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안전빵'만 하는 게 싫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9.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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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공유는 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였다. 로맨틱코미디의 보증수표기도 했다. 그가 전역하고 영화 '김종욱 찾기'를 첫 작품으로 택했을 때, 그래서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대단한 모험에 나섰다. 22일 개봉하는 '도가니'(감독 황동혁)는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청각장애인학교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수년간 농아들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화인만큼 어렵고 무겁다. 공유는 군대 시절 원작을 보고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꼭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소속사가 원작의 영화 판권을 샀고 그렇게 영화가 만들어졌다.

공유는 자신이 '도가니' 중심에 서 있는 것에 손사레 친다. 영화는 모두가 만들었다는 데 마치 자신이 참여해서 했다는 것처럼 비추는 걸 경계했다. 공유는 "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도가니'는 무거운 주제다. 그런데도 먼저 찾아간 작품이다. 배우로서 영화를 통해 사회참여를 하고 싶단 생각이 있었는지, 아니면 이야기에 그냥 꽂혀서 한 것인지.


▶군대에서 원작을 읽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그저 심장이 뛰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막상 촬영을 할 때는 너무 막연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던 게 사실이다. 그냥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겠다는 이야기였다.

-의무감 같은 게 있었나.

▶ 배우로서 사회고발이나 의무감에 불타서 한 건 아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내가 맡은 인물이 영웅도 아니고, 멋진 모습도 아니다. 그냥 연민이 느껴졌다. 암울한 현실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정말 우리 같은 모습이라서. 주위에서도 그냥 식물 같은 인물인데 뭐가 좋아서 하냐고 하더라.

-제대 후 '김종욱 찾기' 같은 안전한 선택을 하더니 바로 그 다음 작품이 '도가니'라서 놀랐는데.

▶ '김종욱 찾기'도 '안전빵'은 아니었다. '안전빵'만 하는 성격도 아니고.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도 정말 좋은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단 생각을 감히 했다. 그런 야심이 있었다. 그래서 '김종욱 찾기'도 도전이었다. 말랑말랑하고 내가 잘하는 것이라 한 게 아니다.

-'도가니'는 배우도 제작사도 투자사도 다 모험이다. '그 놈 목소리'처럼 실화를 다룬 영화와는 또 다른 무게감이 전해지는데.

▶ 촬영 전 고사를 지내고 또 다 끝나고 쫑파티를 했을 때 이런 소리를 했다. 이 영화 잘되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흥행이)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못했을 거라고. 다들 한마음으로 이 영화를 했다. 진심으로 감사할 뿐이다.

-그동안 부드러웠던 공유에 대한 이미지, 그런 것에 편견도 있을 것이고 어떻게 달라졌을지 관심도 가질텐데.

▶ 다른 모습에 대한 부담감,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와서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난 이걸 잘하니깐 저걸 해야지란 생각은 없다. 처음부터 없었다. 필모그라피를 보면 모순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래서 매니저들과 계속 다투기도 했다. 하기 싫어서 도망간 적도 있고.

그렇기에 이 이야기에서 공유에 대한 게 첫 번째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공유가 마치 다한 것처럼, 공유가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시는데 절대 아니다. 그런 것들이 '도가니'에 방해가 될지 걱정된다. 해보니깐 변신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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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이야기한 것처럼 감정을 터뜨리는 인물도 아니고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힘을 다 빼고 해도 욕심이 생기더라. 감독님이 됐다고 해도 마음을 못 비우겠더라. 그래서 힘들었다.

-공지영 작가는 뭐라고 하던가.

▶ 마치 공유가 공지영 작가님에게 영화 만들자고 담판지은 것처럼 알려줘서 걱정이다. 사실이 아니다. 그저 영화로 만들면 하고 싶단 뜻을 표현했을 뿐이다. 공 작가님도 마침 영화로 하실 생각이 있으셨다. 나에 대해서는 이런 사람이 이런 영화 주인공 해야 하지 않나고 하셨다더라. 직접 만나뵈니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셨다. 기특하게 봐주시는 것 같았다.

-이 영화 얼마나 흥행이 됐으면 좋겠나.

▶ 많이 봐주세요, 이런 이야기를 할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이 영화를 통해 사건이 많이 알려줬으면 좋겠다. 내가 느낀 마음을 영화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보이지 않은 힘이 작용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런 마음을 믿는다.

-상업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대중적인 작품도 해야할텐데.

▶ 독립영화도 하고 싶다. '혜화,동'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민용근 감독님과 꼭 작업을 하고 싶다. TV드라마를 하라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전작 '커피프린스 1호점'이 워낙 잘됐기에 부담감이 영화보다 더 크다. 그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과 같이 하면서 그래서 한국영화에도 보탬이 되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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