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 "한국영화 황금종려상 탈 때 됐다"(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5.25 06:30 / 조회 : 6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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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돈의 맛' 임상수 감독이 칸 해변에서 인터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임상수 감독은 솔직하다. 적당히 겸양도 떨 법 하지만 거리낌이 없다. 그의 영화는 그래서 노골적이고 불편하고 남들이 꺼려하는 곳을 만진다.


24일(현지시간) 제65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임상수 감독과 만났다. '돈의 맛'이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와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현지를 밟았다. 2010년 '하녀'가 경쟁부문에 초청된 지 2년만의 입성이다.

임상수 감독은 "한국영화가 이제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탈 때가 됐다"고 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돈의 맛'을 왜 불렀는지 지켜보라고 말을 이었다. 기자들을 상대로 실명을 거론하며 거침없이 토로했다. 가감 없이 옮긴다.

-칸에 2년만에 다시 오게 된 소감은.

▶지난 번에 칸에 초청됐을 때는 솔직하게 놀랐다. 이창동 감독의 '시'가 워낙 확정적이었으니깐. 사이드 부문으로만 간다고 해도 좋았을 정도였다. 내가 겸손 떠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솔직히 지난번에는 칸에 간 것만으로도 승리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두 번째니깐 경쟁에 못 들어가면 어쩌나 초조하더라. 일본이나 중국은 표현은 안 해도 기분이 나쁠 것이다. 한국영화는 경쟁에 두 편 왔는데 자기들은 한 편도 없지 않나. 여기 애들도 그런 소리 하는데 한국영화는 황금종려상을 못 탔는데 언제 타냐고 한다. 내 생각에도 조만간 탈 것 같다. 때가 됐다. 올해 될지도 모르고. 홍상수와 임상수, 두 중견감독이 왔는데 뭐라도 하나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한국에선 '돈의 맛'에 대한 반응이 각각인데.

▶한국에선 왜 내 영화에 악평이 많은지 모르겠다. 자기 취향대로 싫으면 싫다 정도여야 하는데 약간 증오와 분노가 느껴지더라. 나에 대한 개인적인 아니꼬움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하녀'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찍은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도 하고 티에리 프레모도 만족시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 경쟁에 초청된 22편 중 자국에서 흥행을 성공시키는 건 정말 드물다. 이번엔 보다 설명적으로 영화를 찍었는데 한국에서 대중에게 이해를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 영화는 불쾌하면서도 뭔가 다른데 이런 것에 만족하지 않는 것 같다. 저널리스트가 그런 점을 리드해야 하는데 그런 점도 약하고.

-어떤 점이 그런가.

▶내 영화를 보고 이죽거린다고 하는데 난 이죽거리지 않는다. 평론자들이 이죽거리지. 씨네21에 이동진 평론가가 별점을 줬는데 맥락 없이 썼더라. 그런 게 이죽거리는 게 아니냐. 그는 영화계 파워맨이라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데 나는 항의했다. 내 영화 GV를 봐달라고 했다. 씨네21에도 항의했고. 재벌도 무서워하지 않고, '그 때 그사람들'로 권력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았는데 기자한테야.

-칸에 오게 된 뒤 뭐가 달라지던가.

▶'하녀'가 칸에 온 뒤 80만 달러에 팔렸다. 30억원 정도로 영화를 만드는데 10억원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이다. 칸에 오면 그런 경제효과가 생긴다. 이번에는 150만달러 정도를 이야기할 것 같다. 상을 타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고.

그리고 갈라스크리닝 때 정말 기분이 좋더라. 한국에서는 씹으려는 사람 투성이인데. 임상수 20대부터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고생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격려를 받았다. 그래서 다음 작품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실제로 '돈의 맛'은 지난해에 올 수 있도록 시나리오 다 써놨다. 영화제 다니면서 틈틈이 준비했다.

-왜 지난해에 만들지 못했나.

▶칸에 다녀왔는데도 투자가 잘 안되더라. 국내에서 230만명이 봤고 칸에도 다녀왔는데. 다 재벌 돈 아니냐. 한국에서 재벌 돈 없으면 영화를 못찍겠구나란 공포가 있었다. 재벌에 관한 이야기니깐. 씨너지가 투자해서 찍었다. 자기네(씨너지)도 이런 '핫'한 감독 잡은 것이고. 그래서 찍은 걸로 감사하고 만족한다. 이런 마음인데 이죽거린다고 하고 말이야. 나도 이 영화를 찍어서 위험할 수도 있는데.

