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앨' 김유리 "문근영에 전한 독설, 슬프지만 현실"(인터뷰)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3.01.3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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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유리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김유리(28). 도도한 눈빛과 차가운 느낌의 표정을 지녔지만 역시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될 것 같다. 환한 미소와 차분한 말투는 그만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최근 종영한 SBS 주말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 연출 조수원)에서 지앤의류 디자인 팀장 신인화 역을 맡으며 한세경(문근영 분)과 대비되는 악한 캐릭터를 맡았음에도 "인화는 악역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김유리에게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김유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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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유리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신인화의 '안목이 후지다'는 독설, 슬프지만 공감"

'청담동 앨리스'에서 인화는 세경의 상사로서 더없이 불편하고 악한 존재였다. 김유리는 "인화는 패션 회사의 디자인 팀장이자 대기업의 주목받는 자제로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세경에게 냉정하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인화는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다. 물론 세경 입장에서는 아픈 곳을 건드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화의 아픔이 극중에서 비중 있게 그려지지 않았을 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직원을 대하는 캐릭터는 물론 아니다."

김유리는 앞서 MBC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를 통해 극중 쇼핑호스트이자 김홍구(윤다훈 분)의 내연녀이기도 한 임지은 역을 맡았다. 얼핏 '청담동 앨리스'의 인화처럼 일에 대해서는 성공을 꿈꾸는 커리어 우먼이면서도 사랑의 감정표현에 있어서는 서툰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악역이라는 이미지도 미묘하게 닮았다.

하지만 김유리는 "지은도 꼭 악역으로서만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나쁘다고 생각하고 살지는 않잖나. '불굴의 며느리' 속 지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단지 이성에 대한 감정적 표현을 절제하지 못한 단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진심을 전하는 데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지은이 내연녀가 되고 싶어서 홍구에게 접근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청담동 앨리스'가 그려낸 빈(貧)과 부(富)의 입장에 선 인물들 간의 갈등은 시청자들을 더욱 씁쓸하게 할 만큼 솔직했다. 세경의 전 남자친구 인찬(남궁민 분)의 비참했던 현실, 세경이 인화로부터 얻게 된 상처, 윤주(소이현 분)가 청담동에 들어가기 까지 겪었던 상황들 등은 시청자들을 주목시키기에 충분한 현실 속 그림이었다.

"극 초반 내용만 봤을 땐 그 자체가 현실이었던 것 같다. 마치 정곡을 찌르는 느낌이어서 세상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찬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슬프기도 했다."

김유리는 인화가 세경에게 했던 말을 언급하며 '청담동 앨리스'가 전한 현실적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인화가 세경에게 직장 상사로서 했던 말이 있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슬프면서도 공감을 얻었던 대사가 있었다. 인턴사원으로 들어온 세경에게 인화는 '안목이 후지다. 안목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이 말 자체는 세경에게는 치명타와 같은 말일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실제 디자인 업계에 근무하시는 지인들도 '정확하게 지적했다'면서 공감을 많이 해줬다."

김유리는 "인화가 스토리 안에서의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청담동 앨리스' 속 현실을 더욱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데 있어서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담동 앨리스'에 대해 "극 스토리나 주제를 솔직하게 표현해내고 구현해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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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유리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우연히 참가한 연기 수업, 배우 김유리를 일깨우다

지난 2006년 KBS 1TV TV소설 '강이 되어 만나리'를 통해 브라운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데뷔 시기로만 따졌을 땐 배우로서 데뷔가 빠르지는 않았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었고, 배우로서의 꿈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저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관심만 있었던 그가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대학을 휴학한 이후 우연히 연기 수업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처음 참여했을 때만 해도 수업에 대한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그런데 점차 수업을 받으면서 제 스스로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됐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니 스스로가 감정적으로 다르게 느껴졌다. '본질적인 나를 깨는' 수업을 받은 후 연기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더라."

김유리는 "그 때 대학교도 다시 다닐 준비를 하고 있다가 당시 '강이 되어 만나리'를 집필하셨던 이금림 작가님과 인연이 닿아서 갑작스럽게 출연하게 됐다"며 "연기 외적인 것들은 현장에서 다 배워나갔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데뷔였지만, 김유리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배우로서 천천히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졌다. 앞으로는 배우라는 단어가 창피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전에 오드리 햅번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그가 살아온 삶 자체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저 나름대로의 배우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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