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후 "아이유는 연기제자..가수 데뷔 놀랐다"(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1.03.28 13:21 / 조회 : 18958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고윤후 ⓒ사진=위드인 제공


고윤후(30)는 '차도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에덴의 동쪽'에서 날카로운 눈빛의 보디가드였고, '선덕여왕'에서는 위풍당당한 풍월주였다. '주홍글씨'에서는 하반신 마비가 된 뒤 모든 희망을 잃은 남자, 차성준이 돼 냉소를 머금었다.


2000년 임창정의 뮤직비디오 '날 닮은 너'에서 처음 봤던 그의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였을까. 슬픔이 가득했던 연기와 드라마 속 여러 모습들이 융합돼, 어딘가 차가우리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다.

그러나 고윤후는 서슴없이 스스로를 드러낼 줄 아는 자유분방한 배우였다. 데뷔 이후 자만했던 태도, 연기강습부터 카페 서빙까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기회를 기다린 시간들, 마침내 연기로 돌아온 지금과 앞으로의 꿈. 가볍지 않은 연기자 고윤후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하반신 마비 연기…"시청자 몰입위해 '출발드림팀' 출연도 포기"

풍월주 호재나 보디가드 독사 등 '무사' 이미지가 강해 운동실력이 좋으리라는 예측에 고윤후는 "좋아하지만 잘 하지는 못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KBS 2TV '출발드림팀'에서 활약과 MBC 단막극 '런닝,구'에서 마라톤 상금 사냥꾼의 캐릭터는 단지 방송에서의 모습이었단 말인가. 거기다 군복무시절 유격조교였다는 것도 방송을 통해 알려진 사실.


그러나 고윤후는 웃으며 "대학 시절 체육대회에서 마지막 주자로 달린 적이 있다. 저는 열심히 달린다고 달리는데 한 친구가 답답해하며 "야! 앞으로 가라고!'라고 소리치더라"고 털어 놨다. "'런닝,구' 할 때도 사실 계속 달리느라 힘들었다. 덕분에 달리기 실력이 좀 는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고윤후는 '출발드림팀'에 출연 후 제작진으로부터 계속 해보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을 위해 아쉽지만 이를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드라마에서 하반신 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타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운동으로 활약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몰입에 방해가 될까봐 우려가 됐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애정을 보인 캐릭터였지만, 휠체어에 앉아만 있으니 답답하지는 않았을까. 고윤후는 "불편하기거나 답답하기보다는 혹여 장애가 있는 캐릭터 연기를 잘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이 있었다"며 "몸으로 마음껏 표현할 수 없으니까 오히려 연기적인 면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image
배우 고윤후 ⓒ사진=위드인 제공


스스로를 크게 생각했던 과거

데뷔시절을 회상하면서 고윤후는 뮤직비디오를 찍고 난 뒤, 예상보다 큰 관심에 자신을 크게 생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뮤직비디오를 다 찍고 방송이 된 후에야 실감이 났다. 찍을 땐 제가 주연인줄도 몰랐다. 나중에 편집된 것을 보고 나니 주연이었고, 관심을 받게 되자 스스로가 대단한 배우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 관심이 오래가지는 않았고, 연기를 계속하면서 다른 일도 아르바이트 삼아 하게 됐다. 작업환경이 여유롭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10년이 넘은 연기생활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왔다. 단역 생활을 해 오던 중 2008년 '에덴의 동쪽'을 만나게 됐다. 그는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감사한 작품이라고 했다.

"원래는 아역시절에로만 나오는 역할이었다. 극중 형민이라는 역할의 친구로 나왔는데, 운이 좋게 성인 역까지 가게 됐다. 그간 단역에만 그쳤던 제가 덕분에 카메라도 익숙해지고, 다시금 박차를 가할 수 있게 해줬다. 그래서 '에덴의 동쪽'이 제 인생에서 가장 감사한 작품이다."

