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新르네상스 오나..명과 암 집중조명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3.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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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새로운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있다. 적어도 외견상으론 그렇다.

1월19일 '댄싱퀸'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래 3개월 동안 한국영화가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댄싱퀸'에 이어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러브픽션' '화차'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1위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한국영화 점유율도 1월 62.9%에서 75.9%로 껑충 뛰었다. 관객이 극장에서 5편 중 4편을 한국영화로 선택한다는 뜻이다. '범죄와의 전쟁'과 '댄싱퀸'이 400만명을, '부러진 화살'이 300만명을 넘어섰다. 2월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3편이 300만명을 넘어선 건 이례적이다.

'러브픽션'과 '화차'에 이어 22일 개봉한 '건축학개론' 흥행은 3월이 극장 비수기란 소리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한국영화 흥행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내실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높인다.


우선 장르와 소재가 다양하다. '댄싱퀸'은 휴먼코미디로 가족 관객을 사로잡았고, 법정영화인 '부러진 화살'은 사법부에 분노한 성인관객을 끌어 모았다. 80년대를 장르적으로 회고한 '범죄와의 전쟁', 색다른 로맨틱코미디인 '러브픽션', 사회파 미스터리물인 '화차'와 멜로의 귀환이라 불리는 '건축학개론'까지 각기 다른 이야기로 관객을 만족시켰다.

5억원 남짓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부러진 화살'의 성공과 1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3D애니메이션 '점박이:한반도의 공룡' 흥행은 올 초 한국영화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부러진 화살'이 350억원이 투입된 '마이웨이'보다 더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건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한동안 여름과 겨울 극장가에는 100억대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등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7광구' '퀵' '고지전' '마이웨이'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한 반면 '도가니' '완득이' 등 40억원 내외 영화들이 사랑을 받았다.

중간 규모에 다양한 소재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선호가 올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영화는 에로영화를 양산하며 방화라 불리던 음울한 80년대를 지나 90년대 새로운 융성의 시기를 맡았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라 불린다. 군사정권의 제약에서 벗어나 참신한 영화들이 쏟아졌다. 프로듀서들이 기획하는 영화들이 승승장구하던 시기기도 하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영화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06년을 정점으로 거품이 빠지면서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됐다. 120편이 넘는 영화들이 쏟아지며 수준 미달 영화들이 등장하자 관객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제작편수가 60편 가량으로 뚝 떨어졌으며, 불황의 긴 터널에 들어갔다.

그랬던 한국영화들이 지난해부터 제작편수가 증가하는 등 새로운 전기를 맡았다. CJ와 쇼박스, 롯데 등 기존 메이저투자배급사에 NEW의 등장과 디씨지플러스, 씨너지의 가세, 이십세기폭스 등 외급자본의 유입 등 자금의 유입이 자유로워진 게 주효했다.

침체기 동안 낭인처럼 떠돌던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절치부심하며 준비하던 영화들이 속속 제작에 들어가 선보이고 있다. 투자사들에 외면받았던 '러브픽션'과 '건축학개론'이 비로소 올해 개봉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올해 한국영화 선전은 국내외에서도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5월 칸국제영화제에 출품이 거론되는 영화만도 5편 남짓이다. 홍상수 감독이 진정한 칸의 여왕 이자벨 위페르와 호흡을 맞춘 '다른 나라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등이 후보로 꼽힌다. 박찬욱 감독이 니콜 키드먼과 찍은 할리우드영화 '스토커'도 칸영화제 초청이 거론되고 있다. 허진호 감독이 장동건과 함께 중국자본으로 찍은 '위험한 관계' 리메이크도 올해 칸에서 선보일 전망이다.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찍은 '라스트 스탠드'와 이병헌이 출연한 '지.아이.조2'가 올해 선보이며,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명배우들과 함께 4월부터 '설국열차'를 찍는다.

1월부터 불붙은 한국영화 열풍은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월 '간기남'과 '은교', 5월 '코리아' '내 아내의 모든 것' 6월 '후궁' 7월 '도둑들' 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사극과 에로, 남북첩보, 로맨틱 코미디, 범죄, 스릴러 등 장르도 다양하다.

제작편수도 부쩍 늘어 올해는 90여편 가량 새로운 영화가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 기근에 허덕이던 충무로에 이제훈 김수현 유아인 송중기 등 20대 배우들이 새롭게 등장하며 김민희 한효주 이민정 문채원 등 젊은 피가 수혈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충무로를 주름잡던 설경구 송강호 김윤석 기존 3인방에 최민식의 귀환, 하정우의 급부상도 흥미롭다. 나홍진 이경미 강형철 등 2008년 등장했던 신인감독들에 윤종빈,이용주 등 신예감독들이 올해 부상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물론 한국영화 외견이 좋아졌다고 한국영화산업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가 짙어지는 법. 고 최고은으로 상징되는 작가와 스태프의 열악한 환경은 개선되기엔 멀었으며,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감독들을 입도선매한 뒤 제작 대행을 맡기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제작사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영화계의 갈등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음악을 사용할 경우 부담을 온통 제작자가 떠안도록 문화부가 징수규정을 정하면서 영화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과연 한국영화가 현안들을 극복하며 신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을지, 2012년은 어느 해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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