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나봐', 이 막장드라마가 기다려지는 이유

[TV별점토크]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3.02.15 13:48 / 조회 : 3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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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황동주 박시은 안재모 김보경 <ⓒ사진=스타뉴스>


드라마의 종류는 많다. 그 중에서 굵직한 한 획을 아침드라마가 차지한다. 그런데, 아침드라마, 하면 주로 주부들이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낸 후 커피 한 잔 하면서 보는 드라마, 라는 이미지가 있다. 다시 말해, 분주한 아침 일상이 한 번 휘몰아친 후 잠시 한숨을 돌리며 보는, 시간이 맞아떨어지면 보고, 아니면 넘어가는 그런 드라마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MBC '사랑했나봐'는 좀 다르다. 기존의 아침 드라마가 커피 한 잔 내린 후 보는 드라마였다면 '사랑했나봐'는 시계를 한 번 쳐다본 후 텔레비전 앞에 앉는 드라마다. 꼭 커피가 없어도 좋다. 일단 시작하면 꼼짝하지 않고 쳐다본다.

자, 드라마의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는 트랜디한 미니시리즈도 아니고, 주말드라마도 아닌데...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를 본방사수 하는 이유, 과연 뭘까?

어떤 이는 막장 드라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온갖 독한 소재로 극약 처방을 썼기 때문에 보지 않을 수 없단 얘기다. 뭐, 어느 정도 수긍한다. 독한 소재? 맞는 말이다. 가난한 미혼모(선정)가 자기 아이를 재벌가에서 태어난 친구(윤진) 아이랑 바꿔치기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빈부 격차가 심한 어느 나라에선 이런 일이 가끔씩 일어난다고도 하지만, 그래도 너무했다. 인두겁을 쓰고 어찌 저런 일을 할 수 있느냐, 이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선정이가 인간으로서 너무나 못됐기 때문에 하루빨리 그 나쁜 짓이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도 간절하다. 그 간절함이 매일 아침 텔레비전 앞에 앉히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담 '사랑했나봐'가 단순히 '막장 드라마'여서 그럴까?

그 동안 '막장 드라마'로 불렸던 드라마들을 떠올려 보자. 그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흐름과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출생의 비밀이 나타난다. 그리고 쌩쌩하던 인물이 그 전에 어떤 복선도 없이 뜬금없이 불치병이란다. 또 예고도 없던 인물이 어느 날 하늘에서 툭 떨어지듯, 외국에서 불쑥 불쑥 나타난다. 어디 이뿐인가. 서로 좋아했던 남녀가 난데없이 재혼한 엄마, 아빠의 아이라고 엮이기도 한다. 여기서 막장의 포인트는 '뜬금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황당하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신이 없다. 때문에 어느 날 더 이상 보기 싫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런데, '사랑했나봐'는 좀 다르다. 소재가 독한 스토리인건 분명하지만, 어떤 이야기 하나도 '뜬금없이' 튀어나오진 않는다. 굉장히 스피드한 전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드라마 초반에 이미 복선으로 깔리거나 일어났던 사건들이 드라마 중, 후반에 넘어가면서 그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느 사건도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사건이든 그 때 그 때 편의에 따라 막 갖다 붙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더 놀라운 건 바로 몇 회 전에 있었던 사건들이 아니라, 드라마의 아주 초반부에 나왔던 원인들이 중반 이후로 연결되어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치밀함 때문에, '사랑했나봐'는 막장 같으면서도 막장이 아닌 것 같기도 한 묘~한 심리가 들게 한다.

그 동안 막장드라마라고 불리어 졌던 드라마를 보면서 코웃음치게 만들었던 황당함. '사랑했나봐'에선 없다. 그래서, 독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된다고, 투덜대지 않고, 계속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 본방사수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사랑했나봐'는 스토리의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3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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