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패딩, 카라→왕따..핵심은 늘 사라진다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1.01.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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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는 건 뒷담화이고 휘발되는 건 언제나 본질이다. 면밀하고 고통스러운 분석보다는 제 입맛에 맞는 인스턴트 단내만 찾는 게 언론이고 대중인 건가.

지난 19일 동시에 다발로 터진 카라의 전속계약해지 통보와 신정환의 귀국 및 체포 사건이 단 하루만에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한류 톱스타 걸그룹이 느닷없이 소속사에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스타가 146일만에 귀국해서 현장에서 연행된 이 두 사건. 당연히 이날의 시끌시끌한 톱뉴스였다.

그리고 두 사건의 애초 본질은 이러했다. 왜 카라 4인(나중엔 3인)은 자신을 키운 DSP에 전속계약해지를 갑자기 통보했고, 이들이 말하는 '돈벌이 악용'과 '인격모독'은 진짜 사실인 것이며, DSP는 혹 대중이 모르는 추악한 잘못을 했는가. 그리고 한일 두 나라에서 입지를 굳힌 카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리더인 박규리는 왜 빠졌나.

신정환 사건의 핵심은 해외 상습도박 혐의(본인이 이날 밤 인정했다) 및 외환관리법 위반, 여권법 위반 여부다. 그래서 어떤 처벌을 받느냐, 이다. 사실 그가 백 며칠을 네팔이 됐든 일본이 됐든, 어렵게 살았든 거짓말을 했든, 그건 차후 따질 문제 아닌가. 방송인이라고 해서 이러한 본질적 '죄와 벌' 인과율이 대충 넘어갈 경우, 실정법 안에서 살아야 하는 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은 얼마나 허탈해할 것인가.


그런데 20일 오후 현재 신정환 사건은 그가 입고 온 '명품 패딩'으로, 카라 사태는 리더 박규리의 '왕따설'로 요약되고 있다, 어이없게도!

네티즌들 눈썰미는 대단했다. 김포공항에서 신정환이 입고 들어온 패딩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이라, 그가 외국에 체류하면서 돈이 없어 고생했다는 기존 주장과 읍소에 정면 배치된다는 의혹. 그리고 "신정환이 하도 추운데 입을 옷이 없다고 해서 예전에 입던 옷을 가져다 준 것뿐"이라는 측근의 변호. 특히 측근의 인간적 호소를 담은 기사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포털 많이 본 뉴스 1위를 달리고 있다.

네티즌의 기억력과 상상력도 놀라웠다. 2, 3년 전 남자아이돌 가수가 한 방송인터뷰에서 한 말을 그럴 듯하게 현 카라 사태에 짜 맞춰 리더 박규리의 왕따설을 제기했고 이것이 순식간에 기사화됐다. "5인조 그룹인데 그 그룹 리더가 그 4명한테 완전히 왕따에요..그런데 방송을 나가거나 인터뷰를 나가면 어깨동무를 하고.."

도대체 신정환 사건에서 패딩은 뭐고, 카라 사태에서 리더 왕따설은 뭔가. 왜 언제나 재벌가 여자 CEO는 그들의 속 깊은 경영철학과 비전 대신 패션이나 핸드백 기사만이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하나. 레드카펫에선 왜 그 축제와 이벤트의 흥겨운 분위기는 뒷전이고 늘 스타들의 뒤태와 쇄골만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나. 아니 왜 신정아 사건을 보도하다 반(半)누드사진을 싣는 건가, 그것도 신문 1면에?

몇 년 전 한 연예인 장례식장에서 쏟아진 정교한 마녀사냥이 그랬듯, 또 최근 영화의 베드신만 편집해 만든 포르노가 그랬듯, 신정환 사건에서 패딩을 찾고, 카라 사태에서 왕따설을 찾는 이 신기한 재주. 아주 천박하고 호들갑스럽고 사악한 나와 당신, 우리의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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