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필름어워드, 韓영화 홀대? 뿌린대로 거둔다?

[기자수첩]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03.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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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홍콩 컨벤션&익스히비션 센터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안필름어워드에서 피플스초이스 여자인기상을 수상한 조민수.



제7회 아시안필름어워드에서 한국영화와 배우들이 주요부문 수상에 실패했다.


18일 오후 홍콩 컨벤션&익스히비션 센터에서 제7회 아시안필름어워드가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로예 감독의 '미스터리'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는 '범죄와의 전쟁'과 '도둑들', '피에타' '늑대소년' 등이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은 이번 시상식에 남우주연상(최민식)과 남우조연상(하정우), 신인상(김성균), 각본상(윤종빈), 미술상, 작곡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6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에 실패했다.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조민수) 후보에 올랐던 '피에타'도 수상의 영예는 안지 못했다. 조민수는 경쟁부문 외 피플스초이스 여자인기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전지현과 김혜수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촬영상과 편집상 등 3개 부문에, '인류멸망보고서'는 시각효과상, '늑대소년'은 의상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노미네이트에 그쳤다.

예상된 결과다. 각 부문 후보에 오른 한국영화배우들과 한국영화인들은 조민수를 제외하곤 올해도 홍콩을 찾지 않았다. 홍콩국제영화제는 일찌감치 한국영화들을 대거 후보로 올렸지만 초청에 특별히 공을 들이진 않았다.

올해 아시안필름어워드를 찾은 한 한국영화 관계자는 "보통 국제영화제에서 후보로 지명되면 비행기와 숙박요금을 제공하는데 아시안필름어워드는 숙박만 제공한다"며 "(한국영화인들이)영화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바쁜 시간을 쪼개 (홍콩에)올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시상식에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최민식은 영화 '명량' 촬영에 한창이며, 조연상 후보 하정우는 전시회 일정으로 미국에 머물러있다. 작품상 후보였던 '피에타'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도둑들' 최동훈 감독, 전지현 김혜수 등이 모두 시상식에 불참했다. 현지에선 시상식에 참석한 사람들만 상을 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실 그동안 아시안필름어워드는 한국영화에 공을 들여왔다.

2007년 1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괴물'로 작품상을,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탔다. 2회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작품상과 감독상,여우주연상을, 3회는 정우성이 '놈놈놈'으로 남우조연상을, 4회는 봉준호 감독이 '마더'로 작품상을, 김혜자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5회는 이창동 감독이 다시 '시'로 감독상을, 하정우는 '황해'로 남우주연상을, 윤여정은 '하녀'로 여우주연상을 탔다.

하지만 아시안필름어워드 시상대에 오른 한국영화인과 배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대리수상이었다. 영화제 기간 홍콩에서 열리는 필름마켓을 매번 찾는 한 국내영화 관계자는 "홍콩영화제측이 한국영화인들에 대한 애정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그런 탓인지 지난해 6회에는 단 한편의 한국영화도 수상하지 못했다. 올해 역시 시상식을 찾은 조민수가 인기상을 받았을 뿐이다. 조민수는 후보에 올랐던 여우주연상 수상은 불발에 그쳤다.

아시안필름어워드는 남의 잔치다. 한 때 아시아대표 영화제였던 홍콩국제영화제가 부산국제영화제 등 후발주자에 밀리면서 다시 부흥하기 위해 꺼내든 히든카드다.

한국영화인들로선 아시안필름어워드가 권위도 없는데다 남의 잔치에 힘을 보태는 게 영 마뜩치 않아 그동안 참석을 꺼려왔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한국영화인들이 남의 잔치에 굳이 들러리를 설 필요는 없다. 부산영화제에도 아시아영화를 대상으로 한 영화 시상식은 없으니깐. 그러나 한 가지 놓치는 게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영화시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홍콩은 중국과 다르다. 이번 아시안필름어워드에서는 로예의 '미스터리'에 최우수 작품상과 신인상, 각본상을 안긴 게 그 반증이다. 로예는 천안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여름궁전'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국 감독. 그는 체제 비판적인 영화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5년간 제작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미스터리'도 중국 개봉은 쉽지 않았다. 아시안필름어워드는 그런 로예 감독에게 3가지 트로피를 안기면서 중국과 차별을 꾀했다.

그럼에도 홍콩은 중국이다. 현재 세계 2위 영화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활동하는 상당수 영화인들은 홍콩 출신이다. '천녀유혼' 프로듀서인 쉬난 선(시남생)이 대표적이다. 아시안필름어워드를 비롯한 홍콩국제영화제는 중국영화의 또 다른 얼굴이며, 중국영화 창구이기도 하다.

한국영화인들로선 아시안필름어워드를 이제 현명하게 이용할 때가 왔다. 두바이에서 열리는 영화제에도 참석하면서 홍콩을 굳이 외면할 필요가 있나.

내년 아시안필름어워드가 그들만의 잔치가 될지, 아니면 한국영화인들이 현명하게 이용하는 무대가 될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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