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효 "'런닝맨' 멤버들과 친해지는데 오래 걸렸다"(인터뷰)

영화 '자칼이 온다'의 송지효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11.17 15:08 / 조회 : 2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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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효 ⓒ사진=이기범 기자


단 2년 반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그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놨다. 에이스 그리고 멍지, 배우 송지효(31)다.

2003년 '여고괴담-여우계단'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지 올해로 10년. 드라마 '궁', '주몽', '계백', 영화 '색즉시공 시즌2'와 '쌍화점'과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 왔지만 2010년 여름부터 출연한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덕에 이젠 초등학생들도 그녀를 보면 "야, 멍지다'를 외칠 지경.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런닝맨'의 에이스는 실제 본연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송지효는 신경 쓰이지 않는단다. 카메라 앞에서라면 무엇을 하든 용서된다고 생각하기에 다만 최선을 다할 뿐.

새 영화 '자칼이 온다'(감독 배형준)는 '런닝맨' 속 에이스처럼 활기 넘치는 송지효의 모습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그의 첫 주연영화다. 송지효는 잘나가는 한류스타 최현을 죽이러 온 초짜 킬러 봉민정 역을 맡아 좌충우돌 소동극을 벌인다. 그녀가 노련하고 섹시한 미녀 킬러 분위기를 잔뜩 잡고 있는 포스터만 본 관객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듯. 송지효는 폭탄 맞은 파마머리에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 스포티한 민소매 티셔츠를 걸친 씩씩한 모습으로 관객을 맞는다.

-'런닝맨'의 에이스 송지효가 자연히 떠오르더라. 감독도 그걸 보고 캐스팅한 건가.

▶다 제가 한 거라 시기적으로도 그런 느낌이 드실 수 있다. 하지만 감독님은 그래서 캐스팅 하셨다고는 안 하셨다. 제가 느끼기로도 그런 것 같진 않지만 혹시 모른다.(웃음) '여고괴담'으로 데뷔할 당시 감독님께서 다니던 사무실이 그 영화사 근처였다더라. 오가면서 저를 보셨다는데 당시 그를 기억해주셨다는 게 감사했다.

-송지효는 '자칼이 온다'에서 어떤 데 꽂혀 출연을 하게 됐나

▶'런닝맨'은 좀 다르지만 제가 지금까지 연기한 작품에서 지금처럼 밝고 명랑한 게 사실 없다. 어눌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해본 적도 거의 없었다. 캐릭터가 밝으면 작품이 어둡고, 작품이 밝으면 캐릭터가 어둡고. 그러다보니 좀 더 밝은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전작이 드라마 '계백'이라 더 그랬겠다.

▶사극이고 왕비 역할이다 보니 체통을 지켜야 하고 말로 사람들을 다스려야 했는데 그걸 오래 하다보니 갑갑함이 있더라. '다음 작품에선 날아다니는 걸 찍고 싶어' 했는데 '자칼이 온다'를 만난 거다. 털썩털썩 앉을 수도 없는 겹겹이 한복 대신 옷도 마음대로 입을 수 있고, 무엇보다 액션이 있었다. 최현과 봉민정 외에 오달수 한상진 김성령 선배님이 각자 역할을 해주시는 거라 사실 위험 부담도 좀 덜었고. 봉민정 같은 역할을 해보지 않았던 점도 부담이었지만 좋았고, 또 멜로가 없다는 것도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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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효 ⓒ사진=이기범 기자


-사랑 이야기가 없어서 좋았다고?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뭐든 사랑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나. 제가 해 왔던 '색즉시공', '쌍화점', '주몽', '계백' 다 사랑이 베이스였다. 저도 늘 사랑으로 아프고 사랑으로 슬프고 이런 걸 해왔고. 그런데 이건 기본 베이스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나 상대 배우 때문에 아파하거나 변화하는 모습 없이 인간 대 인간이 만나 인생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상대가 아이돌스타인 김재중 아닌가. 덕분에 팬들 눈치도 덜 보이고 부담을 덜었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것도 조금은 물론.(웃음) 팬들도 작품인데 이해해 주시지 않았을까. 멜로가 없다는 게 그 친구랑 호흡하는 걸 더 재밌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같은 소속사고 원래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다. 멜로를 안 하는 게 연기하기 더 수월하기도 했겠다.

