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인·자살·탈북…잔인한 4월, 팍팍한 스크린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1.04.01 12:02 / 조회 : 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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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 '수상한 고객들', '무산일기'의 포스터


잔인한 계절 4월. 극장가에도 팍팍한 세상살이를 그린 영화들이 넘실댄다. '우리 이웃의 범죄', '수상한 고객들', '무산일기' 등 아득한 현실과 슬픈 사연을 담은 영화들이 연이어 관객과 만난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고발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세 편의 영화들. 그 면면은 이렇다.


◆또 다시 스크린에 부활한 영구 미제 사건…'우리 이웃의 범죄'

신현준 주연의 '우리 이웃의 범죄'는 어린이 살해사건을 뒤쫓던 경찰 조 형사(신현준 분)이 사건 이면의 가슴 아픈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2004년 9월 지리산 뱀사골에서 질식사된 직후 매장된 한 소녀의 영구 미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자폐아 자식을 둔 부모와 치매에 걸린 노부를 부양하는 형사. 영화는 스크린 가득 팍팍하고 아득한 현실 속에 신음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채워내며 가족과 이웃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다. 존속살인과 슬픈 가족사 등의 어두운 주제가 보는 이의 가슴을 짓누르는 가운데 김현철, 김진수, 남희석 등 의외의 카메오가 등장해 웃음으로 긴장에 이완을 줬다.

'우리 이웃의 범죄'는 신현준이 데뷔 후 처음 출연한 저예산 영화이기도 하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오는 7일 개봉.


◆보험왕 배병우의 고객 자살 방지 프로젝트…'수상한 고객들'

류승범 주연의 '수상한 고객들'은 야구선수 출신 배병우(류승범 분)가 자살시도 이력이 있는 불량고객들의 자살을 막으려 동분서주하는 여정을 그렸다. 영화 속에는 4남매를 홀로 키우는 홀어머니와 사채 빚에 쫓기는 남매, 틱 장애가 있는 노숙자 청년 등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삶을 이어가는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죽지 못해 사는' 불량고객들의 아득한 현실은 팍팍한 우리네 세상살이와도 쉽게 포개지며, 그럼에도 꿋꿋이 전진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팍팍한 세상 속 따뜻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고객들과 병우의 동상이몽의 간간히 의외의 웃음을 자아낸다.

홀로 고군분투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류승범의 날 선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이미 전작 '부당거래'로 연기력을 입증한 그는 고객들의 자살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며 점차 변해가는 병우의 모습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국내 스크린에 첫 데뷔한 가수 윤하의 연기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오는 14일 개봉.

◆탈북자 친구의 유언이 낳은 수작…'무산일기'

박정범 감독의 장편 데뷔작 '무산일기' 또한 이달 개봉한다. '무산일기'는 탈북자 전승철(박정범 분)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며 겪는 어려움을 그린 영화. 부산국제영화제, 마라케쉬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도빌아시안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행진을 이어왔다.

살아남기 위해 팍팍한 서울의 삶에 물들어가는 스크린 속 승철의 모습은 아득한 현실에 절망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탈북자에게 한없이 가혹한 남한 사회의 모습은 사회적 약자와 빈자들이 마주하는 지긋지긋한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도 모임에서의 고백 이후 승철이 보여주는 변화는 안타깝다 못해 섬뜩하다.

한편 '무산일기'는 박정범 감독이 탈북자 후배인 고 전승철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박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로 장편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고인의 마지막 쪽지 글에 영화 연출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오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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