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원 "'착한남자' 서은기는 도전이자 모험"(인터뷰)

KBS 2TV 수목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서은기 역 문채원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2.12.04 00:00
  • 글자크기조절
image
문채원ⓒ이기범 기자


"나 어떡해? 보고 싶어 죽겠어! 강마루가 너무 보고 싶어 죽겠어!" 이 대사에 눈물을 훔쳤다. 숨 쉬고 살아 있는 처음으로 좋아졌다는 한 여자는 오열이 담긴 사랑 고백으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주인공은 바로 배우 문채원(26)이다. 그는 지난 11월 15일 종영한 KBS 2TV 수목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극본 이경희 연출 김진원 이나정, 이하 '착한남자')에서 서은기 역을 맡아 선과 악을 오가는 이중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문채원은 전작 KBS 2TV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의 청순한 세령공주로 안방극장 남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조선판 줄리엣으로 여성 시청자들이 한 번쯤 꿈꿨을 로맨스를 선사했다. 공주처럼 새침할 것 같았던 문채원은 '착한남자'를 통해 변했다.

문채원은 '착한남자'를 통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전 문채원이 보여준 이미지를 모조리 부셔버렸다. 극중 자신이 맡은 서은기를 문채원의 것으로 만들었다. '서은기=문채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은기가 기억상실 전후로 전혀 다른 성격을 가져 1인 2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착한남자'를 통해 문채원은 배우로 한 걸음 더 전진했다.

문채원은 '착한남자'의 종영 후 가장 먼저 군대에 간 남동생의 면회를 다녀왔다고 했다. 수 개월을 서은기로 지냈던 문채원은 이제야 한 숨을 돌렸다. 문채원의 얼굴에 홀가분하다는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착한남자' 마지막 방송 전까지 촬영을 했어요. 종방연에서 밤을 꼬박 샜죠. 너무 피곤해서 정신을 못 차렸는데, 그래도 끝까지 함께 했어요. 드라마가 끝나니까 긴장도 풀리더라고요."

image
문채원ⓒ이기범 기자


문채원에게 '착한남자'는? "도전 그리고 모험"

문채원은 '착한남자'에서 자신이 맡았던 서은기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착한남자'와 서은기를 선택했던 속사정을 솔직하게 전했다. 그는 주변의 적지 않았던 걱정에 모험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독특한 멜로 또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봐요. 둘 중 하나만 완전히 충족되면 출연을 결심하죠. '착한남자'의 경우에는 서은기 캐릭터에 반해서 바로 선택을 했어요. 시놉시스를 볼 때 앞에는 기존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데 아버지에게 후계자로서만 길러져서, 어릴 때 그것을 거부당하고'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눈에 확 띄더라고요. 모험일 수도 있었지만 해보고 싶었어요. 도전이었죠."

문채원은 '착한남자'를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역시 서은기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방송 초반 서은기는 갖은 독설과 차가운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기억을 잃은 후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여인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지만 말이다.

"초반에는 제가 안 해 본 캐릭터라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독설을 해보지 않아서 연습을 많이 했죠. 은기가 기억을 잃은 후에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됐잖아요. 사실 은기는 기억을 잃었지만 저는 기억을 잃지 않아서 초반 은기의 모습이 남아 있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어려웠어요."

드라마 '공주의 남자', 영화 '최종병기 활' 등을 통해 문채원은 사극 여배우의 이미지를 얻었다. 사극에서 보여준 단아함과 청순함의 고정관념을 '착한남자'를 통해 확실히 깨트렸다. 배우라면 기존의 자신의 이미지를 깨트리는 게 쉽지 않은데 문채원은 해냈다. 그 나름대로 뿌듯함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사실 사극은 딱 두 번 했어요. 현대극을 더 많이 했는데도 사극 속 제 모습을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셨어요. '사극이 더 잘 어울렸다는 거구나'는 생각을 했었죠. 사실 사극 연기를 편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현대의 사람이니까, 현대극이 더 편해요. 앞으로 사극을 또 하게 되면 좋은 캐릭터가 있다면 해 볼 생각이에요."

image
문채원ⓒ이기범 기자


문채원이 본 송중기는? "말 놓은데 시간 걸려"

'착한남자'에서 서은기는 강마루(송중기 분)에게 독했다. 잃었던 기억을 되찾고 나서는 사랑 대신 복수를 선택했고, 복수로 인해 가슴앓이를 했다. 1인 2역에 가까웠던 캐릭터 소화가 문채원에게 힘들지는 않았을까.

