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장기하..상반기 인디, 소리없이 강했다

[2011년 가요계 상반기 결산]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1.06.2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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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10cm(위)와 장기하와 얼굴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붕가붕가레코드 제공


여전히 강세를 보였던 아이돌 열풍 속에서 인디뮤직이 소리 없이 강했던 올해 상반기 가요계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인디신은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로 유난히 북적거렸고, 범상치 않은 인디 뮤지션들이 하나 둘씩 입소문을 타더니 급기야 TV, 라디오, 페스티벌 등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 속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들만의 리그'는 금세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해외로 무대도 옮기고 있다. 획일화된 가요계의 대안이라는 평까지 얻으며, 시선을 독차지했던 이들이 가요계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던 올해 상반기 인디계다.


상반기에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주인공은 10cm(십센치). 장기하와 얼굴들 이후 다시 찾아온 인디음악 부흥기의 최대 수혜자로, 이들은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가요제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십센치는 정규 1집 '1.0'이 단기간 만에 2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데 이어 요즘에는 CF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편안한 포크 송 분위기에 독특한 가사, 감성 어린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아메리카노'란 곡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노래를 따라 부르게끔 했다.

이 곡은 오랜 기간 차트 상위권에 머무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메리카노'를 비롯해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그게 아니고' 등 다양한 곡들이 고루 차트를 넘나들었다. '쎄시봉' 등 포크 열풍도 십센치의 음악을 주목받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


올해 차트에 '아메리카노'가 있다면 3년 전에는 '싸구려 커피'가 있었다. 연이은 불황 한파 속 청년 실업자들을 비롯한 암울한 현실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루저 정서'를 담아 큰 공감을 산 노래. 장기하와 얼굴들도 두 번째 음반을 발표했다.

무대 위 장기하의 무표정한 표정과 말투에서 뿜어 나오는 카리스마도 여전했다. 또 대화하듯 나즈막히 읊조리는 그의 창법도 여전히 독특한 재미다. 특히 이번에는 보다 풍성해진 사운드로 장기하와 얼굴들이란 밴드를 제대로 부각시켰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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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칵스(위)와 갤럭시익스프레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속 특유의 재기발랄함에 서정적인 분위기도 감지됐다. 또한 특정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노래들에 전작과 버금가는 히트 예감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서정적인 분위기에 편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힙합듀오 이루펀트의 새 음반도 주목을 받았다. 힙합 크루 소울컴퍼니를 이끄는 래퍼 키비와 마이노스가 결성한 이루펀트는 편안한 음악들로 보다 대중적인 힙합 음악을 선보였다.

크고 작은 이슈들을 안긴 인디 음악은 더 넓은 세상도 꿈꾸고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한데 뭉쳐 홍대 음악의 활성화를 외치고 나선 것.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평가받던 인디 음악들은 이제 전 세계로 무대를 옮길 예정이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퍼진 한류 바람이 홍대 인디신에도 시작된 셈이다. 최근 '일렉트로 개러지'란 이색적인 장르로 마니아 팬들을 이끌고 있는 칵스를 시작으로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이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으로 떠난다.

지난해 데뷔앨범 '엔터'(ENTER)를 발표하고 평단과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칵스는 오는 7월 초 일본에서 열리는 'Nano-Mugen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파워풀하면서도 감각적인 사운드로 무장한 다섯 젊은이들은 특유의 날카로운 록 음악을 일본에 들려줄 계획이다.

강렬한 록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 아폴로18도 세계적인 음악축제 일본 후지 록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일본 후지 록페스티벌은 1997년부터 시작, 매년 일본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음악 페스티벌로, 크라잉넛 노브레인에 이어 참가하게 됐다.

또 한국과 일본 록 신의 의미 있는 교류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일 인디음악교류프로젝트 '서울 도쿄 사운드브릿지(Seoul Tokyo Sound Bridge)가 올해도 계속된 것. 홍대 음악과 도쿄 인디음악을 잇는 이 프로젝트는 양 국 음악 팬들의 큰 관심 속에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주류 음악계와 인디신을 묘하게 줄타기하며 대중과 소통해 온 인디 음악은 어느덧 대중 속으로 침투했다. 그들만의 음악이 가진 '낯설음'은 새롭고 독특한 소리로 대중과 호흡했고, 인디 뮤지션들에 대한 커다란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른 해외 활동도 주류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성시권씨는 "대자본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는 인디 문화의 특성이 획일화된 대중음악에 신선함을 안겼다"며 "여러 인디 콘텐츠들이 영화 음악 분야에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이 사라짐에 따라 이들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인디음악의 독특함은 마니아들만이 열광하던 틀을 깨고 대중음악의 한 영역을 구축하며, 가요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 가요계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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