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황정민 "조화없는 영화, 재미없잖아요"(인터뷰)

영화 '신세계'의 중국출신 조폭 정청 역 황정민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02.18 12:06 / 조회 : 1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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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 기자 photonine@


포마드를 발라 넘긴 머리에 정장을 차려입은 사내들이 무리지어 걷는다. 하나같이 차고 있는 노란 금배지. 위압적인 자태 속에서 비릿한 피냄새가 풍긴다.


폭력 조직에 위장 잠입한 경찰이라는 고전적인 테마를 2012년 한국으로 옮겨 온 '신세계'(감독 박훈정)를 보면 절로 '갱스터무비'라는 말이 떠오른다. 거친 남자들의 묵직한 이야기에 비열한 생존 논리, 조직의 질서, 권력에 대한 은유가 녹아 있다.

황정민(43)은 조직의 중국계 2인자 정청 역을 맡았다. 강과장(최민식)이 심어놓은 잠입 경찰 자성(이정재)을 심복으로 둔 조직의 2인자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이 떠오른다. 엇비슷한 조폭이란 소리가 아니다. 거침없고 잔혹하며 또 매력적인 황정민표 캐릭터가 또 하나 탄생했다. 그는 느릿하게 걷는 '갱스터무비'의 잿빛 사내들 사이에서 홀로 펄떡인다.

"날쌘 활어같은 느낌이죠. 기존 건달 이야기 중에 이런 캐릭터가 있잖아요. 저는 다양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했어요. 시나리오엔 나와 있지 않지만 여수 화교 출신 깡패 건달 양아치가 골드문이란 기업 2인자로 올라간 배경이 있을 것 아니에요. 독할 땐 한없이 독하고, 큰형님다운 모습도 있고. 그런데서 시작해서 위트도 있고, 표독하기도 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보기 전에 다들 그랬잖아요. '제 2의 무간도', '제 2의 백사장'. 저야 다르단 걸 알고 있었지만 '백사장 2번 한들 어때' 하는 생각이었어요. 업그레이드한다고 생각하면 상관 없잖아요. 사실 이야기가 다르고 인물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어요. 똑같이 하려고 해도 그렇게 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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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 기자 photonine@


장청은 제작자며 감독 모두 "너는 정청이야"라며 황정민에게 안긴 역이었다. 이정재에게 돌아간 이자성은 황정민이 박훈정 감독과 각본가로 만났던 '부당거래'의 철기와 비슷한 캐릭터. 대립하는 양쪽을 오가며 이야기를 이끈다. 황정민은 "그냥 장청 양아치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나를 보면서 관객이 늘 '그럼 자성이는 어떻게 되는거지'하고 생각하게 하는 게 큰 목표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장청이 뭐가 매력있냐, 자성이가 멋있지"라며 "내가 언제 막 욕하고 때리고 하겠냐. 애드리브 섞어가며 신나게 놀았다"고 키득거렸다. 대신 그 공은 함께한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고스란히 돌렸다. "조화가 없는 영화는 재미가 없다. 할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그게 조화거든요. 민식이형이랑 정재랑 정삼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그걸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게 감독의 몫이죠. 민식이 형 역할도 컸어요. 자기 자리에서 더도 덜도 안 하고 중심을 잡아주시니까, 저도 '저 사람 이겨야 돼' 이게 아니라 포지선을 잡고 철저하게 놀았어요. 정재는 정재 대로 빛이 나고 (박)성웅이는 성웅이 대로 빛이 나잖아요. 그게 고맙고 예뻤어요. 이렇게 각자 위치에서 잘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그러기가 힘들거든요. 삐그덕거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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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 기자 photonine@


인터뷰가 거듭될수록 '황정민은 판을 읽고 몇 수를 내다보고 연기한다'던 이정재의 말이 떠올랐다. '감독 해도 잘 할 것 같은 사람'이라는 류승완 감독의 언급도. 하지만 황정민은 "내가 무슨 영화 감독을, 연극 연출이면 모를까"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사실 그는 지난해 뮤지컬 '어쌔신'으로 연출가로 데뷔를 했다. 제작자는 아내 이미혜씨. 화제가 됐던 MBC '무한도전' '못친소' 특집 초대장을 받고도 출연하지 못했던 게 그 때문이었다. 마지막 리허설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이어지던 때에 초대장을 받았다.

"아니, 제가 거기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분 참…. 뭐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도저히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죠. 전에 '패밀리가 떴다'도 나갔고 '놀러와'도 나갔고 이번에 '런닝맨'도 했어요. 뭐 있을 때마다 열심히 방송 합니다. 일부러라도요. 내 영화 홍보하러 하는 건데요. 뭐 작가님들도 좋아하시고(웃음)"

황정민의 1인 회사나 다름없는 소속사 SEM컴퍼니는 배우에서 연출자로, 또 후배 배우를 발굴하는 제작자로 활동을 넓혀가려는 그의 꿈이 담긴 곳이다. 무엇보다 '관객에게 다양한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소망이 담겼다.

"젊어서 열심히 일을 했고 여기서 조금씩 제가 생각했던 꿈을 펼치는 거죠. 향후엔 영화를 제작할 수도 있죠. 시류에 쓸려다니지 말고, 상업적인 영화 말고,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려고 해요. '돈은 영화 하면서 또 열심히 벌고 돈 잃는 건 여기서 하자'면서.

웃긴 얘기겠지만, 젊은 친구들이 나라는 사람을 통해서 상업적인 물에 들어갈 수 있는 인큐베이팅 형식의 작업이 됐으면 해요. 저 역시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 재밌게 작업하고 있고요. 그래야 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지요. 연극은 더 영화처럼, 철저하게 프로다운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영화는 좀 더 연극다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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