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 대표 "'설국열차', 스타르타쿠스 같은 모험"(인터뷰)②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07.03 11:06 / 조회 : 16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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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오퍼스픽쳐스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기획부터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9년. 430억원이라는 한국영화 역대 최다 제작비. 송강호를 비롯해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고아성 등 할리우드 특급 배우들의 출연. 그리고 봉준호.

'설국열차'는 한국영화에 거대한 도전이자 위험한 모험이다. 이태헌(48) 오퍼스 픽쳐스 대표는 이 위험천만하고 흥미진진한 모험을 시작부터 함께 했다. 이 영화에 한정된 설국열차주식회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태헌 대표는 모호필름에서 박찬욱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를 함께 만들었고, 오퍼스 픽쳐스를 설립해 '쌍화점'과 '아저씨'를 제작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과 의기투합해 '설국열차'를 완성했다.

박찬욱 감독이 '설국열차'를 이끄는 기관부고,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의 심장인 영구동력엔진이라면, 이태헌 대표는 '설국열차'의 기반인 열차 같은 역할을 했다.

이태헌이라는 열차에 세계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올라탔고, 그 뒤에야 '설국열차'가 레일 위를 달릴 수 있었다. 레일은 결코 순탄하지 깔려있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430억원이란 제작비를 충당하고자 했지만 결국 촬영이 시작했을 때까지도 자금이 다 마련되지 않았다. CJ E&M이 제작비 전액을 감당하기로 했지만 그 뒤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많은 고비를 넘어 마침내 8월1일 관객을 만나는 정거장에 도달한 '설국열차'. 이태헌 대표를 만나 기차가 서기 전에 그동안 베일에 감춰졌던 '설국열차' 속을 미리 엿봤다.

-'설국열차' 프로젝트는 언제 시작됐나.

▶2005년 봉준호 감독이 프랑스 원작만화를 보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었다. 판권정리에 1년 6개월 정도 걸렸다. 그 때가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세계영화계에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알려질 무렵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할 수 있는 옵션을 구하기가 그나마 수월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했나.

▶당시는 영어로 글로벌하게 만들려고 시작하진 않았다. 여러 인종이 기차 안에 있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의도는 있었지만. 다행히 계약을 할 때 영어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조건을 넣었는데 어쩌면 선견지명이었을 수 있다. 그러다가 한국영화의 위상이 올라가고, 그래서 글로벌한 프로젝트 필요성이 커지고, 마침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성공해서 '설국열차'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다. 2009년에 설국열차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2010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걸 영어 대사로 글로벌하게 만들겠다는 생각도 그 무렵 확정됐다.

-한국영화계 구조에서 한 영화만 놓고 프로젝트성 회사를 만들었다는 게 눈에 띄는데.

▶해외 투자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글로벌한 프로젝트에 실적이 없는 한국제작사보다 이런 식의 방식이 투자가 더 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해외엔 이런 식의 프로젝트성 회사들도 많고. CJ E&M이 초기 120억원 가량을 투자했고, 그 뒤에 해외투자를 유치하려 했었다. 여의치 않아 2012년 6월에 CJ E&M이 전액 투자하게 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캐스팅이 화려한데. 사실 캐스팅도 계획했던 일본 배우는 빠지게 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화려한 배우들로 채워진 부분도 있는데.

▶캐스팅 디렉터가 일을 잘 했다. 모든 배우가 의외였다. 또 각자가 전략적인 판단이었고. 외국배우들은 한국영화와 봉준호 감독에 대한 신뢰와 믿음, 지지로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미국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을 대부분 봤더라. 낯선 이방인이 뭔가를 한다기보다 재능이 넘치는 감독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한다고 흥미롭게 바라보더라.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아니라 체코에서 촬영을 했는데.

▶프라하에 있는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2012년 4월16일부터 7월14일까지 찍었다. 72회차였다. 설국열차 기차는 1001량이란 설정이다. 최대한 열차를 리얼하게 찍기 위해 실제 기차를 100m 가량 만들었다. 그 정도 기차가 들어갈 세트가 있는 스튜디오를 찾다보니 체코 밖에 없었다.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세 개 스튜디오를 연결해서 실제 기차를 놓고 찍었다.

-보통 한국영화도 80회차에서 90회차에 달하는데 이 정도 규모영화에 72회차면 의외로 적은데.

▶봉준호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 등 프로덕션팀이 치밀하게 기획했다. 430억원이 한국영화에는 크지만 할리우드에서 이 정도 예산으로 이런 영화를 만드는 데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랬기에 콘티부터 예산을 절감할 수 있도록 많은 걸 계산했다. 제작자로선 감독의 상상력을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필름으로 찍었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게 추세인데.

▶26만자를 찍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우리끼리는 풀 35㎜필름으로 찍는 마지막 장편영화가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SF영화기 때문에 디지털 색깔이 나는 게 아니라 그렇기에 오히려 아날로그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이 정도 규모면 3D로 할 법도 했을 텐데.

