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가요계, 오랜만에 '솔로의 품격' 빛났다

[2012년 가요계 총결산]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2.12.07 13:45 / 조회 : 4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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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싸이 이하이, 나얼 린 케이윌, 지드래곤 에일리 이승기, 백지영 김종국 가인(사진 위부터) ⓒ스타뉴스


아이돌이 장악하던 가요계가 솔로 가수들에 자리를 내준 올해 가요계였다.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무대를 옮겼고 다양한 장르가 고른 균형이 이뤘다. 발라드, R&B, 록 장르 등 솔로가수들의 품격이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아이유와 MBC '해를 품은 달' 주제곡 '시간을 거슬러'를 빅히트시킨 린 등 여성 실력파 보컬리스트의 묵직한 기운이 2012년 솔로 열풍의 시작을 알렸다. 아이유의 저력은 여전히 강세였다. '좋은 날'에 이어 '나만 몰랐던 이야기'로 큰 사랑을 받았던 아이유는 '너랑 나'로 올 초 음원차트를 흔들었다.

린의 '시간을 거슬러'는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한 달 이상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상위권을 점령한 노래. 아이돌 가수들의 신곡 속에서도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린에게는 'OST 퀸'이란 애칭도 새롭게 생겼다.

2012 가요계의 슈퍼루키로 떠오른 에일리의 등장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에일리는 신인답지 않은 카리스마와 탁월한 실력을 뽐내며 '대형 신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세계적인 미국 대중음악매거진 롤링스톤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성공할 것 같은 K팝 가수'로 에일리를 선정, 해외시장 성공을 점치기도 했다.

세븐의 컴백도 가요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 1년 4개월 만에 발표한 신곡이자 박진영이 선물한 '내가 노래를 못해도'는 특유의 '공감' 코드로 승부를 걸었다. 오랜만에 서는 국내 무대, 트레이드마크인 유연하면서도 강렬한 댄스 퍼포먼스를 보여줄 법도 한데 '진심'을 공략했다. 화려함 대신,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표현했다.


백지영도 맞춤형 댄스곡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3년만의 댄스 타이틀곡인 '굿 보이'는 백지영의 '연상녀' 이미지가 통한 곡. 연하 남자친구에 경고하는 노래가 백지영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에 비트, 멜로디, 노랫말 등 트렌디한 요소와 만났다.

'공감'을 통한 노래는 가수로서 최적의 마케팅. 어떤 화려한 것으로 포장해도 진심어린 속내만큼이나 진솔하게 다가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래 속 주인공이 곧 노래를 부른 가수와 일치되자 듣는 이들의 공감을 배가 됐다. 그만큼 세븐과 백지영의 가사는 노래의 맛을 더욱 살리는 효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올 여름을 시작으로 2012 국내외 대중음악계를 흔든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대형 히트로 솔로 열풍에 불을 붙였다. 국내 시상식은 물론 해외 여러 연말 시상식에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한 월드스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다.

허각은 어느덧 오디션 스타의 티를 벗고 음원강자로 우뚝 섰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아' '아프다' 등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차트를 휩쓸며 전 세대의 고른 관심을 받은 그다. 올해도 가요계 대표적인 발라드 가수로 가요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음원계의 블루칩'이라 불리는 케이윌도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호소력 넘치는 감성보컬을 극대화하면서도, 다양한 장르실험으로 발라드의 한계를 넘었다는 평도 얻었다. 올 초 '니가 필요해'를 히트시킨 그는 히트 작곡가 김도훈부터 인디 힙합신의 실력파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참여한 정규 3집으로 인기를 끌었다.

올 가을 나얼의 음원차트 선전은 가요계의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기록됐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이자 가요계 대표적인 실력파 보컬로 통하는 그는 타이틀곡 '바람기억'을 시작으로 앨범 전곡이 1위부터 10위를 모두 휩쓸었다.

나얼은 멜로디가 살아있었던 60~70년대 시절로 모든 감각을 집중했고 예전의 소리를 되찾았다. 귀를 관통하는 따뜻한 아날로그의 소리가 감미로운 나얼의 음색과 자연스레 어우러졌고,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가요계에서 경건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음악과 보컬이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룬 수작이란 평을 얻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김종국도 오랜만에 본연의 직업으로 돌아갔다. 김종국은 독보적인 보이스를 앞세워 슬픔과 흥겨움이 공존하는 일기장 같은 음반을 내밀었다. 특유의 감수성으로 공감을 이끈 타이틀곡은 '남자가 다 그렇지 뭐'다.

지드래곤은 빅뱅 활동과 더불어 솔로 음반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원 오브 어 카인드'로 힙합 특유의 색을 살렸고, '그XX'는 19금 노래로 이례적인 1위 기록을 세웠다.

하반기에는 15세 소녀 이하이가 슈퍼루키로 떠올랐다. 데뷔 싱글 '1,2,3,4'에 이어 발표된 '허수아비'도 나란히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더블 히트를 기록했다.

국내 가요계에서 생소한 레트로 소울 장르 '1,2,3,4,'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른 이하이는 박진영이 만든 정통 발라드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이는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과 음악으로 팬들을 사로잡은 결과. 기계적인 사운드를 배제한 리얼 악기로 구성된 곡과 보컬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 듣는 음악의 저력을 실감케 했다.

청아한 음색과 기타를 연주하는 소녀 같은 모습으로 '제2의 아이유'라는 애칭을 얻은 주니엘 역시 20주 이상 음원차트 상위권을 유지한 '일라일라'에 이어 데뷔앨범 타이틀곡 '나쁜 사람'의 연속 히트로 여성 솔로열풍을 이어받았다.

가인도 올 한해 묵직한 활동을 펼친 여가수 중 한 명이다. 가인은 11월 발표한 'Talk about S.'를 발표하며 소녀와 여자의 경계를 표현한 타이틀곡 '피어나'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12월엔 남성 솔로가수들이 대거 출격했다.

국내 최장수 아이돌그룹 신화의 신혜성이 솔로음반을 발표했다. 그간 발라드와 록을 오가며 솔로가수 신혜성의 노선을 분명히 해온 그는 이번에도 부드러운 감성을 내세운 겨울 앨범을 완성했다. 신혜성의 파트너는 록 밴드 메이트의 임헌일이다.

이승기는 서정적인 느낌에 호소하면서도 현대인의 감성이 그대로 담겨 있는 독특한 색으로 호평받고 있는 에피톤프로젝트와 손을 잡았다. 현재 음원차트 1위를 유지 중인 이승기는 시적인 표현이 담긴 힐링뮤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인피니트 리더 김성규도 록 밴드의 보컬을 꿈꾸던 록 키드 시절로 돌아갔다. 김성규는 데뷔 전부터 동경하던 밴드 넬의 든든한 지원 속에 솔로 데뷔를 하게 됐고, 아이돌 가수들이 다소 활동을 멈춘 겨울 가요계에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솔로가수들의 활약은 아이돌에 집중돼 있던 가요계의 흐름을 다양한 시선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 해가 거듭될수록 복잡한 노래가 나오는 요즘, 단순하고 편안한 멜로디 라인을 선호하는 대중들의 취향도 한 몫했다. 감성을 무기로 한 솔로 가수들이 오랜만에 품격 있는 활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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