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아리 클럽이여, '런닝맨'서 빨리 일어나라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10.07.23 14:53 / 조회 : 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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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고서)


선서! 저는 '런닝맨‘ 프로그램의 PD, 작가를 비롯한 모든 제작진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음을 선서합니다!

여기가 법정이냐? 자다가 옆사람 다리 긁기도 아니요, 웬 뜬금없는 소리, 라며 욱~ 하실 분들에게 얼른 말씀드리겠다. ‘런닝맨’이 2회째 방송 이후로 워낙 여기저기서 호된 소리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방송가에 몸담고 있는 제작진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몇 자 적기 전에 ‘런닝맨’ 제작진들과 아무 관계도 없음을 밝혀야 오해가 없을 것 같아 뜬금없지만 선.서.를 했소.

■ 이른 판단, 이제 그만~~~

방송이 아직 2회밖에 안 나갔다. 아니, 촬영분으로만 따지면 2번째 녹화 중의 반만 지난 주 방송되었으니 시청자들은 2회 촬영분조차도 모두 못 본 거다. 그런데 첫 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기대감과 관심이 큰 프로그램이니 당연하다.


문제는 ‘재미있다’는 좋은 평가보다 ‘유재석이 영웅호걸을 했어야 했네, 그 동안 봤던 뻔한 프로그램이네, 시청률이 안 나오네 등등’ 이런 얘기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래, 자유주의,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재미있다, 재미없다, 이야기할 자유, 당연히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지켜봐주면 안될까? 첫술부터 배부르면 좋겠지만, 몇 숟갈 더 떠먹어야 배가 찰 때도 있지 않는가. 모든 프로그램이 개봉박두 첫 날부터 대박 재미있으면 좋겠지만, 몇 회 반복되면서 그 재미가 생겨날 때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는 더 그렇다. 초반에는 출연자들간의 유대감도 별로 없고, 캐릭터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을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1박2일’이나 ‘남자의 자격’ 등등의 프로그램들도 초반엔 좀 어설펐다는 거 떠올리셨는가.

물론 ‘런닝맨’이 대박일지, 쪽박일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피, 땀 흘리며 그 프로그램에 몸담고 있는 제작진이나 출연진들을 조금만 배려해주면 안될까, 하는 마음이다. 아직은 시작,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 조동아리(?) 클럽, 방송에서 만나다!

솔직히 고백하면, 방송 작가 입장이니 첫회부터 진중히 살펴본 거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평가는 아직 말하지 않으련다. 다만, 기대감 가는 한 가지는 ‘조동아리 클럽’, 유재석과 지석진의 만남이다.

‘조동아리 클럽’이 뭐냐? 홍대에 새로 생긴 클럽도 아니고 이름 참 희한하다, 싶으실텐데... 이건 유재석, 지석진, 김용만 세 명이서 10년 이상을 함께 한 클럽 이름이다. 클럽 멤버 세 명은 모두들 술을 거의 못 마시는 사람들이지만, 수다떨기, 하면 찜질방 아줌마들 뺨 서너 대 칠 정도로 지지 않는다.

유재석, 지석진 모두 늘 녹화 끝나고 바로 집에 가지 않는다. 스케줄이 없으면 제작진과 대기실에 앉은 채로 한 시간 이상 수다 떠는 모습에서도 그걸 알 수 있다. 그러니 개인적인 모임에선 오죽할까. 그 둘은 저녁에 동네 치킨집에서 치킨과 콜라 한 병 시켜놓고 새벽 동 틀 때까지 지치지 않고 밤새 수다를 떠는 걸로 유명하다. 그리고 지석진과 그 부인의 소개팅을 주선한 사람도 유재석인 만큼 두 사람의 친분은 두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이 방송에서는 파트너로 함께 만난 적이 없다. 유재석과 박명수, 유재적과 강호동, 뭐 이런 그림은 많이 봤지만, 유재석과 지석진은 신선하다, 이 말씀. 방송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는 신선한 조합이 중요하다. 때문에 ‘조동아리 클럽’ 회원인 유재석, 지석진, 이 두 사람의 파트너십이 살아난다면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유재석이 진행하는 ‘해피투게더’에 지석진이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서로의 토크를 지렛대 삼아서 일과 친구, 과거에 대해 수많은 토크박스를 펼쳤었다. 그건 서로가 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동아리 클럽’이여, ‘런닝맨’에서 빨리 일어나라. 발로만 뛰지 말고, 입으로도 빨리 뛰란 얘기다. 여기서 그들의 ‘조동아리(?)’가 살아난다면,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3회 방송을 지켜보자. 아쉬운 건 2회 촬영분의 뒷부분이 방송되는 것이니 어쩜 지난 주 방송 이상의 뭔가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두 달은 좀 지켜보자. 그 사이에 재미의 불씨가 될 만한 ‘뭔가’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잘 되는 프로그램에는 항상 재미에 불을 붙이는 ‘어떤 것’이 수학의 정석처럼 꼭 있으니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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