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는 언제까지 원곡자를 곤란케 할건가

[기자수첩]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2.01.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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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속 좁은 사람이 되었네요."

가수 강산에가 17일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리메이크된 자신의 노래 음원을 판매 중지하고, 트위터에 남긴 말 한마디다. 물론 '나가수'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말은 아닐 것이다.


최근 그의 말 한마디에 언론이 한바탕 떠들썩했고, MBC와 고심 협의 끝에 '음원 중지'라는 원하는 결과물도 얻은 그가 또 다시 논란을 부추길 이유는 없어 보인다. 남겨놓은 전체 글 앞 뒤 맥락도 그렇다.

악성 댓글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마초 같은 인상의 로커라도 이번엔 인터넷을 뒤지다 이런 댓글을 발견한 듯하다. "에이~뭐 그런 것 가지고 그래".

저마다 꿈 해몽이 다르다지만, 최근 대중에게 그려진 강산에의 모습은 '남의 창작물로 돈 벌고 있으니 배 아픈가 보다'고 해석될 수도 있었나보다. 워낙 화제가 되니 그냥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느꼈다고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고해'의 공동 작곡가인 임재범과 송재준도 새해를 앞두고, 뻘쭘한 상황을 겪었다. 시작은 임재범이 '고해'를 자신이 홀로 썼다고 MBC 제작진이 방송한 것에 대해, 송재준이 이의제기를 하며 촉발됐다.

당시 송재준은 "공동 작곡가임을 인정하나, 방송을 보고 자신의 노력이 헛되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에 MBC가 아닌 임재범 측이 정면 반박에 나서면서 논란의 중심은 제작진에서 임재범으로 비껴 흘러갔고, 비난의 화살은 본 책임이 있는 MBC보다는 송재준과 임재범에게 쏟아졌다. 논란의 핵심을 비껴나가 누가 더 많이 참여했는가를 따지며 소모적인 비난만이 난무한 셈이다.

속사정을 모르는 제3자의 시각들은 다된 밥상에 숟가락 얻는 비겁하고 옹졸한 작곡자로 임재범과 송재준을 그리기 시작했다.

과거 원곡자의 속 좁은(?) 행동은 종종 있었다. 백지영의 '내 귀에 캔디'를 만든 작곡가 방시혁은 임재범이 해당 곡을 리메이크 하고자 했지만, 승인을 거부했고, 김범수가 부른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도 원곡자의 거부로 음원 협상이 결렬됐다.

그렇다면 작곡자는 정말 속이 좁은 걸까. 굳이 꼬자면, 창작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밴댕이' 속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원 작곡자들은 주로 리메이크 곡이 원곡을 너무 훼손했다고 느낄 때, 거부감을 느낀다. 자신의 작품이 훼손되기를 원하는 창작자는 없다는 얘기다.

직접 그린 작품이 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누눈가에 의해 덧대어 졌을 때, 원작가의 기분을 생각하면 쉽다. 타인의 편집으로 프로그램 취지가 완전히 달라졌다면 어떤 PD가 기뻐만 하겠는가.

전성기의 '나가수'에 비하면 시청률은 다소 떨어졌지만, 경연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만큼 화제성은 여전하다는 것을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화제성이 있다는 것은 대중에게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향후 원곡자와의 음원 공개 협의에 있어 MBC는 각별한 신중을 기해 논란을 줄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앞서 수고한 원곡자의 노력을 다시 한 번 재고한다면, 작곡가를 본의 아니게 속 좁은 사람으로 만드는 일은 줄지 않을까. 좋은 명곡이 나와야 좋은 리메이크 곡도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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