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서 죄송~ 2013 뒷통수 친 흥행작들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11.20 10:14 / 조회 : 4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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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도 관객들의 한국영화 사랑은 계속됐다. 사상 첫 한국영화 관객 1억 명 시대를 맞았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억 명 넘는 관객이 한국영화를 관람했다. 1억 돌파 시점도 지난해에 비해 1달 반 정도 앞당겨졌다. 무엇보다도 연초부터 굵직한 흥행작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 큰 몫을 했다. 예고된 우량아들이 선전을 펼쳤거니와 비교적 적은 예산이 투입된 의외의 흥행작들도 쏟아졌다. 특히 관객의 허를 찌른 흥행작들의 연이은 탄생은 올해의 극장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1200만 '7번방의 선물'부터 209만 '몽타주'까지, 몰라봐서 미안했던 올해의 흥행영화들, 무엇이 있었을까.

◆'7번방의 선물'

2013년 개봉작 1위. 올해가 다 지나려면 아직 한 달이 훨씬 넘게 남았지만 '7번방의 선물'을 깨는 작품이 등장하긴 어려울 것 같다. 지난 1월 23일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은 설부터 봄방학 시즌까지 롱런하며 무려 1281만 관객을 모았다. 바보 아빠의 교도소 육아기를 다룬 순제작비 38억 '7번방의 선물'이 이처럼 대박을 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환경 감독은 전작 '챔프'로 흥행에서 쓴 맛을 본 터였고 류승룡은 첫 주연. 흉악범이 있는 교도소에 어린 딸을 데려온다는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게도 보였다. 더욱이 한 주 뒤엔 액션대작 '베를린'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딸바보 아빠 류승룡과 깜찍한 갈소원, 따뜻한 교도소 동료들이 그려가는 따뜻한 이야기는 첫 주부터 대박을 쳤다. 유쾌한 코미디로 시작해 눈물까지 뽑아내고 마는 끈끈한 부성애가 그대로 관객과 통했다. '7번방의 선물'은 가장 적은 제작비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1000만 영화로 기록됐다. '웃음과 감동'이란 전통의 흥행코드가 재확인된 순간이었다.

◆'숨바꼭질'

늦여름의 승자 '숨바꼭질'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는 '남의 집에 숨어들어 제 집인 듯 하는 사람들'이란 도시괴담을 차용한 스릴러물로 지난 8월 14일 관객을 만났다.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한창 흥행 피치를 올리던 때였다. 스타의 부재와 저예산이란 핸디캡을 안고 있던 '숨바꼭질'은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주인공 손현주는 지난해 연기대상을 받긴 했으나 스크린에서 처음으로 늦깎이 주연을 맡았고, 순제작비는 25억 원에 불과했다. 충무로 상업영화 제작비의 하한선에 가까운 금액이다. 그러나 이 회색빛 아파트 스릴러는 불과 개봉 나흘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무섭게 질주했다. 일상의 공간을 긴장을 넘어선 공포의 공간으로 바꿔놓은 숨막히는 스릴러는 공포영화 대체 효과까지 누렸다. 560만이란 최종 성적은 '살인의 추억'의 505만을 10년 만에 깬 스릴러 최고 흥행 기록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북한에서 내려보낸 꽃미남 간첩이 바보로 위장해 우리 동네에 산다?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누린 웹툰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진다 했을 때만 해도 많고 많은 웹툰 원작 영화의 하나려니 했다. 그러나 김수현을 필두로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인터넷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 넷심이 고스란히 관객의 발길로 이어질 줄이야. 실로 폭발적인 기세로 문을 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첫 주말 무려 35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고, 초여름 관객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최종 관객은 695만 명. 올해 전체 개봉작 중 현재 6위에 해당한다. 김수현 이현우 박기웅으로 이어지는 꽃미남 간첩 라인이 일단 10대, 20대를 사로잡았다. 여자친구, 딸의 손에 이끌려 간 남성 관객도 상당했다. 지난해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빅히트 이후 영화 '도둑들'로 스크린에 안착했던 김수현은 충무로 20대 대세로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박수건달'

박신양 주연의 코미디 '박수건달'의 선전은 '7번방의 선물'과 더불어 올해 초의 사건 중 하나였다. 비록 '7번방의 선물'의 대박 흥행에 빛이 가리긴 했지만 2013년 시작과 함께 개봉한 '박수건달'의 누적 관객은 무려 389만 명. 한때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나 이제는 철 지난 조폭 코미디가 과연 통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도 컸다. 그저 그런 B급 코미디란 냉소도 있었다. 그러나 개봉 이후엔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무당이 된 조폭이라는 코믹한 설정에 박신양을 앞세우고 눈물의 모성애 코드를 더한 '박수건달'은 철저한 흥행코드로 무장한 코미디였다. 그리하여 관객과 통하는 데 성공. 389만이란 스코어는 올해 개봉작 전체 12위, 한국영화 1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몽타주'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15년 전 사라진 유괴범을 잡으려는 어머니와 형사의 쫓고 쫓기는 추적. 그러나 엄정화 김상경이 합류하기 전 '몽타주'는 수년째 충무로를 돌고 돌다 그대로 사라질 뻔 했던 이야기였다. '아이언맨3'의 바람이 아직 식지 않은 5월, 그때만 해도 적은 예산에 신인 감독이 연출하는 스릴러를 주목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쫀쫀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명연기를 관객은 놓치지 않았다. '몽타주'는 과거와 현재, 스릴러와 모성애를 버무린 작품으로 209만 관객의 지지를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여주인공 엄정화는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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