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싸이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론 씁쓸"(인터뷰)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10.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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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김남길이 배우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지난 6월 소집해제한 김남길은 차기작을 검토하던 중 재활치료를 위해 서울대 분당병원을 찾았다가 힐링콘서트를 지켜보게 됐다. 그는 7명의 젊은 클래식 음악가가 앙상블이란 이름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이들이 음악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과 그 과정에서 생긴 현실의 딜레마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앙상블'이다. 김남길은 2억원 남짓한 제작비 중 3분의 1을 스스로 내면서 7명의 천재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김남길은 4일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제작자로 음악가들과 레드카펫에 올랐다. 피아노의 박진우, 비올라의 이한나, 바이올린의 김지윤, 콘트라베이스의 성민제, 클라리넷의 장종선 등이 김남길을 제작자로 만들어준 주인공들이다. 함께 레드카펫에 오르진 않았지만 '앙상블'에는 걸그룹 2NE1의 박봄 친언니이자 첼리스트 박고운, 바이올린의 권혁주도 함께 했다.

5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김남길과 음악인들을 만났다. 머리를 뒤로 쓸어 올린 김남길과 머리를 녹색으로 붉은 색으로 염색한 음악인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이채로웠다.


김남길은 "병원에 재활치료를 위해 갔다가 이들이 공연을 하는 모습을 봤다. 클래식은 문외한이지만 연주하는 모습이 좋은 연기를 보는 것 같았다"며 "이들의 모습을 여러 사람과 같이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남길의 뜻밖의 제안에 이들은 어땠을까?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오래해 국내배우들을 잘 몰랐다는 박진우는 "클래식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자는 목표가 있었기에 영화로 만든다는 기획 자체가 좋았다"고 밝혔다.

무대에 많이 서 봤던 이들이지만 카메라 앞에 선다는 건 낯선 일이었다. 박진우는 "카메라는 마지막까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다만 연주할 때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기에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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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을 중심으로 왼쪽부터 클라리넷의 장종선, 비올라의 이한나, 바이올린의 김지윤, 피아노의 박진우, 콘트라베이스의 성민제. 사진=임성균 기자


앙상블 팀은 천재 소리를 들으며 국내외 무대에서 활동하는 젊은 음악인들이 클래식의 대중화를 목표로 꾸린 팀이다. 그런 만큼 사람들과 소통에 목말라 있었다. 머리를 염색하고 무대에 서는 모습 자체가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선 이단으로 찍힐 일들이다. 머리를 붉게 물들인 장종선은 "음악에는 여러 장르가 있는데 유독 클래식은 국내에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편견을 깨고 싶기에 다양한 시도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은 "최근 싸이가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 음악계는 아이돌이 지배하고 있다시피 한다"며 "같은 음악이라도 클래식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대중화를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의 한 목소리에 제작자 김남길은 "싸이의 성공이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며 "영화도 다양해야 풍성해지는 것처럼 음악도 다양하게 대중이 즐겨야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자 아예 이번 레드카펫에 싸이의 말춤을 추면서 가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남길은 김지윤이 "드레스는 익숙하지만 악기 없이 레드카펫에 서니 불안하더라"고 하자 "나만 믿으라고 했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에 김지윤과 이한나는 "레드카펫을 걷고 난 뒤 참석한 배우들 중 우리 제작자가 제일 멋있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제작자 김남길은 '앙상블'을 끝으로 더 이상 제작자 타이틀은 갖지 않을 것 같다. 김남길은 "제작을 해보니 그런 재능을 갖고 있는 분들은 따로 있는 것 같더라"며 "더 이상 제작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난 연기가 제일 쉬웠다"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김남길은 "1억원으로 찍은 '후회하지 않아'를 했을 때 이송희일 감독님이 영화는 돈이 아니다고 하셨는데 제작을 해보니 돈이 많으면 좋겠더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그렇다면 배우 김남길의 모습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김남길은 "사실 소집해제를 한 뒤 연기자로 돌아오는 게 그리우면서도 두려웠다"며 "'앙상블'로 부산에 오면 작품이 없어서 제작자로 온 것인가란 소리를 들을까도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다"며 "다른 배우와 경쟁하기보다는 2년 전의 나와 경쟁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11월부터 영화 '거꾸로 달리는 사나이'를 찍는 김남길은 "쉬운 길 보단 어려운 일을 걷는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제작자로서 '앙상블'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클래식을 다룬 다큐멘터리라 큰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천재 소리를 듣는 음악인들과 천재 소리를 듣고 싶은 배우의 만남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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