▶조사를 하긴 했지만 '설국열차'는 3D로 기술을 보여주자는 영화가 기획부터 아니었다. 3D로 찍는다면 작품의 성격을 바꿀 수도 있었다. 3D로 찍을만한 경험이나 자본도 없었고. 3D로 한다면 내러티브까지 흔들 수 있기에 2010년에 포기했다.

-SF영화에 글로벌한 프로젝트지만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차별을 주려했다는 뜻인데.

▶할리우드 SF같은 스펙터클을 보여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1,2억불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영화에 4000만불이 투입되는 영화로 경쟁하기란 어렵다. 그런 점이 양날의 칼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강점으로 봐줬고, 어떤 사람들은 상업적으로 우려했다. 이 영화에 참여한 할리우드 배우나 스태프들은 그런 걸 강점으로 봐줬고, 또 많은 격려와 지지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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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오퍼스픽쳐스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빙하기를 맞아 살아남은 인류가 열차를 탄다는 구상이다. CG가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데.

▶'고스트 라이더' '노잉' '스파이더맨' 등에 참여한 VFX 슈퍼바이저 에릭 더스트가 콘티부터 참여했다. 스캔라인, 매써드,UPP 등이 있고 한국회사로는 포스 크리에이티브 등과 일을 같이 했다. CG는 568컷이 들어갔다. 의외로 적다고 할 수 있지만 누가 봐도 미래열차 SF컷인데 그 정도로 하기 위해 도전의식이 필요했다. 봉준호 감독이 콘티부터 비용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열차 폭이 얼마나 되나. 그 안에서 모든 걸 구현하고 액션까지 펼치는 게 만만찮았을 텐데.

▶6m라는 구상이었지만 3.5m 가량으로 만들어 찍었다. 봉 감독이 최대한 열차가 현실처럼 구현되길 바랐다. 좁은 열차지만 그 안에 식물도 있고, 군인도 있고, 럭셔리한 계급과 가난한 계급이 구분되도록 미술팀이 많은 공을 기울였다. 촬영도 그 안에서 모든 액션이 이뤄지도록 많은 구상을 했다.

-음악감독은?

▶'월드워Z' '프로메테우스' '하트로커' 등의 음악을 한 마르코 벨트라니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열차 안에서 계급이 나눠지고 그래서 최하계급인 꼬리칸에서 혁명을 일으킨다는 내용인데.

▶얼어붙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류가 살아남은 공간이 기차라는 설정이다. 기차 안은 현재를 축소한 작은 세계다. 계급이 있고, 억압과 반발이 있다.

-예고편에서 엔진은 신성하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영구동력엔진이다. 이 엔진이 멈추면 모두가 죽는 걸 안다. 그렇기에 이걸 차지하려 하고. 누구는 그래서 엔진을 신성시하고. 그런 과정이 그러진다. 스파르타쿠스 같은 이야기로도 생각할 수 있다.

-비중을 따지자면 주인공은 누군가.

▶반란군의 리더는 크리스 에반스지만 비중으로 따지자면 송강호가 주인공이다.

-송강호 극중 이름이 남궁민수인데. 외국에선 발음이 어려운 이름인데.

▶그래서 극 중에서도 외국인이 송강호에게 "남"이라고 하면 "남궁"이 성이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봉 감독이 그런 설정까지 의도했다.

-봉준호 감독을 향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칭찬이 상당했다던데.

▶크리스 에반스가 봉준호 감독은 천재 중의 천재라고 하더라. 머릿속에 모든 씬을 다 갖고 있다며. 제작자로서도 어떤 상황이든 대화가 가능하고 합당한 안을 내놓는 가장 일하기 편한 연출자다.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출연료는 어떻게 됐나.

▶배우들과 합리적으로 계산했다. 전체 프로젝트 예산이 이러니 거기에 합당하게 계약을 하더라. 자기가 어떤 영화에서 얼마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안 한다. 프로젝트 사이즈와 자신의 비중에 맞춰서 합리적으로 이야기를 하더라. 제작비 대비 배우 개런티비용이 18% 남짓이다. 한국영화가 통상 제작비 대비 배우 출연료가 30%가 넘는 걸 고려하면 좋은 결과다.

-기획부터 미국시장 진출을 노렸는데.

▶미국에서 처음부터 최소 2000개 이상 스크린으로 와이드릴리즈 하도록 협약을 맺었다. 한국에서 기획해서 미국시장을 공략 또는 진출하는 첫 번째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과 미국 버전이 그래서 약간 달라질 수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 개봉하는 건 다른 종류 버전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시장은 그 시장의 요구가 있다면 그런 것도 감안하고 있다.

-'설국열차'는 상업영화인가, 예술영화인가.

▶상업영화다. 그렇지만 안전한 선택을 하는 영화는 아니다. 관객들과 함께 나가는 영화로 기획했다. 시작부터 이 영화 콘셉트는 도전과 모험이었다. 그 도전과 모험을 관객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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