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깡철이', 내가 생각하는 남자다움의 답"(인터뷰)

영화 '깡철이'의 유아인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10.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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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540만 관객을 사로잡은 순박한 고등학생 '완득이' 이후 2년, 유아인(27)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적어도 영화 속에선 현실보다 족히 갑절은 더 나이를 먹었다.

개봉 첫 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새 영화 '깡철이'(감독 안권태·제작 시네마서비스 더드림픽쳐스 팝콘필름)에서 유아인은 부산의 부두 노동자 강철 역을 맡았다. 몸이며 정신이며 성한 곳 하나가 없는 어머니를 모시면서도 싫다 소리 한번 않고 살아가는 속 깊은 청년이다. 영화는 어머니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치기어린 친구 때문에 조직폭력배와 엮이지만 그 와중에도 죽는 소리 한 번 안 하는 우직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찌 보면 철 지난 사나이 조폭 영화, 어찌 보면 잠시 잊고 순수와 진심의 휴먼 드라마다.


"전통적인 소재들에 관심이 많아요. 한 때 붐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트렌드에서 벗어 난 순수하고 예쁜 마음들. 모정, 형제애, 젊은 남자의 열혈 성장기…. 단어만 들으면 통속적이고 진부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올드하다고 하지 말고 클래식하다고 하면 안될까요. 그걸 재해석하고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길 바라요. 클래식과 유아인의 크로스오버랄까, 가치있는 소중한 것들을 유아인이란 배우를 통해 소개하고 싶어요. 틀림없이 '올드'할 수 있지만 감히 그것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스스로 전통의 테마에 꽂힌 배우라지만 사실 스크린 밖 유아인은 '올드'와 거리가 먼 이미지의 소유자다. 10대 20대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니는 미남 스타에다, 옷 잘 입는 남자로 명성이 자자하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선보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패션지며 각종 브랜드들이 여전히 군침을 흘리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맞아요. 사실 나는 트렌디한 애인데, 그게 맞는데.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 같은 거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요. 간지럽게 '뿌잉뿌잉' 이런 것도 잘해요.(웃음) 그런데 그런 것도 어찌 보면 정형화돼 있잖아요. 배우의 고유함이란 건 뭘, 누구를 만나든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제게 있어요. 거기에 대한 집착도 있어요. 누군가 '깡철이'를 진부한 선택이라 할 수도 있죠. '왜 이렇게 진부한 선택을 했냐'고요? 그건 누구보다 신선한 역할을 하고 싶어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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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영화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깡철이'가 새롭게 다가오는 지점, 그 8할은 유아인의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크린 밖에서는 이토록 매끈한 자태를 자랑하는 20대 배우를 통해 몇 마디 거친 사투리를 겨우 내뱉는 부산 사내의 투박한 진심이 전달된다. 그것만으로도 시선을 붙든다.

"'깡철이'가 아마 유아인이 생각하는 진짜 사나이일 거예요. 많이, 오랫동안 고민했던 주제고 화두였고요. 제 또래에서는 그나마 남성적으로 어필하는 위치가 됐지 뭐에요. '내가 누구인가' 고민하듯 '남자다운 게 뭘까' 생각했어요. 군대 가야 진짜 사나이인가, 싸움을 잘해야 진짜 사나이인가. 그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유아인은 거들먹거리고, 목소리 깔고, 어깨 힘주고, 눈에 힘주는 '허세'로 대변되는 '사나이'들의 이미지를 두고 "징그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폼 잡으면서 '의리, 의리' 하는 게 남성성이 아니라 솔직하고 진득하게 마음먹은 걸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옮기는 것이 남성성이 아닐까 싶다"면서. 스스로도 연기 안팎에서 자신을 순수하게 꾸밈없이 드러내려 애쓴다고 말했다.

"제가 보여드리는 게 100% 저 자체는 아닐 거예요. 저도 제가 가진 것보다 더 예쁘게 보이고 싶고,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잘 보이고 싶고, 조금 더 포장해서 사랑받고 싶은 존재예요. 다만 그 포장이며 과장을 줄이고 싶어요. 내가 연기를 하는 것처럼 '내뱉은 말 한마디에도 진실성이 있느냐'는 게 제게는 중요한 문제예요.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요. 스스로를 구속하는 셈인데, 그건 제 삶의 방식, 사고의 방식이기도 하고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데 거침없는 유아인의 또 다른 면모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몇몇 스타들이 SNS 때문에 때 아닌 구설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혹자는 'SNS는 인생의 낭비'라 하지만 유아인은 고개를 저었다. "수많은 시간 중 민망할 정도로 작은 짧은 순간을 투자해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할 뿐"이라며.

"계속 할 거예요. 실수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그건 그냥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거잖아요. 나는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실수를 줄여나가려고 애쓸 것이고, 유명인이라는 말의 가치도 알고, 또한 그에 따르는 폐해나 누군가 달려들어 칭찬하고 씹고 기사가 나는 현상도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해 낼 거예요. 개인의 욕심이기도 하고요. 그건 배우라는 이름에 갇히지 않겠다, 족쇄에 굴하며 살지 않겠다는 반발심이 투영되는 것이기도 해요. SNS를 한다는 게 문제는 아니잖아요. 제 생각을 밝히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놀기도 하는걸요. 그게 별건가 되묻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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