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니엘 "댄디의 'ㄷ'자만 들어도 부끄러워"(인터뷰)

영화 '공모자들'의 최다니엘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9.03 13:22 / 조회 : 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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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공해상에서 벌어지는 장기 밀매를 다룬 스릴러 '공모자들'(감독 김홍선)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더해 소재가 주는 충격과 잔혹한 묘사 등 악재를 딛고 선 결과다. 최근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잔혹범죄 등과 더해져 영화의 섬뜩함이 더해지는 듯한 기분이다.


그런 '공모자들'과 최다니엘(26)의 조합은 언듯 언밸런스해 보인다. '거침없이 하이킥' 시절부터 말쑥한 댄디가이로 뭇 여성들의 사랑을 받던 그는 신혼여행을 떠나던 배에서 감쪽같이 아내를 잃어버린 남편 상호로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그를 둘러싸고 거듭되는 반전 또한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영화를 두고 "제가 봐도 독하더만요"라며 너스레를 떨던 최다니엘. "어쩜 댄디가이가 이런 데 나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댄디가이는 무슨, 댄디의 'ㄷ'자만 들어도 부끄럽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캐스팅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감독님이 대본을 주시면서 A4 용지에다 편지를 따로 적어 주셨다. 총알이 하나밖에 없는데, 이 총알이 마법을 불러일으키길 원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글에 마음이 흔들렸다. 사실은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어서 상호 캐릭터가 너무 정감이 안 갔다. 타당성, 이유를 생각하면서 억지로 정을 붙였다.


-반전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초반부터 반전을 염두에 두고 연기를 했나.

▶그랬다. 너무 리얼하게 아내를 찾으면 그건 관객을 우롱하는 것 같았다. 중간에 보면 상호가 좀 덜 적극적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거다. 우는 법도 없고, 혼자 있는 장면이 없다. 원래 '다크 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두 번 세 번 보면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다 드러나는 그 영화처럼 영화를 두 번 볼 마니아까지 생각해서 연기했다.

-잔혹한 스릴러물에 처음 출연했다.

▶장르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떤 걸 해도 다 같은 연기라고 생각했다. 스릴러를 좋아만 했지 해보는 건 처음이라 어리숙한 부분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다음에 비슷한 범죄 스릴러를 하면 조금 풍성하게 양념을 쳐줄 수 있지 않을까.

-오원춘 사건도 그렇고 요즘 잔혹 범죄가 이어지고 있어서 영화의 심리적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찍을 당시에는 안 그랬는데 영화를 찍고 나서 그런 뉴스들이 막 터지더라. 사회적으로 뒤숭숭한데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졌다. 묘사에서는 수위 조절을 하자고 해서 조절한 게 이 정도다. 소재 때문에 상상 이상의 공포가 생기고 반전 때문에 배신감도 더 커지고 이런 부분이 있다. 우리 영화 역시 실제 사건이 모델이긴 하지만 경각심을 일깨우는 부분이 있고, 픽션으로서의 스릴 또한 영화를 보는 재미니까 영화는 영화로 즐겨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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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댄디가이의 이미지를 지닌 배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동안미녀', '유령'부터 '공모자들'까지 그 이미지를 뒤집는 작품에 많이 출연해왔다. 이미지 변신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나.

▶댄디의 'D', '디귿'자만 들어도 부끄럽다.(웃음) 그런 이미지로 작품이 들어와도 안 댄디하게 간 작품들이 있었다. 그게 '동안미녀'였다. 내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안경을 썼으면 시청률이 1%는 올랐을 거란 이야기도 나왔지만, 제 목적은 좀 달랐다. 주위 돌아보면 있을 '진짜 내 스타일 아닌' 사람도 그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을 땐 남다르고 특별한 사람인 걸 그리고 싶었다. 실없고 허당같이 보여도 진국인 캐릭터 말이다. 이미지 변신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 목표에 충실하다보니 그런 평가를 얻었다. 결혼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연애에 충실하다보니까 결혼에 이르게 됐달까.

-'유령'에서 짧은 분량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것도 화제가 됐다.

▶처음부터 글만 보고 들어갔다. 영화 '자칼'같은 느낌으로 하고 싶었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물론 쉽게 하지는 않았다. 오기로 쭉 했다.

-안경 썼을 때와 벗을 때 이미지가 크게 달라 데뷔 시절부터 '최다니엘이 안경을 쓰느냐 안 쓰느냐'가 줄곧 화제다. 혹시 스트레스 받을 땐 없나.

▶그게 재미있다. 스트레스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배우가 광대 아닌가. 그런 이야기 하며 잠시라도 웃고 떠들 수 있다면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도 고맙고, 그런 걸로 인해 조금 대중이랑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즐겁다. '저는 안경을 그리고 다녀야겠어요' 그렇게 시사회에서 이야기한 것도 어찌 보면 라디오같은 소통이지 않나. 저는 고정관념을 깨는 게 재미있다.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건 스릴도 있다. 선입견을 갖고 있으면 그게 깨지는 순간 사람이 무방비해지지 않나. 다음엔 아예 삭발을 할까보다.(웃음)

-옷차림도 그렇고, 한결 가벼워진 느낌도 든다.

▶좀 20대처럼 보이나? 요새 바쁘고 외롭다. 애늙은이 소리 듣는 게 너무 싫다. 20대를 못 누리고 애어른으로 보내면 내 20대의 그만큼이 없어지는 거 아닌가. 내 나이대를 좀 만끽해야겠다 하고 있다. 더 찐하게 놀고 불살라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니까 마음이 급하고 외롭다.

-말 그대로 은근히 삐딱선 타는 걸 즐기는 것 같다.

▶'이렇게 해야 돼', '이렇게 해야 돼' 이런 게 싫었다. 정형화된 정답이 아닌데 그걸 정답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너무 싫었다. 반문을 하고 남을 이해시키려고 하고 하다보니 좀 더 진지해진 부분도 있고. 연기도 마찬가지다. 연기 자체가 인생을 표현하는 건데 왜 연기에는 정답을 정해놓고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냐 하는 생각도 했다. 드라마를 하면서도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헤매고 있다.(웃음)

-그게 어떤 건가?

▶이를테면 '뉴'와 '올드'가 있다. 하나는 여물지 않은 만큼 새롭고, 하나는 막 쪼그라들었지만 노하우가 깊고. 그런데 둘 다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고, 그래서 서로 싸우는 것 같다. 제 경험을 얘기하자면 저는 내가 편해야 자연스러운 연기고 진실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서도 매너리즘이 생기더라. 최다니엘이 편한 거랑 극중 상호가 편한 건 엄청나게 다를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을 했고, 내가 더 많은 걸 열어놔야 하는구나 하고 있다. 좀 더 유연하게, 유동적으로, 고체보다는 액체로 있어야 할 것 같다. 지금 하는 'AM 11:00'도 그 과정에 있는 작품인 것 같다.

-김무열이 하차한 영화 'AM 11:00'에 다시 출연키로 한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정재영 선배도 제가 한다고 해서 놀랐다고 하시더라. 소위 누가 '깐' 작품을 내가 받아먹는다고, 내가 '뺀찌' 먹었다고 그런 걸로 기분나빠하지 않는다. 저는 그 반대다. 작품만 본다. 충무로 하이에나다.(웃음)

오히려 제가 두려운 건 내가 한다고 해놓고 잘 못하는 것,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배우가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작품 하나만큼은 순수하게 다가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거 못하면 배우 나부랭이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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