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엘 "'나쁜 여자'는 내 신념이다" (인터뷰①)

2NE1 리더 씨엘, 데뷔 4년 만 첫 솔로싱글 '나쁜 기집애' 발표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3.06.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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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요계에 '나쁜 여자'라는 단어가 종종 쓰인다. 여기서 '나쁘다'는 표현일 뿐이고, 통념을 깨고 사회에 대항하는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뜻에 훨씬 근접하다. 지난달 28일 솔로로 출사표를 던진 2NE1의 리더 씨엘의 음악도 비교적 같은 선상에 있다.

무대 위에서 그녀는 누구 못 지 않은 파워풀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틀에 박힌 여성상을 거부하며 당당함을 노래한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전속 프로듀서 테디가 작사 작곡한 그녀의 첫 솔로 싱글 타이틀은 '나쁜 기집애', 남성들이 주류를 이뤄왔던 힙합 장르를 자신 만의 개성으로 소화해냈다는 평이다.


발라드와 비슷할 정도로 느린 비트(BPM 70)의 곡이지만 덥스텝 장르와 더기 스타일의 최신 트렌드를 결합해 친숙하면서도 대중적인 히트코드도 만들었다.

데뷔 때부터 자신의 사인에 '가장 나쁜 여자(THE BADDEST FEMALE)'라는 문구를 써왔던 그녀는 섹시보다는 멋지다는 말을 더 듣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힙합을 사랑하는 마음은 남달랐단다. 이번에 솔로 가수로서의 그의 행보 역시 강렬하다. 데뷔 4년 만에 처음 발매된 솔로 곡인 만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와 뚜렷한 가치관을 불어넣었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YG의 한 스튜디오에서 그녀와 마주 앉았다. 짙은 아이라인 커다란 귀걸이를 차고 자리한 그는 "내성적이고 조용하다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생각의 틀을 깨고 싶었다"며 입을 열었다.


-2일 SBS '인기가요'에서 첫 솔로 신고식을 치렀는데 어땠는지.

▶만족스러웠다는 말은 못하지만 정말 재밌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무대를 할 수 있게 되서 너무 신났고 재미있게 했다. 팬들도 많이 와주셔서 방송 같지 않고, 공연을 하는 기분이었다.

-섹시한 매력이 그룹 활동 때보다 더 어필되는 것 같다.

▶섹시하고 싶다는 생각은 잘 안한다. 나는 사실 멋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섹시하다고 해주시면 물론 너무 좋고 감사하지만, 내입으로 그렇게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럽다.

-처음에 '나쁜 기집애'라는 타이틀을 받았을 때 어땠는가.

▶'나쁜 기집애'라는 단어는 처음에 프로듀서인 테디 오빠와 말장난하다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 '네가 나중에 혼자 뭐하게 되면 '난 나쁜 기집애'라고 외치며 나오면 재밌을 것 같다'고 한 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얼마 전에 곡으로 써주셨다. 만족한다. 너무 좋다.

-앨범을 기대했던 팬들도 있었는데 싱글로 한곡만 발표했다. 아쉬운 점은 없는가.

▶10년 뒤에도 나에게 매우 특별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드는 게 솔로로서 꿈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나오고 보니 사장님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 처음엔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으로 여러분들한테 인사드리는 게 맞았던 것 같다.

-대중에겐 친숙하지 않은 비교적 느린 비트의 힙합 장르인데 대중성도 많이 고려했는가.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무대를 꾸밀 때,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물론 갖고 있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재밌게 하자는 게 가장 크다. 좋은 추억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했다.

-씨엘이 생각하는 '나쁜 기집애'는 어떤 것.

▶자기 분야에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당당하고 뚜렷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열정적인 모습이 '나쁜 기집애'라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페미니스트처럼 보일 만큼 당당하고 강한 여성을 많이 보여준다.

▶신념이다. 평생 외국인 학교만 다녔는데 외국 사람들이 아시아 여성에 대한 뭔가 확고한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성스럽고 조용하고 내성적인 면 같은 거다. 그게 긍정적일 때도 있지만 다른 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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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자라 오면서 자연스럽게 느낀 게 아닌 가 싶다. 제레미 스캇도 윌아이엠도 아시아 여자 중에 나 같은 애가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 그런 이들은 만나면서 점점 생각이 더 커진 것 같다. 아시아에 멋진 여자 분들이 정말 많은데 그것을 모르니까 더 알리고 싶었다.

-데뷔 때부터 2NE1 멤버 중에도 특출했는데 예상보다 솔로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언젠가는 솔로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무조건하기 보다는 좋은 곡과 마음에 드는 콘텐츠로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번에 양현석 사장님이 이 곡(나쁜 기집애)으로 솔로를 해봐라 했을 땐 정말 기뻤다. 그런데 정말 급하게 결정되는 바람에 준비하는 데는 한 달도 안 걸린 거 같다.(웃음)

-뮤직비디오나 무대를 보면 비주얼적인 부분에 많이 신경 쓴 것 같다. 어떤 노력이 있었는가.

▶준비하는 과정을 일처럼 느끼진 않았다. 처음 솔로를 한다고 결정됐을 때도 테디 오빠와 스타일리스트, 뮤직비디오 감독님과 같이 얘기를 많이 했다. '요즘은 이런 게 좋다' '너는 이게 잘 어울린다' 등 수다를 떠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욕심이 생겨 뮤직비디오 의상을 따져봤더니 15벌이나 되더라. 억지로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하려 했는데 그렇게 된 것 같다.

-'여자 지드래곤' 같다는 평도 있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나중에 솔로 활동을 또 하게 된다면 좀 더 나만의 색깔을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은 2NE1의 씨엘로 많이 생각해 주시지만, 씨엘 만의 색깔이 있다는 점도 차츰 알아주셨으면 한다. 여성 래퍼니까 한계를 두지 않고 어떤 곡이 주어져도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산다라박이 트위터로 직접 홍보도 하고, 멤버들이 응원 많이 해주는 거 같다.

▶항상 든든하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산)다라 언니는 '씨엘 빠' 회장이라고 자처하며 응원해준다. 멤버들과는 항상 같이 있으니까 옆에서 노래 좋다고 많이 해준다. 다라 언니와 (박)봄이 언니는 첫 방송 무대도 직접 와줬다. 무대 끝나고 둘 다 아무 말을 안 해줘서 '어땠나'고 직접 물어봤는데 '당연히 멋있지'하더라 항상 같이 있다 보니 오히려 '파이팅'을 해주는 게 부자연스러운 것 같다.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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