-왜 위험한가.

▶누가 재벌 뿐 아니라 검찰 조심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조심하려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영화 못 만든다. 재벌을 경멸하는 마음을 담아서 이 영화를 찍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으로 이 영화를 찍은 게 아니다. 그 재벌 영향 아래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그렸다. 작정하고 재벌을 비판하는 건 운동권 영화나 독립영화들이 하는 것이고. 그 정도 수준으로 예술 작품이 되는 건 아니다.

-투자는 어느 정도 힘들었나.

▶이정재가, 아 이정재 이야기해도 되나. 이정재한테 '돈의 맛' 시나리오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정재가 '하녀'를 CJ 부회장이 보고 너무 불쾌해했다며 이 시나리오는 아예 CJ는 (투자심의에) 넣지 말라고 하더라. 쇼박스는 한다고 했는데 일주일 만에 담당자가 찾아와서 못하겠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룹 비서실에서 못하게 했다는 소리도 들리고. 싸이더스FNH에선 하자고 했는데 사장이 바뀌고. 그랬더니 무서워지더라. '돈의 맛' 배급하는 롯데도 칸 확정되니깐 투자로 들어왔다.

-수상 예측하나.

▶'하녀'는 티에리 프레모 입장에서 모험적인 선택이었다. 평은 너무 좋지도 않은데 못 올 영화는 아닌 것 같다였던 것 같고. 그런데 또 불렀다는 건 그저 그런데 또 부르진 않았을 것 아닌가. 경쟁부문에 빅네임은 원래 오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도 빅네임이다. 그래서 올해 프레모의 야심작은 나와 미국영화들이다.

나도 7번째 영화인데 터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도 줄다리기를 한 것이고. 경쟁에 오는 영화들은 돈으로 이야기하자면 내 영화보다 안든 것도 많다. 여기는 돈이 아무리 들어가도 오늘의 진정한 영화, 내일의 갈 길이란 영화를 부른다. 나도 내가 만든 영화가 오늘의 진정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는 50년간 똑 같은 이야기를 답습하고 있지않나. 그래서 내 영화가 프레모의 선택인 것이다.

-칸에선 한국과 다른 반응을 예상하나.

▶'돈의 맛'을 한국에서 오픈할 때는 엔딩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 칸에서 만일 나의 엔딩을 잘 이해한다면, 파워풀하다고 생각한다면 '투상수' 중 내가 상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이주민과 계속 부딪히며 사는 곳 아닌가. 엔딩으로 그 사람들을 위협하고 싶다. 그래도 나중에 실망하지 않으려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다.

-칸에 어떻게 이 영화를 소개하고 싶나.

▶칸에 '돈의 맛'을 소개하는 책자에 내가 직접 쓴 글이 있다. 이 글을 쓸 땐 아직 프랑스 대선 전이지만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나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다 같은 부류다. 다 자기처럼 부자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당선된 사람들 아닌가.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없다. 있지만 이런 자리에서 나처럼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진짜 이야기는 술자리에서나 한다. '나꼼수'가 그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해서 성공한 것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모든 권력을 가졌었다. 그런 권력이 군부독재가 끝나면서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 권력을 이제는 재벌이 갖고 있다. 여러분 신문사도 재벌 영향에 있지 않나. 할 말을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

사실 내 작품 투자를 거절한 사람도 다 '돈의 맛'속에 있는 영작이다. 10년 동안 일했는데 여전히 재벌 심부름을 하는. 백윤식이 '그 때 그 사람들'에서 대령에게 '야전에 있어야 하는데'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를 '돈의 맛'에서도 백윤식이 영작 역의 김강우한테 한다. 야전에서 솔직하게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게 현실 아니냐.

그래서 내가 강자가 되려면 꼭 상을 타야 한다. 그래도 지난번에 칸에 와서 처음으로 조중동과 인터뷰를 했다. 그 전까진 그 사람들이 먼저 와서 악수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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