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 뉴 '하이킥3',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②

(위왼쪽부터)김영기 김병욱 조찬주 PD,(아래왼쪽부터)송미소 장진아 이영철 홍보희 백선우 작가 ⓒ사진=홍봉진 기자

'짧은 다리'는 과연 '역습'에 성공할 것인가.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을 잇는 '하이킥' 시리즈의 3편,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돌아왔다. 지붕을 뚫었으니 이번엔 구름이라도 뚫는 것이 아닌가했으나, '하이킥3'는 이런 빤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예상치 못한 제목을 내걸었다.

제목만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시리즈 중 3편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지. 제작진을 만나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살짝 엿봤다.

스튜디오 첫 촬영에 돌입한 지난달 31일 김병욱 PD, 이영철, 홍보희, 장진아, 백선우, 송미소 작가와 만났다. "어서 시트콤을 잘 마무리 하고 내년 4월이 돼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들에게서 '하이킥3'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시즌1부터 김병욱 PD와 쭉 함께 해 온 이영철 작가는 시즌 3를 맞은 감회에 대해 우선 "고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렇게 크게 관심 받아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거침없이 하이킥' 때는 사실 저희끼리는 재미있다고 했는데, 밖에선 반응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지붕 뚫고 하이킥' 때도 처음엔 조용했고. 이번엔 전편 결말에 만족하신 분들이 많아서 더 큰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다.(웃음) 시트콤을 하면서 여러 번 캐스팅을 했는데, 이번이 가장 만족스럽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불안하기도 하다."

홍보희 작가는 '섬씽 뉴(Somethting New)'라는 한 마디로 이번 시즌3에 담긴 제작진의 의지를 표현했다. "김병욱 PD님이 항상 주장하시는 것이 '뭔가 새로운 것'이다. 그간 다양한 내용의 시트콤이 많았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를 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찾자는 것. 그게 우리 팀의 주안점이다.

김병욱 PD ⓒ사진=홍봉진 기자

그렇다면 '하이킥 3'가 기존 시리즈들과 차별화 되는 '섬씽 뉴'는 무엇일까.

이번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즌1과 시즌2의 기둥이었던 이순재의 부재. 또 시즌2에서 해리가 "빵꾸똥꾸"라는 유행어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던 것에 비해 아역배우들이 없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전편들에 비해 한층 젊고도 성숙한 모습이다.

이 작가는 "보시기에도 느껴지겠지만, 연령대가 젊은 세대에 집중됐다. 사실 이순재씨 나문희씨 연령대가 가지는 편안함과 익숙함, 흡입력이 있는데 이번엔 그것이 없어졌다. 거기에 대한 불안감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 한편 "'하이킥3'는 시리즈 2편과 달랐으면 좋겠지만, 너무 달라도 안 되니까. 그 선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 조금 더 밝은 얘기로 가보자는 얘기는 했던 것 같다"라고, 이전 시리즈와 조금은 달라진 스토리 윤곽을 밝혔다.

연령대가 낮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부각된다. '하이킥' 시리즈는 그간 등장인물의 연령과 성별, 캐릭터에 따라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끌어 들여왔다. 이번엔 학생들이 대거 출연하는 만큼,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학교를 둘러싼 에피소드도 적잖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홍 작가는 "'누가 주인공이다', '어떤 주제가 있다'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 그저 자신의 입장과, 문제를 안고 있는 주인공이 있는 것이다"라고 '하이킥3'가 특정한 주제의 이야기로 국한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녀는 "시트콤 안에는 부모님이 안 계시고 제도권 교육에 염증을 느끼는 한 여고생이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가 있다. '지붕 뚫고 하이킥' 같은 경우 황정음이 88만 원 세대를 대변했다면, 이번에도 취직을 하지 못해 대학교 졸업이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한 주인공의 모습이 등장한다. 사회생활을 빚을 떠안고 시작하는 인물은 반값 등록금 시위 등의 현실을 시트콤 안으로 끌어 들인다. 아버지의 입장에선 부도가 난 가장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런 식으로 각자의 문제점이 있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하이킥3'의 궁극적인 주제는 시트콤이 끝나고 나서야 보이지 않을까."