이후 고윤후는 '주홍글씨'에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김연주의 남동생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비운의 인물을 연기한 그는 오는 4월 1일 종영을 맞는다. 그는 "좋은 선배 연기자들과 매주 호흡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 즐거웠다. 아침드라마는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 같은 느낌이 있어서 무척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image
배우 고윤후 ⓒ사진=위드인 제공


"아이유는 내 제자."

앞서 말했듯, 고윤후는 오랜 기간 연기활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왔다. 그 가운데에는 연기학원 강사일도 있었다. 2007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연기학원에서 후배들을 가르칠 무렵 만난 한 제자 중에는 현재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스타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요즘 대세라는 아이유다.

"연기를 굉장히 잘 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가수로 나와서 놀라기도 했다.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친구였다. 물론 노래도 잘했다. 수업 중에 가끔씩 수강생들의 호응으로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주도하곤 했다."

제자였던 아이유를 다시 만난 건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선덕여왕' OST 콘서트에서 였다. 아이유가 초대가수로 콘서트에 참석했던 것. "멀리서 누가 '선생님'하고 부르더라. 돌아보니 아이유였다. 어떻게 연기가 아니고 가수로 데뷔했느냐고 했더니 노래가 좋아서 당분간 노래를 하겠다고 했다. 워낙 잘 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연기를 하라고 조언했었다. 이번에 '드림하이'에 나와서 반가웠다."

학창시절 학교 축제에 올릴 연극을 연출…연기에 빠지다

그가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학교 축제에서 친구들을 데리고 연극을 하면서 부터다. 당시 오락부장을 할 정도로 밝고 주도적이던 그에게 국어선생님이 넌지시 연극을 해 보라고 제안을 하셨다.

"학교의 문제아를 다 데리고 연극을 했는데 대박이 났다. '제목은 '신춘향전', 제일 못생긴 남자아이가 춘향이를 하고, 제가 이몽룡을 했다. 제가 극본도 쓰고 연출도 하고 주연도 하고. 하하. 그냥 재미있게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과 후 방황하던 친구들이 재미를 느끼고 학교 끝나고 남아서 매일 연극 연습을 했다. 그 공연이후로 연극반이 생겼다. '연극이라는 것이 힘이 있구나' 하고 느꼈다."

그래서 고윤후는 방송활동 외에도 무대에는 1년에 한 번쯤 꼭 서고 싶다고. "제가 인지도를 갖고 연기력에서 좀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1년에 한 번은 무대에 서고 싶다. 피터 브룩이라는 연극연출가가 '연극은 바람이 남기는 문자'라고 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남겨지지 않는다. 그 순간에 극장 안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는다. 그런 연극에 대한 동경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연극 연출도 하고 싶다."

image
배우 고윤후 ⓒ사진=위드인 제공


연기를 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나 고윤후는 "신체적으로나 기본적인 재능 면에서 연기를 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 때문에 늘 그것을 메우려고 노력을 했다. 지금도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를 통해 접하게 되는 분야가 있으면 그것을 배우려고 노력한다"는 것.

"다큐드라마에 출연했는데, 대사가 다 영어였다. 힘들게 촬영은 끝마쳤지만 그것을 계기로 영어를 계속 배우고 있다. 작품 활동이 제게 자극을 주고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이후 뮤지컬 '두드림' 출연 기회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실 노래와 댄스에는 소질이 없어 자신이 많이 없었다. 그래도 이후 지금까지 계속 노래를 배우고 있다. 언제든 다시 하게 될지 모르고, 재미도 있었다. 다음엔 좀 더 나아지길 바라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 부족할 수도 있고 서툴 수도 있지만, 저라는 배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미흡한 점이 있으면 혼내주시고 잘하면 칭찬해 주시고요. 언제나 어떤 역할이든 열심히 할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죽을 때까지 연기하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내일은 좀 더 나은 연기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