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갈팡질팡 4각사랑만..패션은 결국 '조연'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2.05.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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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캡처=SBS '패션왕'>


제목은 '패션왕'이었지만, 네 주인공들은 '패션'보다는 '사랑'에 더 열정적이었다.

지난 22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패션왕'(극본 이선미 김기호·연출 이명우)은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네 젊은이들의 열정과 엇갈린 운명'이라는 타이틀 아래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지난 3월 19일 첫 방송됐다. 특히 차세대 유망주로 꼽혔던 유아인 신세경 권유리 이제훈의 캐스팅으로 이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 갔다.


하지만 '패션왕'은 본래 의도와는 '다른 엇갈린 사랑이야기'로 극이 전개되면서 '패션'이라는 소재가 다소 퇴색,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결국 가영(신세경 분)을 잊지 못한 영걸(유아인 분)의 총격에 의한 죽음이라는 아쉬운 결말 속에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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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캡처=SBS '패션왕'>


◆ 초반 캐릭터 뚜렷..점차 색 잃어가


방송 초반에는 네 주인공의 캐릭터의 모습이 등장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극 중 영걸은 동대문에서 가난하지만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 작은 패션공장의 사장으로서 코믹하면서도 정열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가영은 천재적인 디자인 실력을 가진 미싱사로 부모를 잃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재혁(이제훈 분)은 패션 의류회사를 소유한 재력가로 까칠하면서도 냉정한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안나(권유리 분)는 미모와 능력을 갖춘 패션 디자이너로서 도도한 매력으로 남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들 네 명의 캐릭터는 방송 초반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극의 몰입을 도왔다.

극 중 영걸은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선상에서 난동을 피우고, 미국에 홀로 남겨지는 등 다양한 상황에 처하면서도 극복해내는 모습과 좌절의 순간을 함께 보여줬다.

가영도 조마담(장미희 분)과 신정아(한유이 분)와의 갈등 속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멋지게 이겨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점차 그 색을 잃어가며 네 주인공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가영을 향한 재혁의 진심은 드러나지 않다가 방송 후반 쯤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재혁과 라이벌 관계였던 영걸도 까칠한 척하며 가영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재혁은 극 초반 안나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채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엇갈린 사랑은 극 중반을 거치며 스토리의 중심에 서면서 본래 기획의도였던 '패션업계에서의 일과 성공'이라는 의미를 흐리게 만들었다.

결국 지난 22일 방송에서 가영은 영걸이 보낸 비행기 표와 편지를 받지 못하고 그의 진심 역시 받지 못한 채 재혁에게로 돌아섰고, 결국 영걸의 죽음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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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캡처=SBS '패션왕'>


◆ '패션'이라는 소재는 '조연'에 불과했다?

'패션왕'에서 깊이 있는 '패션'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다만 네 주인공이 벌이는 상황의 배경이 '패션업계'일 뿐이었다.

즉, 영걸이 재혁에게 돈을 빌리고, 재혁이 영걸로부터 가영을 영입하려 하고, 안나가 재혁을 버리고 영걸에게 가는 상황들은 '패션'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상황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사랑에 대한 욕망을 채우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다.

영걸은 재혁과 시도 때도 없이 부딪치며 라이벌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 중심에 가영이 있었고, 가영 또한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우유부단한 모습만 보였다. 또한 안나도 옛 연인이었던 재혁과의 재결합을 이어가려 했지만 결국 영걸에게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다소 식상한 로맨스는 결국 '뻔한 드라마'였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게 만들었다.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속에서 '패션'은 결국 조연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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