1집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⑨김바다 EP 'N.Surf Part.1' ⑩야야 2집 '잔혹영화' ⑪라벤타나 3집 'Orquesta Ventana' ⑫서상준 EP 'Wannabe' ⑬10cm EP 'The 2nd EP' ⑭강백수 1집 '서툰말' ⑮윤석철트리오 2집 'Love Is A Song' 16. 선우정아 2집 'It's Okay, Dear' 17. 권영찬 EP 'Op.01'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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