"은기는 대차게 표현해야 했어요. 촬영 초반에 제가 잘 웃지도 않았어요. 후반에는 매일 웃다 시피 했는데, 이 때문에 오해 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거예요. 현장에서 그런 게 진짜 제 마음이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많이 웃고, 농담도 하고 그랬어요. 연기 내공이 부족한 저로서는 촬영 때 감정을 계속 이어가야 했었어요. (은기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 전에 그런 모습들을 보여드리게 됐었죠."

문채원은 '착한남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송중기가 자신의 대본을 보고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했던 일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송중기가 이미 여러 방송을 통해 문채원의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고,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칭찬한 것에 따른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렇다.

"(송)중기 오빠가 제 대본을 보시고 칭찬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저는 대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류승룡 선배님과 함께 2008년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출연했었는데, 당시 선배님 대본을 봤어요. 대본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고, 꼼꼼하게 대본을 보시더라고요. 사실 그 대본이 (문)근영이 것인 줄 알았거든요. 저도 그 후로 류승룡 선배님처럼 대본을 챙겨요. 류승룡 선배님은 이 사실 모르세요."

문채원은 송중기와 말을 터고 지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사람은 최소 2년은 겪어봐야 안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채원만의 삶의 철학이다.

"중기 오빠와 6개월 촬영을 하면서 솔직하고, 가식이 없고, 꾸밈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하나 덧붙이자면 일관성이 있는 배우죠. 극중 사랑하는 관계라 말도 빨리 놓고 친해져야 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착한남자' 초반에 촬영 때는 쏘아붙이고, 촬영 후에는 존댓말을 하고 그랬어요. 지난 9월 '착한남자' 제작발표회 즈음해서 오빠한테 말을 조금 편하게 하기 시작했어요."

image
문채원ⓒ이기범 기자


문채원도 고민했던 '착한남자'의 결말

'착한남자'의 마지막회가 다가올수록 시청자들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은 높아졌다. 이경희 작가가 비극적 결말로 유명한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에 이어 '착한남자'도 비극적 결말로 이끌어 갈 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문채원 역시 새드엔딩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작가님의 전작의 결말이 비극이었는데, 배우들끼리 결말이 어떻게 나올까 언급한 적은 없어요. 개인적으로 '누군가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죽으면 몇 명이? 내가 죽을까? 마루가 죽을까? 둘이 같이 죽는다?'라고 생각한 적 있어요. 결말에 따라 제가 표현하는 것도 달라지니까, 고민한 적은 있었죠. 그래도 저희 배우들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었나 봐요. 17, 18회 방송 때 좋은 결말이 날 것 같은 희망이 들었고, 그렇게 되서 기뻤어요."

문채원은 한 때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문근영, 한효주와의 친분도 뽐냈다. 그는 또래 연예인 친구들이 서로의 작품을 모니터 해주고 문자를 주고받는다고 밝혔다. 문채원은 바쁜 와중에도 문근영, 한효주 등에게 심적으로 많은 의지도 된다고 전했다.

"두 사람(문채원, 한효주)에게 너무 고마워요. 일을 하면서 '내가 이런 인복이 있구나'는 생각을 할 정도예요. (문)근영이는 저보다 연기 선배인데도 모니터도 잘 해줘요. 고마울 따름이죠. 예전에 제가 출연한 '최종병기 활' 시사회 때 효주가 와줬어요. 제가 드라마 때문에 효주가 출연한 영화 시사회 때 못 갔어요. '착한남자' 끝나고 효주와 통화를 했어요. 효주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 '반창꼬' 시사회 얘기를 하더라고요. '나 시사회 하는데, 경희대라서 멀지? 너 바쁘지?'라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무조건 간다고 했어요. 소속사에는 오는 12월 11일에 아무 일정도 잡지 말라고 했어요. 효주 영화 시사회 꼭 갈 거예요."

어느덧 20대 중반이 된 문채원도 이제 연애를 할 시기다. '착한남자'를 통해 진한 멜로로 시청자들을 사랑의 늪에 빠트렸다. 지독했지만 애절했던 사랑을 현실에서도 하지 않을까 궁금하다.

"해가 바뀌고, 나이가 바뀌면 연애에 대한 가치, 기준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작품 할 때 멜로는 진하고 센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그런 작품을 하고 나면 연애 생각은 뚝 떨어져요. 드라마 같은 연애는 거절 할 게요. 평범한 연애가 더 예쁠 것 같아요."

문채원은 '착한남자' 이후 어떤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