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난 회의주의자,추락한 인생이 아니길"(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2.10.30 09:17 / 조회 : 4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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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구혜선이 얼짱으로 이름을 알리던 시절 그가 10년 후 영화감독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02년 CF로 데뷔한지 10년, 구혜선은 배우이자 감독, 작가, 화가, 작곡가까지 다섯 가지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됐다.


본업인 연기부터 갈고 닦아라, 배우 타이틀을 이용해 쉽게 도전한다는 등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마다 모진 말들도 참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을 넘어선 지금, 구혜선은 더 단단해졌다.

벌써 두 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어낸 구혜선. 그의 영화 '복숭아나무'에는 지금까지 구혜선이 다방면에서 보여줬던 재능들이 집약되어 있다. 시나리오를 직접 썼고, 영화 음악에도 참여했다. 배우 캐스팅부터 연출까지 직접 발로 뛰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20대를 보낸 만 스물여덟 구혜선을 만나자마자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는 잠시 골똘한 표정을 짓더니 "사실 저도 궁금해요. 그러게요. 뭐가 되려고 그러는 걸까요?"라고 말하고는 배시시 웃었다.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게 되는 걸까.

"끝을 보자는 생각으로 하죠. 다 해왔던 일들인데 꺼내놓지 않았던 일들이기도 하니까 이걸 제대로 꺼내서 정리를 잘 해서 마무리를 잘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기도 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후회 없이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 더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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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구혜선은 스스로를 회의주의자라고 표현했다. 항상 밝아 보이는 그에게도 무언가에 도전할 때 두려움은 당연히 따르는 것이었다.

"사실 시도할 때 두려운 부분도 있거든요. 그런데 잘 마무리를 짓고 싶어요. 절대적으로 내 인생이 추락한 인생이 아니길 바라죠. 마무리가 죽음이라고 하면 좀 슬플 수도 있겠지만 맞는 말이에요. 전 굉장히 회의주의자예요. 지금도 굉장히 담담해요. 우리가 이런 사회에 살고 있지만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하는 부분이 있고 그 고민 중 하나가 영화가 될 수도 있고요. 같이 고민하는 거죠."

영화와 문학, 그림, 음악을 통해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는 구혜선. 예전에는 그 가치를 몰라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집에 살면 그것이 가치 있는 삶인 줄 알았다. 지금은 돈에 대해 초월했다는 그도 영화를 찍으면서 돈 때문에 고민하고 돈 때문에 마음을 졸였다.

"사실 영화 초반에는 투자가 안됐어요. 저에 대한 믿음만으로는 자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렇다고 남이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을 가지고 불평만 하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제 돈을 투자하면서 저는 스스로 내 인생의 투자자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이정도 투자는 할 수 있어야지! 하고 말을 엄청 깡다구 있게 했지만 어려움이 많았죠."

자신의 돈으로 호기롭게 영화를 찍기 시작했지만 막상 제작비에 대해 초연할 수 없는 순간도 많았다. 그럴 때 마다 구혜선은 스스로를 누르며 무엇을 위해서 영화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의미부여를 했다.

"누군가는 투자를 받는 다는 건 인정을 받는 것이고 상품가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그래요. 그래서 투자가 되지 않았던 기간 동안에는 스스로 자책하게 되는 시간이 있었어요. 엄밀히 말하면 전 제 자본을 잃은 거잖아요. 그런데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큰 공부했죠. 단단해졌어요. 비싼 공부 했다고 생각해요.(웃음)"

여러 가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혜선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여러가지 분야에 도전하기 전에 한 가지부터 '제대로' 하길 바라는 시각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가치관이 다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커피만 잘 만든다고 커피숍이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인테리어도 있고, 음악도 중요하죠. 융합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하물며 휴대폰도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면서 사람한테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건 좀 올드한 사고방식인 것 같아요. 저 조차도 속에 그런 면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분명히 같이 하니까 같이 발전해요. 그 교집합을 꺼낸 게 영상 작업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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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마이 라띠마'로 부산영화제를 찾은 유지태, '오로라 공주'와 '용의자X'를 연출한 방은진 등 배우 출신 감독들이 많다. 구혜선이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배우들보다 좀 더 일찍 연출에 발을 들였다는 것이다. 영화사 아침의 故(고) 정승혜 대표를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승혜 대표님을 만나면서 감독을 할 용기가 생겼어요. 이외수 선생님도 그렇고 저보다 더 많이 사신 분들을 보며 자극을 정말 많이 받아요. 전에는 저도 열등감이 굉장히 많았어요. 지금은 스스로 예뻐하고 있어요. '잘했어, 잘했어'하고. 비록 뒤에서는 울지라도."

"악플 같은 걸 봤을 때 저도 물론 '이 사람처럼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 해요. 그 생각을 탓할 수는 없는 거고, 단지 빨리 깨우쳐 나오시길 바라요. 그러면 본인이 아프니까요. 어쩌면 그것도 안주하고 있는 것 일수도 있잖아요."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혜선이지만 대중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그의 모습은 연기자로서의 모습이다. 다음 작품은 언제 쯤 만날 수 있는지 넌지시 묻자 서른이 가까워지니 작품을 고르는데 고민이 많아진단다.

"빨리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보고는 있는데 아직 모르겠어요. 팔색조의 매력을 꿈꾸는 배우들이 있다면 저는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하는 연기자인 것 같아요. 영화적으로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편이고 드라마는 대중적인 걸 선택하는 편이예요. 어떻게 보면 금잔디 같다, 똑같다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저는 그걸 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로빈 윌리엄스나 줄리아 로버츠가 그런 방향성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차태현 선배가 그렇고요. 서른이 다가오니까 좀 생각이 많아져요. 그래서 작품을 고르는데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구혜선에게 다음에는 또 무엇에 도전할까 궁금해진다 말하니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다 인간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해온 일들이에요. 사실 영화도 사람얘기잖아요. 다른 것들은 전혀 몰라요. 주목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어떤 반감이든 주목을 해주셨다는 건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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