▶그것도 맞다. 사랑을 하고 표현하는 건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랑 하는 게 편하다.(웃음) 동생이고 동생처럼 봐왔던 시간이 있는데 갑자기 멜로를 표현하려면 어려운 숙제일 수 있을 거다. 이번에 재중씨와는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는 것처럼 보일까' 하는 고민 대신에 '어떻게 이 상황을 재밌게 풀까' 하면서 재미있게 찍었다.

-코미디지만 송지효가 폭탄머리로 나올 줄은 몰랐다. 민소매 차림도 신선했고.

▶감독님이 제안하시기에 저는 '봉민정스럽고 좋은 것 같아요' 하고 흔쾌히 했다. 평소에 민소매는 안 입지만.(웃음) 원래 망가지는 데 대해 거리낌이 없다. 제가 예쁘게 보이고 싶어 제 욕심을 차리려면 그걸 하지 말았어야 한다. 보시는 분들도 작품으로 봐주실 거란 생각을 늘 한다.

-'런닝맨'에 대해서도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카메라 앞에서는 뭐든 해도 된다는 유재석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최근 얘기다. '런닝맨' 자체가 여자 게스트들이 나오면 오빠들이 막 환호하고 그러는데, 적정선이랄까 그런 데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러다 유재석 오빠가 흔쾌히 했던 애기가 그거였다. '카메라 앞에서는 니들이 뭘 해도 용서가 된다'고. 그 말씀이 저에게도 참 와 닿았다. 오빠들 생각과 제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했고. 연기할 때도 카메라 앞에서는 상대를 사랑하고 또 뭘 해도 예뻐 보이고 그렇지 않나.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게 그 이야기가 확고하게 가슴에 와 닿더라. '그래, 맞아, 그랬던 거야' 하고.

-'런닝맨' 멤버들과는 정말 가까워 보인다. 호흡도 척척 맞고.

▶공감대도 있고 워낙에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인간냄새가 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가 아닌 어떤 분이 오더라도 잘 호흡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분들과 친해지는 게 오래 걸렸다는 게 죄송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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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효 ⓒ사진=이기범 기자


-그런 줄 몰랐다. 의외다.

▶제가 낯을 좀 가린다. 여자들은 괜찮은데 남자들이랑은 친해지는 게 어렵다. 김종국 오빠랑은 친해지는 데 1년 정도 걸렸다. 다시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재중씨가 고마웠던 부분이 그런 거다. 낯가림의 시기 없이 바로 작품을 할 수 있어서 훨씬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고 함께 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 왔는데 최근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송지효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놨다는 게 조금 서운하거나 하지는 않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사실 작품 이미지 때문에 억울했던 건 예전이다. '궁'에서 악역이었는데, 부모님이랑 밥을 먹으러 갔더니 저한테 손가락질을 하는 거다. 혼자 있었거나 스태프와 함께였다면 아니었겠지만 부모님이랑 함께 한 자리에서 너무 속상했다. 보셨을까봐 신경도 쓰이고. 이후엔 부모님이랑 나가서 밥을 거의 안 먹었을 정도다.

하나 작품이 나온 뒤 그 이미지가 덮어지기까지 늘 시간이 걸리지 않나. 저를 못되게 보시면 속상했겠지만 이건 아시다시피 제 모습이 많아서. 서운하거나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작품을 통해 전하던 제 모습이 보여지는 시간이 좀 단축됐다고 할까. 예능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도 흐름에 따라 1주일에 두 편이 나오고 '런닝맨'도 1주일에 한 번 다른 콘셉트로 나온다. 출연진들도 각자 캐릭터가 따로 있고 거기에 본연의 모습이 묻어나고. 그게 바로 저냐고? 가장 많이 묻어나는 게 사실이지만 그게 저의 100%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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