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남' 이준혁 "데뷔 5년차 군입대..아쉬움 없다"(인터뷰)

김성희 기자 / 입력 : 2012.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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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이준혁(29)은 지난 2007년 데뷔이후 SBS 주말극 '조강지처 클럽', KBS 2TV 주말극 '수상한 삼형제', SBS 월화극 '나는 전설이다' 등에서 깔끔한 청년의 이미지의 역할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는 지난달 24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극본 김인영 연출 김용수 한상우)에서 이제껏 맡은 역할 중 가장 악한 '이장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극중 역할 때문일까.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실제로 마주한 이준혁은 매우 차분했고, 작품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는 눈빛이 진지했다. 이준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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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 '시티헌터' 김영주 검사에서 '적도의 남자'가 되기까지


이준혁은 전작인 SBS '시티헌터'에서 정의감에 똘똘 뭉친 김영주 검사 역을 맡았다. 그리고 '적도의 남자'에서도 또 다시 검사 역을 맡았다. 처음부터 할 마음이 없었다고. 어떻게 작품에 출연하게 됐을까.

"처음에는 시놉시스를 보고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작품을 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성격도 예민해져야하니 부담감도 있었어요. 악역이어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도 아니었죠. 계속 읽어보는 중 어린 장일이가 수미의 아버지가 무당인 것을 알고 차가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적도의 남자'는 치열한 수목대전에서 유일하게 정통멜로극이었다. 워낙 동시간대 다른 작품에서 판타지 로맨스가 성행한 만큼 '시청률 꼴찌'로 출발했지만 입소문만으로 짜릿한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배우로서 시청률 부담도 없잖아 있었을 거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과적으로 '적도의 남자'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시청률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촬영현장에서는 언젠가는 치고 올라간다는 분위기였어요."

'적도의 남자' 19회는 방송사고로 인해 남은 10여 분이 방송되지 못했다. 당시 마지막 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기분이 어땠을까.

"19회는 좀 아쉽죠. 본방송 모니터를 하려고 보고 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황했었죠. 제작진과 배우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엔딩을 앞두고 있는 19회에 엄청 신경을 썼어요. 그렇지만 피치 못한 사고였으니까 다 함께 고생한 시간들이었기에 안타까웠죠."

매회 예측 할 수 없는 반전을 만들어낸 작품답게 충격적인 장면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하다.

"인상 깊은 장면은 아무래도 옥상에서 죽을 뻔했던 장면이죠. 한 두 번이야 참을 만한데 이게 계속 이어지니까 진심으로 '사고가 나면 죽을 수 도 있겠구나' 싶었죠. 오로지 엄태웅 형을 믿고 의지하면서 촬영했어요. 힘든 경험을 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17회를 가장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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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 이준혁, '발연기'와 '멘붕연기' 정점을 찍다

'적도의 남자'는 배우들의 연기가 매 회마다 화제가 됐다. 엄태웅은 '동공연기'를 선보였고, 이준혁은 '발연기'와 '멘붕표정'으로 열연했다. '발연기'란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양 발로 긴장감을 표현해내 시청자들로부터 받은 호평의 상징이다. 이처럼 매회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이 캐릭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

"장일이를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고, 치열하게 인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심성은 악인이 아니지만 친구를 죽일 뻔 했기에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었죠. 개인적으로 차가운 잣대를 갖고 연기했어요. 오히려 반성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적도의 남자'의 마지막 회에서 장일은 기억을 상실하는 상황에서도 선우에게 참회한다. 장일은 선우와 함께 15년 전 살인미수 사건 현장에서 용서를 구하며 새 출발을 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에 사로잡혀 결국 절벽 아래로 투신했다. 선우가 그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고, 장일의 결말에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장일 역의 이준혁은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는 오히려 결말에 허무함이 있어서 좋았어요. 김인영 작가님 필력과 김용수 감독님의 연출은 정말 대단하세요. 장일이는 멋지게 죽지 말았으면 했고 허무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물론 저 역시 장일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심성은 악인은 아니지만 순간의 실수로 낙인이 찍혀버린 아이가 됐기에 살아있었어도 행복하진 않았을 거예요."

극중 역할 때문에 '멘붕', '꽃개'(꽃미남 얼굴에 개 같은 성격) 등 다양한 별명이 생겨났다. 여기에 기억 남는 별명이 있을까.

"저도 별명 다 알고 있어요. 팬 분들께 감사하죠. 그 중에서 '꽃개'가 아무래도 기억에 제일 많이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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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은나기자


◆ 군 입대를 남겨둔 5년 차 배우의 심경

이준혁은 '적도의 남자' 촬영으로 한 차례 군대를 연기했다. 작품이 끝나고 해외 프로모션 활동도 남아있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으로 영장이 오면 현역으로 입대한다. 그는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적도의 남자'를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청자 분들도 각자 바쁘게 살아가는데 저희 작품을 위해 인생에 귀한 20시간을 투자했으니 소중하게 기억됐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오싹한 얘기를 누군가에게 해줄 때 그 사람이 몰입해주면 좋잖아요. 즐겁게 봐주셔서 제 역할을 다 한 것 같아 기쁩니다."

이준혁은 어느 덧 데뷔 5년 차가 됐다. 배우로서 한창 물이 오를 때 입대한다. 차기작에 대한 욕심과 아쉬움도 있을 텐데 지금 심정이 어떨까.

"데뷔 5년차가 되니 객관적으로 시선이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군대 간다고 해서 불안감은 없어요. 이미 마음을 다 정리했고 편해요. 주위에서 한창 일할 때 가니까 아쉽지 않는지 물어보는데 전 괜찮아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돼요. 지금 개인 시간이 없다는 건 아쉽네요. 그동안 사랑해주신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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