이번 시즌3에 합류한 보조 작가로 합류한 송 작가는 "시즌1에선 미스터리와 코미디가 적절하게 섞여서 새로웠다. 그런가하면 '지붕 뚫고 하이킥'은 드라마 적인 요소가 강해서 진짜 몰입해서 봤다. 새로운 시트콤이라고 느끼면서 봤다. 이번에도 역시 조금 더 다른 요소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것이 조금 더 새로운 '하이킥3'를 만들지 않을까"라고 '하이킥' 시리즈 애청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전했다.

(위왼쪽부터)김영기 김병욱 조찬주 PD,(아래왼쪽부터)송미소 장진아 이영철 홍보희 백선우 작가 ⓒ사진=홍봉진 기자

'하이킥'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킥'만이 갖고 있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뭔가가 있다.

앞서 말했던 다양한 현실 주제 역시 그 중 하나. '지붕 뚫고 하이킥'에 무시당하는 가장 정보석, 서울대가 아닌 서운대를 나와서 인생이 서운한 황정음, 가난한 식모 세경이의 모습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대변했다.

그래서 웃기지만 어딘가 코끝 찡한 슬픔이 함께 느껴진다는 것이 김병욱표 시트콤의 특징. 이번에도 다양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려질 에피소드들이 '하이킥3'가 다른 시즌과 다른 점이자, 또한 시리즈를 잇는 하나의 끈이 될 것이다.

특히 캐릭터 가운데에 의사와 교사라는 직업과 조카와 삼촌의 관계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김 PD는 "사실 그 부분은 제작진에게 반성의 여지가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 놨다. 그는 "직업보다는 감정선을 다루는데 집중하려고 하다 보니 특정 직업과 관계가 반복됐다. 새로운 직업군이나 관계를 만들면 그에 따른 정보를 찾고, 그에 대한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화장실 에피소드가 등장한 횟수만 따져도 100회는 될 것 같다. 화장실 이야기가 매일 나온다는 불만도 있었다. 그러나 소재는 같아도 에피소드가 매번 달랐다. 캐릭터의 배경도 그런 부분이다. 직업보다는 그 캐릭터 자체의 특성과 성향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 같은 맥락으로 인물들을 봐 주셨으면 좋겠다."

이 작가는 '하이킥' 시리즈를 잇는 요소로 "김병욱 PD"를 꼽았다. 오랫동안 김 PD와 호흡을 맞춰온 그는 "'하이킥'에는 감독님의 세계가 있지 않은가. 이번 시즌3 역시 '거침없는 하이킥'과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보여준 세계, 그 연장일 것"이라고 짧지만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놨다.

'하이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독특한 집안 구조.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봉을 타고 오르내리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벽에 '개구멍'이라고 할만한 작은 문을 만들어 중간 중간 웃음 코드를 삽입했다. 이번엔, 무려 땅굴이 등장한다!

김 PD는 "공간이 주는 코미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속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도 발생하는 실마리가 된다. 땅굴도 이번 시트콤에서 코미디 또는 멜로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해 기대를 자극했다.

우리네 모습을 간직한 캐릭터들의 모습, 일상에 깃든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제작진의 터치는 이전 시리즈 그대로였다. 다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하이킥3'의 이야기들은, 매번 달랐던 화장실 에피소드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될 전망이다.

작가들은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가볍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일상의 웃음을 찾는 게 중요한데. 거창한 의미를 찾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 유쾌하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냥 일상 이야기니까 웃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면서, 때론 공감을 얻으면서 즐기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김 PD는 "우리가 함의를 담고 있는 이야기 외에, 어쩔 땐 우리가 생각도 못한 것을 찾는 분들이 있다. 거기서 우리가 배우는 게 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닌데 시청자들이 많이 찾아 주시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도 많이 찾아 주셨으면 한다"라고 시청자들의 상상력에 거는 기대로, 관전 포인트를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