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가 탈북영화 '크로싱'에 출연한 진짜이유는?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3.08 14:29 / 조회 : 37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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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가 4일 오후 서울 신촌동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콘서트 '크라이 위드 어스'에서 탈북자 북송 반대를 외치고 있다. 김용훈 인턴 기자


2008년 개봉한 '크로싱'은 임신한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 탈북한 남편이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북에 두고 온 아들을 만나려 한다는 이야기다.

지하철에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탈북자를 다룬 영화치고 잘 된 영화는 없었다. 탈북자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크로싱' 개봉을 앞두고 차인표를 만났다. 차인표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이런 우려 때문에 출연을 안 하려했다. 차인표는 "왜 나는 다른 영화 제의는 안 오고 이런 영화 제의만 오나"란 생각을 했더랬다. 자신의 선한 이미지를 담보 삼아 영화 속 캐릭터에 차용하려는 김태균 감독의 의도도 불편했다.

차인표는 탈북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아보고 고민했지만 자기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크로싱'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

그랬던 차인표가 '크로싱'을 하게 된 이유는 공식적으론 아내 신애라의 설득 때문이었다. 신애라는 굶주리고 죽음의 공포에 떠는 탈북자들을 돕는 데 힘을 보태자고 했다.

사실 그래도 차인표는 '크로싱'이 자기 몫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차인표가 다소 친분이 있는 기자에게 밝힌 '크로싱'을 하게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차인표는 '크로싱' 출연을 놓고 기도를 했다. 답을 달라고 했으면서도 이 잔이 자신의 잔이 아니길 바랐다.

그날 오후 차인표는 매일 읽는 성경을 꺼내들었다. 마침 시편 82편을 읽을 참이었다. 차인표는 3절과 4절을 읽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시편 82편 3절: 약자들과 고아들을 변호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라. 4절: 약하고 궁핍한 사람들을 구해 주고 악인들의 손에서 건져주라.

차인표는 고민했다. 마치 자기에게 한 말 같았다. 그래도 차인표는 결정을 미뤘다. 출연해봤자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는 생각이 여전히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차인표는 일요일 교회에 가서 목사님 설교에 맞춰 성경을 펼쳤다.

우연히 펼쳐진 성경은 놀랍게도 다시 시편 82편이었다. 차인표는 그제야 눈물을 흘리며 '크로싱' 출연을 결심했다.

차인표가 이 같은 사실을 비밀로 한 건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이 자칫 영화에 해를 줄 수도 있단 생각 때문이었다. 종교가 다르거나 없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줄 수도 있기에 차인표와 기자는 이 사실을 알리지 말자고 했다.

4년이 흘렀다.

차인표는 지난 4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동료 연예인 49명과 중국정부의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크라이 위드 어스' 콘서트를 열었다. 그동안 정치권의 숱한 러브콜을 거부해온 차인표는 탈북자들이 목숨을 위협받는 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치와는 무관하다며 이 같은 행사를 주최했다. 대관료도 차인표가 냈다.

차인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는 그동안 숨겨온 이야기를 써도 되지 않겠냐며 양해를 구했다. 사람들에게 차인표의 진정성을 알리고 싶었다. 차인표는 걱정했다. 이번 탈북자 북송 반대 콘서트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입장에서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인데 자칫 자신의 종교적 신념 때문으로 비춰질까 걱정스러워했다. 차인표다웠다.

이번 콘서트에 참여한 연예인들은 자칫 중국에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차인표만 해도 한류 영향으로 중국 드라마를 찍었다. 그래도 차인표는 "나는 괜찮다"고 했다. 차인표는 "원래 오기로 했던 동료들이 많았는데 소속사나 부모님의 반대로 못 왔다. 그들을 이해한다. 그리고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중세 유럽에선 이스라엘 점령을 놓고 기독교 군대와 이슬람 군대가 전쟁을 벌였다. 십자군 전쟁이다. 십자군 전쟁은 세계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놓고 "제2의 십자군 전쟁"이라고 했다가 말실수였다는 성명을 발표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런 십자군 말고 또 다른 십자군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당시 시칠리아를 포함한 이탈리아와 프랑스 남부는 이슬람 해적으로 몸살을 앓았다. 북아프리카를 거점으로 한 해적들은 약탈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납치해서 노예로 팔았다. 부자는 돈을 내고 풀려났으며, 귀족은 싸울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기에 주된 피해자들은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었다.

노예가 된 사람들은 비참했다. 남자들은 손과 다리에 쇠사슬을 찬 채 힘든 노역을 했으며, 여자들은 강제로 개종돼 할렘으로 팔려갔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구출수도회와 구출기사단이 결성됐다. 이들은 무기 대신 자신의 재산과 후원금으로 노예를 되사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구했다. 이들은 돈이 모자르면 자신이 인질이 되기도 했으며, 화형에 처해진 사람도 있었다.

600여년 동안 이들이 구한 값진 생명은 50만~100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구해진 사람들 중에는 나중에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도 있었다.

'크로싱' 때 차인표와 '9시 뉴스'에서도 탈북자 뉴스는 시청률이 확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람들이 탈북자 소식은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 애써 외면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차인표와 그의 동료들은 애써 외면했던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데 좌우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그저 사람들을 살리는 데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달라고 외치고 있다.

지금 죽음의 공포를 매순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미래의 세르반테스가 될 수도 있다. 살려야 그들이 우리의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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