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소녀들, 동방신기·샤이니에 꽂힌 까닭은

[창간기획: K-컬쳐, 세계를 흔든다①-2]유럽 작곡가, 미국 댄서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

파리=김건우 기자 / 입력 : 2011.06.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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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코리아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아시아의 '한류'로 출발한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이제 중동, 아프리카, 미국, 유럽 세계 구석구석에서 국경,인종,종교를 초월하는 'K-컬처'로 씨뿌려지고 있다. 머니투데이 엔터산업팀이 K-컬처 '퀀텀 점프'의 현장을 찾아간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의 제니트 드 파리(Le Zenith de Paris). {에스엠}의 공연을 보러 온 한 고등학생 소녀가 정성스레 적은 쪽지를 기자에게 건넸다. 프랑스어로 "샤이니 방문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또 와주세요"라고 써 있었다. 이 팬은 공연 중 '누난 너무 예뻐', '루시퍼' 등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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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M 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는 프랑스 뿐 아니라 스페인,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의 한류 열풍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관객 대부분이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10~20대 소녀 팬들이었다.

유럽의 한류 열풍의 중심에는 한국 동포들이 아닌 현지 유럽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현지에서 음반이 직접 판매되지도 않았지만 유튜브 동영상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자연스럽게 불이 붙었다.

◇유럽 작곡가+美댄서 함께한 '글로벌 프로젝트', 소녀팬 '열광'


유럽에서 일고 있는 K-POP 열풍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의 한류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유럽과 일본 모두 10~20대 여성이 팬들의 주류를 이룬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하지만 일본은 소녀시대 카라 등 걸 그룹들이 인기가 높은 반면 유럽은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 남성 아이돌 그룹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 팬들은 '소녀시대'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유럽 팬은 남성 아이돌 그룹에게 '남성적 매력'을 느끼는 듯 했다.

프랑스의 한류 팬클럽 '코리아 커넥션'의 회장 막심 파케씨는 "K-POP은 15~25세의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K-POP팝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도구로 이제 시작단계"라고 말했다.

K-POP의 인기는 유럽 작곡가들의 꾸준한 참여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소녀시대 '훗'은 덴마크 작곡가들이, '소원을 말해봐'는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룹 '디자인 뮤직'이 만들었다.

에스엠의 음악은 북유럽 작곡가들이 만든 노래에 한국 가사를 붙여 편곡했고, 미국 안무가들이 춤을 만든 글로벌 제품이다.

'디자인 뮤직'의 로빈 옌센씨는 "유럽 음악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반면 K팝은 춤, 노래, 연기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성을 추구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찾을 수 없는 기획형 아이돌 트레이닝시스템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에스엠은 3~7년 후에 바뀔 외모와 목소리를 시물레이션으로 분석해 연습생을 선발하고, '인 하우스 트레이닝' 시스템을 통해 노래, 작곡, 외국어까지 공부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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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에스엠 회장은 "세상의 가치 있는 다이아몬드도 처음 시작은 원석"이라며 연습생 선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빈 옌센씨는 "유럽에는 에스엠과 같이 오랜 기간 아티스트들에게 투자하는 문화가 없다"며 "어린 인재를 뽑는 TV 프로그램이 있지만 길어야 1~2년 트레이닝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이민자들로부터 관심 증가...日문화 영향도

파리에서 만난 유럽인들은 한류의 인기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둘째 일본 드라마, 음악에 대한 관심이 한국 문화로 옮겨왔다는 것. 마지막으로 아시아,중동으로부터 이민자들이 늘면서 그들에게 인기가 있던 한류가 자연스럽게 유입됐다고 판단했다.

프랑스는 일본 만화가 가장 많이 팔리는 해외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 전부터 프랑스 사람들은 일본 문화에 매료돼 정기적인 모임은 물론 전시회, 공연 등의 행사를 벌여왔다. 관심이 동양권으로 확대되면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일본 아이돌의 '닮은 꼴'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다. 베트남, 중국 등의 아시아와 레바논 등 중동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한국 문화콘텐츠를 즐기면서 저변이 형성했다.

소셜미디어의 확산도 어른들이 아닌 '그들만의 그룹'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 남부에서 온 아나에일 아라실(16)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남부의 한류 팬들과 교류를 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회원만 100여명에 달한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른 지역의 한류 커뮤니티와 협력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아닌 에스엠의 시스템…신뢰 보여야

10~11일 공연장에서는 다양한 MD 상품들 팔렸다. 가수들의 얼굴이 담긴 부채는 6유로, 포스터는 10유로, 천으로 만든 가방은 20유로 등을 받았다. 가장 가격이 싼 좌석(51유로)의 절반에 달하는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동안 유튜브 등을 통해 무료로 K-POP을 접했던 이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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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오프라인과 아날로그 유통구조가 강한 지역이다. 에스엠은 11일 유럽의 퍼블리셔들을 초청해 '2011 SM타운 인 파리 라이터스&퍼블리셔스 콘퍼런스'(2011 SM TOWN in Paris Writers & Publishers Conference)를 열었다. 이날 퍼블리셔들은 이수만 회장의 강연 이후 기랍박수를 치며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유니버셜 뮤직 퍼블리싱 스웨덴 대표인 펠레 리들씨는 "한국의 아이돌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존재로, 유럽의 음악과 비교했을 때 독창적이며 마치 미래의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며 "유럽 시장의 성공은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의 음악 전문가들은 성공요인이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이 아니라 {에스엠}의 시스템이라고 본다.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K-POP의 인기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JYP, YG 등의 기획사 각자가 가진 시스템에 대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말이다.

리들 씨는 ""만약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유럽 시장에 시도했다면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에스엠을 처음 접할 때 주위 퍼블리셔들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데 무엇을 하겠다는 거냐며 비웃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시장의 K-POP 가능성을 무한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K팝은 그 자체로 귀에 꽂히는 멜로디를 가지고 있어 정식 음반을 발매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K-POP과 함께 한국의 문화를 많이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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