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그녀' 김혜선, '여자 달인'이 떴다(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1.12.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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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혜선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혜선아 괜찮아?"

"괜찮아요! 근데 재밌었나요?"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김혜선(29)은 긁히고 찢기고 입 주위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그러면서도 "별일 아니에요"라며 씩 미소를 짓는다.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최종병기 그녀'코너에서 파인애플을 껍질 채 입으로 갈다 난 상처란다. 하지만 그녀는 "재밌으면 됐지, 상처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종병기 그녀'에서 김혜선은 대사가 없다. 톱 여배우 역 김희원이 "나 이런 거 못해~"를 외치는 순간, 등장해 큰 타이어를 목에 걸고 돌리거나 입으로 20kg 쌀 포대 3개를 들어올린다. 찌그러진 20리터 생수통을 숨을 불어 넣어 펴는 것도 예사다. 그녀는 말 그대로 '최종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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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최종병기 그녀'에서 각종 묘기를 선보이고 있는 김혜선. 그는 이날 파인애플을 입으로 갈다 상처를 입었다. <사진=KBS 화면 캡처>
◆"이런 것 못해~"와 함께 등장..60kg 쌀 포대 입으로 드는 등 '괴력'


무대 밖 김혜선은 작은 키에 가녀린 목소리를 지녔다. 평소에는 코너 속 '올백 머리' 대신 단발머리를 하고 다닌다. 언뜻 봐서는 '최종병기' 속 모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하하, TV 속 제 모습만 보시고는 우락부락 거친 이미지라고들 생각하시나 봐요. 목소리 들으시면 다들 깜짝 놀라세요. 그래서 코너 속에서 대사가 없는지도 모르죠."

김혜선은 1983년생으로 올해 스물아홉 살인 '신인 개그맨'이다. 올해 26기 KBS 공채 개그맨으로 뽑혔다. 나이 제한이 폐지된 뒤 입사한 첫 '노장 신인'이다. '최종병기 그녀' 속 모습에 그녀의 '과거'를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여군? 여자경찰? 하지만 그녀는 '댄서'를 꿈꾸던 평범한 20대였다.

"스무 살 때 무작정 고향(전북 군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어요. 당시에는 댄서가 되는 것이 꿈이었거든요. 근데 키도 작고, 워낙 키 크고 몸매 좋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포기했죠(웃음). 그러다가 '댄서가 아니면 개그맨을 해야 겠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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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혜선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0살에 '댄서' 꿈꾸며 상경..29살 올해 KBS 신입 개그맨으로 뽑혀

개그맨이 되자고 마음먹고는 대학로 개그 극단에 들어가 무대에 올랐다. 스물다섯 살 때였다. 자신감이 붙었지만 시험만 보기만 하면 보기 좋게 떨어졌다.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

"자꾸 개그맨 시험에 떨어지니까 상심이 컸어요. 왜 떨어지는지 고민을 해보니까 제가 남들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없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하다 운동을 좋아하니까 '액션'으로 가보자 생각했죠. 바로 '액션스쿨' 오디션을 봐서 들어갔습니다."

김혜선은 "운동은 좋아하는데, 단증은 별로 없다"라며 "다들 무술이 10 몇 단 되는 줄 아는데 중2때 딴 태권도 2단이 전부"라며 웃었다. 하지만 '헬스'는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다.

"제가 사실 서울에 올라올 때 체중이 70kg이 넘었어요. 좀 과장해서 목이 안보일 정도였으니까요(웃음). 독한 맘먹고 20kg을 뺐어요. 근데 어느 날 헌혈을 하려고 하니까 안 된다는 거예요. 몸이 너무 약해서요. 그때부터 헬스를 시작하게 됐어요."

김혜선은 매일 오전 '개그콘서트'에 출근하기 전에 헬스장에 들른다. 하루 2시간씩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고 했다.

"하체 운동 등 남성들이 주로 하는 운동을 하다 보니 선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어요. 근데 힘쓰는 운동이 제게 잘 맞는 걸 어떡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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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혜선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온 몸 멍투성이지만 "'일단 해보죠!'가 좌우명"

매일 같이 하는 운동들이 결국 '최종병기 그녀'속 김혜선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녀린 몸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무리라고 몸 사리라고 할 때가 많아요. 근데 재밌을 것 같으면 하는 거죠. 저는 일단 '해보죠!'에요. 안되면 어쩔 수 없고, 되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는 "너무 무리일 것 같으면 주위에서 '작업'을 하자고 할 때도 있다"라며 "하지만 시청자들이 캡처해서 확대해서 볼까봐 그냥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속이는 건 스스로에게 안 맞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무리를 하다 보니 몸이 성할 날이 없다. 온 몸이 멍투성이라고. 그는 "김병만 선배님이 자서전에 쓴 글 중 '파스를 붙이면 오히려 보는 이들이 걱정한다'는 말을 동감한다"라며 "그래서 아파도 파스는 안 붙인다"고 했다.

◆'달인' 김병만에 많이 배워 "'여자 달인'되면 영광!"

방송 초반에는 친구들이 울면서 "괜찮냐"고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괜찮냐고 물으면 처음에는 '괜찮아, 안 아파' 그랬어요. 근데 이젠 '괜찮아, 안 아파, 근데 재밌었어?'라고 묻게 돼요. 아픈 것보다 재밌었는지 안 재밌었는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져요."

'달인'코너가 없어지며 김병만이 떠나간 '개그콘서트'에서 김혜선은 '여자 달인'으로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김병만이 '개그콘서트'를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김혜선을 부탁한 것도 어쩌면 그런 점이 고려됐을지도 모른다.

"김병만 선배님이 아이디어도 많이 주셨어요. 쌍절곤도 김병만 선배님께 배웠으니까요. 특히 '덜 다치는 방법'은 참 고마운 가르침이죠. 마지막 녹화를 마치고 '헬스걸'코너를 하는 이종훈 선배님에게 저를 부탁하고 가셨어요. 막내에게 대한 그 배려심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여자 달인'으로서 주목받는 데 부담은 없냐고 물었다.

"'여자 달인'이요? 제게는 더 없는 영광이죠. 저도 김병만 선배님처럼 코믹 액션을 하는 희극 배우가 꿈이에요. 개인적으로 또 바라는 게 있다면 마흔 살이 돼도 복근이 있는 여자로 남고 싶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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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혜선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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