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 칸서도 독설 "다음엔 백인공격 영화"

'돈의 맛'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공식기자회견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5.26 21:02 / 조회 : 1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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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칸 공식기자회견에서 임상수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임상수 감독의 독설은 칸 공식기자회견에서도 여전했다. 임상수 감독은 26일 낮12시30분(현지시간) 빨레 드 페스티발 내 위치한 칸영화제 공식기자회견장에서 내외신을 상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이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 '하녀' 이후 2년만에 칸을 찾았다. 임상수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 백윤식 윤여정 김강우 김효진 등 '돈의 맛' 배우들과 함께 참석해 외신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았다.

임상수 감독은 "내 영화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코멘트를 갖고 있다"며 "최근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돈의 맛'에 담겨있다"고 말했다. '하녀'와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냐는 영국기자 질문에는 "연상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완전히 독립된 영화로 봐달라"며 "'하녀'는 리메이크라 한계를 느꼈고, '돈의 맛'은 가장 임상수스러운 영화"라고 자신했다.

임상수 감독은 영화 속 미술이 인상적이라는 질문을 받자 "한국 슈퍼리치들은 그렇게 산다"며 "그들은 내 영화를 싫어하겠지만 그 부인들은 영화를 보고 집 인테리어를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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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빨레 드 페스트발 내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백윤식 김효진 임상수감독 윤여정 김강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또 임상수 감독은 "내 영화는 60년대 아트하우스 필름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고전소설 영향을 받았다"며 "이번 시나리오를 쓰면서 '멕베스'나 '리어왕' 같은 책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의 기운이 작품으로 들어오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곁에 앉아있던 윤여정은 임상수 감독 영화 속 여주인공들이 마녀처럼 등장한다는 질문을 받자 "마녀 맞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윤여정은 "마녀지만 귀엽게 그리고 싶었다"며 "현지 기자시사회에서 윤여정과 김강우 섹스신에 관객들이 웃었는지 궁금하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또 임상수 감독은 "난 표현주의자라기보다 냉혹한 리얼리스트"라며 "이번 영화에 김강우와 김효진 시점으로 잡은 장면들을 눈여겨 봐달라"고 설명했다.

이 때 한 프랑스 기자가 이창동 감독의 '시'도 그렇고 한국영화에 여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경향에 대해 물었다. 임상수 감독이 잠시 뜸을 들이자 윤여정이 "그건 내가 답해야겠다"며 "'시'속 여주인공과 '돈의 맛' 속 여주인공은 굉장히 다르다"며 "한국에서도 진일보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나이 많은 남성이 어린 여성과 관계를 맺는 건 끔찍하지만 어느정도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반대는 굉장히 끔찍하다. 그런 점에서 임상수 감독은 남녀를 평등하게 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 분명한 주인공은 김강우가 연기한 영작"이라며 "옳은 대로 살 수 없는 인물이고, 그렇게 질식할 것 같은 삶을 사는 한국인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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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칸 공식기자회견에서 임상수 감독과 김효진이 질문을 듣고 웃고 있다.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김효진은 '돈의 맛' 속 재벌 딸 역할에 대해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착하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이분법으로 볼 캐릭터는 아니다"며 "영작에게 희망을 주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로 사는 데 대해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실천하는 것일 뿐 힘들진 않다"고 덧붙였다.

백윤식은 임상수 감독이 현장에선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 "보시다시피 잘 웃고 소통을 많이 한다"며 "본인이 '쿨'이란 단어를 많이 써서 현장에서 '쿨감독'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김강우는 "웃음 안에 엄청난 독설이 담겨 있어 편할 수도 있지만 부담도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효진이 "현장에서 연기시범을 보이는데 당혹스럽기도 했다"고 하자 윤여정은 "섹스신에서도 연기시범을 보여 '내가 알아서 할께'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임상수 감독은 재벌의 압력을 받아 영화를 만들기 힘들었냐는 질문에 "투자받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내 식대로 하는 게 예술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욍욍 거리는 모기 같더라도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며 "이 영화가 완성된 게 그 포용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임상수 감독은 "이 영화는 단순히 한국의 부정부패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아하게 사는 백인들이 그 이면에 있는 이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테러리즘이 생기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되물었다.

임상수 감독은 "한국에서 온 감독이 영화 잘 만들었다고 귀엽게 보지 말라"며 "다음 번에는 백인들을 공격하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프랑스 남자 기자가 "그런 영화들이 만드는 게 두렵지 않냐"고 묻자 임상수 감독은 "우아하게 사는 백인들이 우리보다 포용력 있길 바란다"고 반문했다.

임상수 감독은 "'그 때 그 사람들'이 내 영화 중 가장 중요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돈의 맛'은 그 이후 가장 중요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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