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버스커·장기하..세시봉이 남긴 변화

통기타 열풍 지속..색다른 시선과 공감 코드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2.12.13 10:38 / 조회 : 7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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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김세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위)와 SBS 'K팝스타2'의 악동뮤지션


여전히 강세를 보였던 아이돌 열풍 속에서 어쿠스틱 음악이 소리 없이 강했던 올해 가요계였다. 그 중심에는 통기타 열풍이 있었다. 때 아닌 통기타 신드롬, 중장년층을 비롯해 10~20대 전 세대의 큰 반응을 이끈 아날로그의 섬세한 소리가 음원차트를 지배했다. 돌고 도는 유행 속에 통기타 음악이 대세가 됐다.


2~3년 전부터 열풍이 된 오디션에서는 이미 기타는 예비 K팝스타의 머스트 아이템. '슈퍼스타K2'가 낳은 스타 장재인이 기타를 메고 등장하자 젊은 층은 어쿠스틱 소리에 열광했고, 올해 SBS 'K팝스타'는 기타를 연주하는 또 다른 스타를 낳았다.

재치가 돋보이는 자작곡으로 화제가 된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은 오디션이 끝나기도 전에 히트곡 2곡을 만들어 냈다. 이찬혁, 이수현 10대 남매로 이뤄진 어쿠스틱 듀오 악동뮤지션은 '다리꼬지마'에 이어 '매력있어'의 더블 히트로 음원차트 톱10에 2곡을 올렸다. 통기타 선율에 웃음이 터지는 재밌는 가사에 독특한 리듬의 랩까지 더해진 이 음악은 10대 답지만, 음악은 70~80년대와 꽤나 닮아있다.

지난 몇 년간에 걸쳐 가요계에 유행처럼 번진 일렉트로닉 기계음과 아이돌 댄스음악에 지친 대중들의 또 다른 심리가 움직이기 시작한 덕분에 음원차트는 요동쳤다. 음악의 멋을 찾는 대중의 본능이 아날로그 음악의 유행으로 이어졌고, 악동뮤지션의 음악은 오디션이 가진 이슈성과 맞물리며 음원차트 1위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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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버스커 장범준(왼쪽)과 장기하 ⓒ스타뉴스



이는 세시봉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이끈 버스커버스커의 데뷔 앨범과 전곡 히트, 전 세대를 아우른 편한 음악에 많은 이들이 귀를 연 것도 마찬가지. 죽음 같은 사랑을 노래하듯 소몰이 창법은 없다. 눈물 쏟아지는 신파극 가사도 없지만 평범한 우리네 사랑 얘기를 노래할 뿐인데 대박이 났다.

'다이어트 중 마주친 치킨보다 더 매력 있어', '대기업 회장 비서보다 더 매력 있어', '어디서 매력학과라도 전공하셨나'(악동뮤지션 '매력있어'中) 등 10대의 눈으로 바라본 사랑, 악동뮤지션의 음악이 극찬을 받은 것도 결국 공감이다. 버스커버스커와 악동뮤지션, 통기타를 연주하면서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 닮았다.

버스커버스커의 전곡을 작사, 작곡하는 장범준의 오묘한 목소리도 한몫했다. '첫 사랑'을 닮은 그의 음색은 옛 추억이 아련한 '여수 밤바다'를 찾게 했고, 벚꽃이 만발하는 곳에서 엔딩을 맞게 했다. 또 '그대의 아홉 번째 척추가 미치게 좋다'는 이상야릇한 이상형에 대한 고백도 쏟아졌다. 사랑과 이별을 마주하는 신선한 해석이다.

이 같은 통기타 열풍 계보를 잇는 뮤지션으로는 장기하도 있다.

올해 차트에 '벚꽃엔딩'이 있다면 3년 전에는 '싸구려 커피'가 있었다. 연이은 불황 한파 속 청년 실업자들을 비롯한 암울한 현실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루저 정서'를 담아 큰 공감을 산 노래. 장기하에서도 세시봉 송창식의 노래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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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버스커 ⓒ스타뉴스


무대 위 장기하의 무표정한 표정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대화하듯 나즈막히 읊조리는 그의 창법도 여전히 독특한 재미다. 결국 장기하, 버스커버스커, 악동뮤지션 등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가사전달이 명확한 보컬에서 이들 사이 연결고리가 있다. 그리고 편안한 기타 연주가 토대가 됐다.

아무리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단지 한 차례의 트렌드로 치부하기에는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변화다. 전 세대를 움직이며 가요계에 나름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이 같은 열풍은 인디신에서도 증명됐다. 홍대 음악들 역시 담백하고 어쿠스틱한 음악들이 호조를 띠고 있으며, 인디밴드 10cm의 성공만 보더라도 통기타를 통한 감성 음악은 음악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크게 보면 '통기타 열풍'은 중년층에 포크 음악에 대한 향수를, 젊은이들에게는 신선한 장르 음악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가요계에 활력을 주고 있다.

빠르게 반복되는 노랫말과 영어 가사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통기타 포크 음악이 전하는 진솔한 노랫말과 아날로그 음악의 진정성도 가요계에 큰 의미를 갖게 하는 점.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선율을 내는데 부족함이 없는 통기타, 기계음과 현란한 춤에 익숙한 신세대들에 오히려 반전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음악 장르가 존재하는 가요계지만, 아이돌 중심의 음악이 던진 댄스 음악의 피로감은 어쿠스틱 뮤지션에 시선을 돌리게끔 한다. 현란한 댄스음악 속에서, 유튜브, 트위터로 대변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진솔한 아날로그 음악이 대세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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