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자살률 1위..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

[자살방지 캠페인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한국' 인터뷰]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1.08.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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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미디어 스타뉴스, 인터넷 미디어 TV리포트, 한경닷컴, 그리고 한국편집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등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한국'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을 자살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이 캠페인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녹원회가 홍보대사를 맡고 이효리 주상욱 등 유명 스타들은 물론 KBS 민경욱 앵커가 동참했습니다. 이번에는 배우 하지원과의 인터뷰입니다. 【편집자주】


지난 12일 오후. 영화 '7광구' 서울 지역 무대인사를 마치고 저녁 식사 자리에 합류한 하지원은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이혼율과 자살률이 1위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인터뷰 질문 내용이 적힌 A4 용지를 꼼꼼하게 훑어봤다.

숙연한 표정으로 "자살률이 높다는 건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1위일 줄은 미쳐 몰랐다"는 그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고귀한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남은 가족들은 그 아픔을 평생 가져가야 하지 않나라고 말문을 열었다.

-혹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연예인 중 친분이 있었던 사람은.


▶없다. 하지만 故 최진실 정다빈씨 등은 방송국에서 몇 번 마주치고 인사를 나눈 선후배 사이이기 때문에 비보를 접한 뒤 믿을 수 없었고 정말 경악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싶지만 그래도 꼭 그래야 했나, 한번만 더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렸더라면 어땠을까 아쉽고 안타깝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힘이 빠지고 의욕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외로움, 단절감이 제일 크지 않을까. 고민이나 문제가 없는 사람은 아마 지구상에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천석꾼은 천 가지 고민, 만석꾼은 만 가지 고민이 있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그걸 나눌 사람이 없다면 그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고독사(孤獨死)라는 단어를 봤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일본의 독신 남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고독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다룬 글이었는데 섬뜩했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가장 큰 적이 무관심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리고 자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위에 자신의 절박함을 내비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그걸 잡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을 때 행동에 옮긴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족, 친지, 이웃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살아야 할 것 같다.

-혹시 악플 때문에 괴로워 한 적은.

▶연예인으로 살다 보면 좋은 점도 있지만 말 못할 고민도 있게 마련인데 악플도 그런 것 중 하나다. 사실 악플은 안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보고 나면 괜히 찜찜하고 자꾸 마음에 걸리기 때문에 아예 접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건강한 비판과 비난은 발전의 동력이 되는 만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가끔 연예인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 섭섭할 때가 있다. 말과 글에는 주술력이 있다고 믿는다. 자꾸 누군가에게 지구를 떠나라고 돌을 던지면 그걸 맞는 죄없는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왜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가 됐다고 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삶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징표가 아닐까 싶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면 누구나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사회라면 이렇게까지 자살률이 높지 않을 것 같다. 선진국처럼 복지 정책이 잘 마련돼있지 않은 것도 이유일 것 같고. 얼마 전 TV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고리사채까지 빌린다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쉽지 않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메스를 대야 하는지 갑갑할 뿐이다.

-인생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극복하나.

▶막연하더라도 잘 될 거라는 믿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편이다. 운동을 해서 땀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대인관계가 넓은 편이 아닌데 저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면 고민이 훌훌 사라지는 것 같아 효과를 봤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치유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주위에 멘토처럼 든든한 인생 선배가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다. 또 후배들에게 제가 그런 역할이 되고 싶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이나 상처 받는 일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를 찍으며 다치거나 며칠 밤을 새우는 일쯤은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사람에게 받은 배신감은 그 아픔이 아주 오래 가더라. 더 심각한 건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는 사실이다.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한국 캠페인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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