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김현수, '도가니' 찍다 "에잇 못해먹겠네"(인터뷰)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1.10.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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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현수 ⓒ최준필 인턴기자 choijp@


추운 겨울 어느 날, 하얀색 얇은 잠옷차림으로 세탁실에서 연두는 맨발로 터 벅 터 벅 걸어 나왔다. 한 발, 한 발..순간 연두가 소리쳤다. "에잇 못해먹겠네!"

김현수는 엉뚱한 소녀다.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 제작 삼거리픽쳐스·판타지오)에서 같은 장면을 찍고 또 찍고 하자 현수의 입에서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수가 연기한 연두는 청각장애인이다. 대사가 없다. 촬영장에서 말없고 얌전한 현수는 '시크녀'라 불렸다. 11살 시크녀의 입에서 '못해먹겠다'니, 현장에 있던 '도가니' 촬영 팀을 비롯해 현수 어머니 역시 깜짝 놀랄 수밖에.


"하하, 그게 이상한 건가요? 전 너무 춥고 그래서 그냥 해 본 소리에요. 발이 차가운데 찍고 또 찍고 처음에 참았다가 나중에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왔어요. 하하하."

경기 오산 운산 초등학교 5학년, 김현수(11)는 예사롭지 않았다. 현수는 '도가니' 이전에는 지난해 개봉된 영화 '하모니'(강예원 아역)와 '우리 만난 적 있나요'(윤소이 아역)까지 고작 2편에 출연했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신세경의 아역으로 출연한 것도 '도가니'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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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현수 ⓒ최준필 인턴기자 choijp@



현수는 '도가니'에서 커다란 두 눈에서 주루룩 눈물을 흘리며 성인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최근에는 SBS '뿌리 깊은 나무'에서 신세경 아역을 연기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제대로 연기학원을 다녔거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김현수의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왜? 현수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으니까. 연기도 잘하고 예쁘고 귀엽기까지 한 김현수였다.

"내가 인기요? 아니에요, 별로 없어요. 저학년은 잘 몰라보는데, 고학년들은 '너 '도가니' 나온 애 맞지'라고 알아봐요. 6학년 언니들 중에는 나를 알아보고 '공유오빠 사인 좀 받아 달라'고해요. 흐흐흐"

남자친구의 유무를 물었다가 된통 당했다. 김현수는 "없어요. 초등학생이 남자친구가 있는 건 이해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시크녀'다웠다. 김현수와 함께 한 어머니 최미현씨는 "현수가 엉뚱한 면이 많아요. 4차원 끼가 있어요. 가끔 엉뚱한 얘기를 잘해서 나도 당황할 때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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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현수 ⓒ최준필 인턴기자 choijp@


김현수는 영화에서 쉽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 폭행을 당하는 장면 등등. 일부에선 아동학대라는 지적이 있었다.

"힘들었냐구요? 많이들 물어 보시는데요, 사실 교장 선생님(장광)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재밌게 해주셨어요. 장난도 많이 치시고 재미있었어요. 맞는 장면은 얼굴을 빼고는 특수 안전장치를 입고 있어서 하나도 다치지 않았어요. 얼굴은 화장으로 아프게 보이게 한거구요. 촬영장에서 공유 오빠랑 정유미 언니가 너무 잘 해주셨어요. 유미언니는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것도 직접 만들어 주셨어요. 12월에 또 놀러오라고 하셨어요. 사실 '도가니' 촬영보다는 '뿌리 깊은 나무'가 더 힘들었어요. 제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 게 처음이라서요, 너무 오래 촬영을 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잠을 잘 못자니까요."

어린 나이지만 어쩜 그리 연기를 잘 할 수 있었을까. 기특할 정도다. 눈물연기는 어떻게 했을까. 김현수는"슬픈 생각을 해요. 엄마나 아빠나 언니가 죽는 상상을 해요. 그러면 눈물이 그냥 나와요"라고 말했다. 이제는 죽음의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실감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기자로서는 '아, 그렇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인 '도가니'를 어른들은 다 볼 수 있지만 정작 김현수는 못 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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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현수 ⓒ최준필 인턴기자 choijp@


"내가 한 연기라서 보고 싶은데 못 봐서 답답해요. 친구들은 불법다운로드를 해서라도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에요. 에휴. 조만간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이 되서 연기를 하는 게 재밌고, 여러 명이 모여서 연기를 하는 게 재밌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 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11살의 김현수는 소신도 분명했다. 최근 '도가니'로 유명세를 타면서 이 곳 저곳 대형 음반 기획사에서 걸그룹 제의를 받지만 그 답은 "아니요"였다.

김현수는 "걸그룹을 할 정도로 노래를 잘 하지 못해요. 그리고 학교도 못 다닐 정도라고 들었어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그냥 연기만 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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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에 출연한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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